한국 과학기술이 점차 늙어가고 있다. 과학기술인과 시설, 장비 등 전반적인 과학인프라의 노후가 심각해 대책을 서둘러야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장비의 노후화와 열악한 시설, 인력의 고령화는 연구생산물의 가치와 신뢰도를 하락시켜 과학기술이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고 특히 화재와 안전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국가적 손실은 물론 인근 주변환경에 막대한 악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정밀한 진단이 요구된다.

◇연구장비 노후화, 평균 38%

민주통합당 이상민(대전 유성)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와 연구회 등으로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기초기술연구회 산하 10개 기관의 연구장비 노후화율이 2008년 25.1%에서 해마다 증가해 올해는 30.4%를 기록중이다.

이중 천문연구원과 표준연구원이 각 38.3%과 35.8%를 기록했고 특히 국민 실생활 및 주변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원자력연구원은 41.7%를 기록중이다.

산업기술연구회 산하 연구기관의 노후화율은 더욱 심해 11개 연구기관 평균이 올해 40.1%로 조사됐으며 이중 생산기술연구원 61.9%, 기계연구원 44.4%로 이들의 연구장비들은 절반 가량 또는 절반 이상이 노후장비로 분류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출연연구원의 노후화율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장비 교체를 위한 정부지원액은 소요액 대비 매년 5% 수준에 그쳐 연구장비의 노후화를 가속하고 있다는데 있다.

◇출연연구원 시설물 노후화도 심각

교과부 산하 출연연구원 전체에 대한 시설물 검진결과 40년 된 건축물만 15개 동인 것으로 조사됐다.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2011 종합안전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교과부 산하 25개 출연연구기관에는 40년 이상 경과된 건축물이 15개동에 이르고 판넬과 목조 등으로 이뤄진 취약구조물도 30개동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이들 25개 기관이 보유한 건축물은 모두 590개 동으로 경과년도가 10~20년 사이의 건축물은 244개동, 20~30년 미만 46개동, 30~40년 미만 41개동, 40년 이상이 15개동으로 조사됐다.

시설물 구조형식으로는 철근콘크리트 구조가 415동, 철골철근콘크리트 구조 46동, 벽돌 12동, 조립식 판넬 7동, 목주조 23동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초기술연구회가 노후시설물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75개 건물을 대상으로 3단계에 걸친 환경개선작업을 올해 부터 추진중이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연구회는 75개동에 대한 안정성 현장조사를 통해 1단계료 2020년까지 18개 동에 대한 환경개선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올해 시급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생명연구원 자생식물동과 원자력연구원 제6연구동, 천문연 전파망원경동에 대해 작업을 추진했지만 생명연구원을 제외한 2곳의 개선사업이 스톱됐다.

민 의원은 이에 대해 "2013년 이후까지 3단계로 나눠 진행되는 장기적이고 중요한 사업이지만 첫 단계부터 밀리기 시작했다"면서 "과연 3단계까지 본래 로드맵대로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시설물이 노후화되면 전기합선으로 인한 화재 등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출연연 연구시설은 위험물을 취급하는 곳이 많아서 안전사고에 더 취약하다"며 "신규 건설사업 지원보다는 기존시설의 환경개선에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력도 늙어간다.

기초연구회 산하 10개 기관에 대한 정규직 연구원의 평균 연령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이는 기초연구회뿐이 아니라 과학기술계의 공통된 현상으로 신규 인력 채용 및 젊은 연구자들의 수혈이 원활하지 않다는 의미다.

민주통합당 이상민 의원에 따르면 조사한 10개 출연연구원 정규직 연구원 평균 연령이 해마다 높아져 올해 평균 연령이 43.7세로 나타났다.

연구원 별 증가현황으로는 표준연구원 46.2세, 생명연구원 45.1세, 천문연구원 44.78세, 기초연과 KIST 각 44세, KISTI 43.1세, 핵융합연 42.7세, 한의학연 39.5세 등이다.

이는 지난 2008년 이들 기관 평균 연령이 41.6세에서 2세가 늘어난 것으로 한의학연구원을 제외하고는 모든 기관의 평균연령이 40세를 넘겼다.

이상민 의원은 "연구장비 노후화로 인한 보조장치, 부품 등의 성능저하는 연구의 신뢰도에 상처를 준다"면서 "연구원들의 노령화는 신진 연구원들의 기피, 이공계 외면을 대변해주는 방증으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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