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원을 사칭한 강력범죄가 최근 빈발하고 있다. 강도행각은 물론이고 성폭행에 이제는 살인까지 벌어지고 있다.

16일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대낮 치정 칼부림 사건에서는 택배원이 범죄에 악용됐다. 이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라에서 택배원으로 가장한 오모(29)씨가 전 여자친구인 최모(31)씨의 집에 침입해 최씨와 박모(33)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최씨는 "택배원"이라는 말에 아무렇지 않게 문을 열어줬다. 집안으로 들어온 오씨는 순식간에 돌변해 흉기로 방심한 최씨 등을 무차별적으로 찔렀다.

이제는 더이상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나 구매한 상품 등 각종 물품이나 수하물을 고객이 원하는 곳까지 운반하는 착한 택배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강력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착한 택배원을 사칭하는 범죄자들이 우리 주변에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생활의 일부가 돼 버린 택배가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택배원을 사칭한 범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혼자 있는 부녀자를 상대로 한 강도행각이나 홀로 집에 있는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폭행 범죄에 택배원 사칭이 활용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명절 연휴를 전후해 택배원을 사칭한 범죄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공식도 깨지고 있다"며 "강도, 성폭행 등 강력범죄에 택배원 사칭이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1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택배원을 사칭한 최모(41)씨가 혼자 집에 있던 가사도우미 하모(61·여)씨를 흉기로 위협하고 폭행한 뒤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 하씨는 택배원이라는 말에 별다른 의심 없이 문을 열어줬다가 이같은 범죄에 희생이 됐다.

지난 8월20일 낮 12시17분께 인천 남구 숭의동의 한 주택가. 고교생 A(18)양은 동생이 주문한 것으로 생각하고 택배가 왔다는 말에 문을 열었다. 열린 문으로 돌변한 택배원은 A양에게 흉기를 이용해 위협한 뒤 A양을 성폭행하고 금품까지 빼앗아 달아났다.

김모(48)씨는 올해 초 인천 남동구 구월동 자신의 빌라 지하 거실에서 30대가 휘두른 흉기에 복부를 찔려 부상을 당했다. 김씨도 '택배 물품을 배달하려 왔다'는 말에 현관문을 열자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했다.

택배원 사칭 사건에서는 현관 잠금장치나 CC(폐쇄회로)TV는 범인들에게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대부분 피해자들이 범인들의 말만 믿고 아무런 의심없이 문을 열어주는 행동 때문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택배원 사칭 범죄의 대부분은 피해자들의 안이한 판단으로 발생한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방문자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고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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