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말하면 장애인들은 '장애우(友)'라고 쓰지 않습니다"

장애인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조금씩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장애인 사회에서 용어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친근한 표현으로 쓰기 시작한 '장애우'라는 명칭이 순수한 의도와는 상관없이 현재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배제를 감추고, 여전히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하는 용어라는 시각 때문이다.

▲ '장애우' 용어 문화운동 차원에서 시작

이에대해 제주장애인연맹(www.jejudpi.or.kr) 양영진 사무국장(33)은 "사실 장애우는 '애칭' 처럼 친근한 이미지가 있다"며 "하지만 문화운동 차원에서는 허락할 수 있지만 장애인 당사자들이 쓰는  용어는 아니다"고 말했다.

비장애인 입장에서는 '더불어'라는 생각에서 쓸 수 있을지 몰라도 사실 장애인 스스로도 흔쾌히 쓰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장애우'라는 용어의 역사는 오래지 않다.

90년대 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지면서 급속도로 확산, 보편화된 것이다.

'장애인'이라는 용어가 생기기 전 '장애자'에 다분히 비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어, 장애를 가진 사람과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 모두 친구처럼 동등한 관계로 함께 평등한 사회를 일궈내자는 바람을 담은 용어다.

하지만 '장애우 주차장'이라고 한 곳까지 생겨나는 등 기존의 용어에 대한 정체성 논란이 일자 장애인단체에서 더이상 퍼지는 것을 막자는 차원에서 공식 문제가 거론됐다.

▲ '장애우' 용어는 '현실적 차별' 은폐해

'장애우'라는 용어가 본격 문제가 된것은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전국 장애인단체지도자대회 주제별 워크숍 대회때다.

한국DPI(장애인연맹)의 김효실 기획실장이 '장애인 당사자주의에서 살펴 본 장애인 관련 용어의 변천사'라는 주제발제를 통해 "'장애우'라는 용어가 장애인 차별을 은폐시킨다"며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언론지상에 개인이나 컬럼형식으로 용어에 대한 논란이 간간히 있었지만 토론장에서 공개적으로 제의한 것은 처음이다. 바로 이를 둘러싼 문제가 전국 장애인 사회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 장애인 스스로 '장애우' 쓰지 않아

양 국장은 "'장애인'이란 용어를 사용하기까지에는 '불구자-심신부자유자-장애자-장애인'으로 바뀌는 역사적인 과정이 있었다"며 "관련 용어의 변천사를 볼때 많은 고통이 따랐다"고 용어를 함부로 쓸 수 없는 배경을 설명했다.

 "'장애우'라는 말에는 이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는 전제가 깔려있다"는 그는 "비장애인의 상대적 용어로서 인식되는 '장애인'으로 써야 함이 옳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자신들이 '장애우'라고 하지는 않는다. 장애인 스스로 정체화할 수 있는 용어가 아닌만큼 공식적인 용어 사용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  장애인 시각 담아낸 '장애인' 용어 옳다

'장애우' 부적절론자들은 문화운동으로서의 '장애우' 사용에 대해서도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문화운동이 장애인의 차별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이를 깨뜨려 나가는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순수한 의도와는 상관없이 장애인을 여전히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한 낭만적 휴머니즘의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도 그 때문이다.

양 국장은 "장애가 있는 사람이 스스로를 장애우로 지칭할 수 없다는 것은 '장애우' 용어가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착한 비장애인의 용어이지 장애인 자신이 불려지기를 희망하는 우리의 모습은 아니다"며 "가치중립적일 수 있는 '장애인' 용어 사용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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