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쇼핑백 팝니다. 단돈 1만원에 급처(급하게 처분)…."

900만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한 중고품 매매 전문 인터넷 카페. 이곳은 중고물품의 새로운 주인을 찾는다는 글이 하루 수십만건 이상 등록되고 있다.

중고품 인터넷 카페에서 매매되는 제품은 옷과 책, 컴퓨터에서부터 중고차와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만물 백화점' 수준이다.

지난달 대학생 이모(23·여)씨는 이곳에서 '명품 쇼핑백' 한개를 1만원에 구입했다. 일반 브랜드 매장에서 산 친구의 생일선물을 명품 쇼핑백에 담아 깜짝 놀라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선물을 받은 친구의 흠짓 놀라는 표정을 보고 한참을 깔깔거리며 웃었다. 곧 선물을 꺼내 본 친구도 '이게 뭐냐'며 함께 박장대소하며 즐겁게 생일파티를 했다.

하지만 이날 저녁 집에 돌아온 이씨는 문득 얼굴이 붉어졌다. 왠지 모르게 자신이 '된장녀(능력에 따르지 않는 해외 명품 등 사치스러운 여성을 비하하는 말)'가 된 듯 느껴졌다.

이씨는 "친구에게 장난치기 위해 구입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나니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며 "평소 이런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혀를 차고 한심해 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이런 쇼핑백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대부분 나이가 어리고 허세부리기 좋아하는 사람들로 보인다"며 "심지어 '외출용'이라면서 명품 쇼핑백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00원짜리 종이가방을 단지 '명품'의 로고가 그려져 있다는 이유로 몇만원을 주고 산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고 푸념했다.

쇼핑백도 명품과의 전쟁이다. 더이상 간단한 물건을 담는 종이가방이 아니다. 명품제품의 로고가 들어가 있는 쇼핑백을 이용해야 폼이나고 자신감도 생긴다. 각종 옷과 제품, 악세사리 등으로 대표되는 명품이 이제는 쇼핑백도 수만원 상당의 고가로 둔갑시킨다.

이처럼 '명품 쇼핑백'은 A·B·C 등의 제품상태와 소·중·대의 크기별로 나눠 1만~3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아예 '더스트백(제품을 싸고있는 천 등으로 만들어진 가방)' 등과 함께 세트로 6만~7만원에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

거래가 이뤄지면 '명품 쇼핑백'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택배 포장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단단하고 두꺼운 종이박스로 쇼핑백을 포장 한 뒤 '절대 구부리지 마시오' 등의 주의 문구까지 꼼꼼하게 적어 넣는다.

심지어 에어캡(포장용에 사용되는 기포가 들어간 필름)으로 포장해 철저하게 명품 쇼핑백을 보호하기도 한다.

전문가는 이같은 사회현상에 대해 꽉 쥐어진 신분과 소득의 불평등 등에 대한 사회적 불만과 분노를 해소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택수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른바 '짝퉁' 가방을 구매하는 것과 같은 일종의 허례허식"이라며 "명품이 갖는 이미지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명성을 갖고자 하는 허영심과 과시욕 등의 사회심리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현 교수는 "상류사회에 진입하지 못하는 절망과 설움 등에 대한 돌파구로 이해할 수 있다"며 "명품 쇼핑백의 구매로 이들이 갖고 있는 사회에 대한 불만을 해소한다면 건전한 해소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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