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5일 발표한 외교통일 공약에서 밝힌 대북정책의 골자는 신뢰에 바탕을 둔 '선(先) 안보강화, 후(後) 경제협력'으로 요약된다.

박 후보는 방위역량을 키워 안보를 튼튼히 하고 대북 핵(核)억지력을 우선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어 인도적 대북지원에 나서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간 신뢰관계가 정착되면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는 구상이다.

또 통일 이후를 대비해 남북한 경제협력을 '유라시아 경제협력'으로 확장시키고 탈북자 정착을 위한 인프라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이는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보수층을 감안해 안보강화를 우선순위로 두면서도 중도층 공략을 위해 현 정부보다 유연한 대북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우리의 대북정책도 진화해야 한다"며 "유화 아니면 강경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억지력 강화로 北核 해결

박 후보는 '지속가능한 평화'를 필두로 '신뢰 받는 외교'와 '행복한 통일'을 외교통일 정책의 3대 기조로 내세웠다. 이에 따른 7대 정책과제에서도 '주권과 안보 확실히 지키기'와 '억지력을 바탕으로 협상의 다각화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맨 앞머리에 둬 안보강화에 우선순위를 뒀다.

박 후보는 "제2의 천안함, 연평도 사태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며 "우리 장병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 온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NLL 포기발언 의혹으로 공세를 받고 있는 야권 후보들을 겨냥하는 동시 '안보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국가안보실' 구축이다. 이는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국방부 등이 담당하고 있는 외교·안보·통일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셈인데 대북 정책을 보다 입체적이고 효율적으로 전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북핵과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미국은 물론 주변국 및 국제기구와 외교 협력 강화도 포함하고 있다.

즉 한미동맹 등 포괄적 방위역량을 강화해 자체적인 북핵 억지력을 강화하는 한편 6자회담 재가동과 한·미·중 3자 전략대화, UN 및 EU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화함으로써 북핵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북핵문제를 보다 큰 틀과 넓은 시각에서 풀기 위해 남북관계 발전과 동북아 차원의 협력을 함께 추진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라며 "한미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심화·발전시키고 중국과의 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걸맞게 업그레이드하겠다"고 설명했다.

◇신뢰에 바탕을 둔 남북경제협력

박 후보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신뢰'를 남북관계에도 적용했다. 남북의 대립·갈등은 상호간 신뢰가 우선 구축돼야 근본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진단이다.

남북간 신뢰의 조건으로는 "우선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기존 합의에 담긴 평화와 상호존중의 정신을 실천하며 세부사항은 현실에 맞게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도 만날 생각이 있음을 재차 밝혔다. 박 후보는 "신뢰를 쌓기 위해서라면 다양한 대화채널이 열려 있어야 한다"며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라면 북한의 지도자와도 만나겠다"고 말했다.

인도적 대북지원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방법론 중 하나로 제시했다. 박 후보는 그동안 수차례 "인도적 문제나 호혜적인 교류사업은 정치적 상황이 변하더라도 지속돼야 한다"며 식량난으로 고통을 겪는 북한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혀 온 바 있다.

이날 공약에는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의 영유야 취약계층을 우선 지원하고 이를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유니세프(UNICEF), 유엔식량계획(WFP)와 공조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신뢰와 비핵화를 전제로 한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 구상으로는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북한의 경제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전력·교통·통신 등 인프라 확충을 돕고 주요 국제금융기구 가입과 국제투자 유치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나진·선봉 등 북한의 경제특구에 대한 우리기업의 진출도 모색하는 한편 개성공단의 국제화와 지하자원의 공동개발도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과 평양에는 '남북교류협력사무소'를 설치, 남북간 경제협력 및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한 사회문화 교류의 제도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통일한국 대비한 유라시아 경제협력

박 후보는 통일 이후를 대비해 남북간 경제협력을 러시아, 중앙아시아로 확장한 '유라시아 경제협력' 계획도 내놨다.

그는 "러시아의 동진정책, 중앙아시아와 EU의 중요성에 부응하는 유라시아 경제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구축하는 것을 넘어서 남방과 북방 협력을 연결하는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관통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중국 횡단철도에 한반도 종단철도(TKR)를 연결해 유럽대륙으로 이어지는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이를 궁극적으로는 남북한,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국, 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롭게 개척되고 있는 북극항로 개발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와 통합 에너지망 구축을 위해 남북 러시아 가스관 및 송전망 구축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탈북자 대책과 관련해서는 해외에서의 강제북송을 막기 위해 유엔고등판무관실 등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 정착을 돕는 인프라 확대와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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