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5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 협상 제안에 응하면서 야권은 본격적인 단일화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그동안 단일화에 대해 말을 아꼈던 안 후보 측은, 이날 문 후보 측에 먼저 6일 만남을 제안하는 등 단일화 논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문 후보 측도 안 후보가 제안한 '단일화 회동'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양측의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지 않는 이상, 후보등록일(11월25일) 이전까지는 단일 후보가 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단일화 협상은 가치나 정책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뤄진 후 단일화의 방식과 시기를 논의하는 순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안 후보는 이날 전남대 강연에서 단일화의 조건으로 ▲기득권 세력을 이길 수 있는 단일화 ▲가치와 철학이 하나가 된 단일화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 등 3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그래야 정권 교체를 위해 더 많은 국민들의 뜻을 모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1+1'을 '3'으로 만들어내고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약속을 먼저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단일화의 방법과 시기를 먼저 논의하는 것은 1+1은 아니다. 안 후보가 말한 대로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고 정치쇄신을 먼저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 측에서는 국가비전 논의와 단일화 협상을 별개로 진행하는 '투트랙(two-track)'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이정우 미래캠프 경제민주화위원장은 지난 2일 "단일화 협상은 협상대로 진행되겠지만 비전의 공유와 정책연합은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빨리 시작하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면서 "나중에는 아마 투트랙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우상호 공보단장도 5일 기자회견에서 "정책에 대한 협의가 진행돼야 한다. 특히 정치혁신에 대한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단일화의 시기와 방식은 이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화 방식과 관련해서는 여론조사 또는 모바일 투표, 두 가지를 혼합한 방식 등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이제 막 단일화 협상이 시작된 상황에서 양측 모두에게 민감한 내용인 '방식'의 문제는 되도록 언급을 삼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문 후보가 4일 안 후보 측에 단일화 협상을 공식 제안하면서 "저에게 유리한 시기와 방법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어, 안 후보 측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 방식을 문 후보가 수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 공보단장은 단일화 방식과 관련, "앞으로 코스 관리가 중요하다"며 "협상 과정에서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양측의 지지자들이 통합되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누가 앉게 되느냐도 관심이다. 양측 모두 협상 대표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양측의 공식 채널인 노영민(문 후보 측)·조광희(안 후보 측) 비서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문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내일 후보간 회동 전 실무협의가 이뤄질텐데 양측 비서실장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에서는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이, 안 후보 쪽에서는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이 거론되기도 한다.

양측의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민주당 내 인적쇄신 요구는 일단 수그러든 모습이다.

당초 '지도부 총사퇴' 쪽으로 의견을 모은 선대위 산하 새정치위원회는 "후보의 결단을 기다리겠다"며 입장 발표를 미루고 있고, '이(해찬)-박(지원) 퇴진'을 요구해온 쇄신모임 의원들도 5일 문 후보와 만난 뒤 "모든 것은 후보의 몫"이라며 문 후보에게 공을 넘겼다.

이런 가운데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모두 자진사퇴할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서는 문 후보가 '인적쇄신'보다는 '정당혁신'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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