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 중인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5일 이 대통령의 영부인 김윤옥(65) 여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김 여사는 지난해 6월 시형씨의 사저부지 매입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본인 소유의 논현동 땅을 담보로 농협에서 6억원을 대출받도록 지원했다. 또 김 여사 측근인 설모(58)씨와 시형씨는 사저부지 매입 시점 전후로 돈 거래한 정황이 포착됐다.

특검팀은 청와대와 김 여사에 대한 조사 방법과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을 조율 중이며, 늦어도 6일까지 어떤 형식으로든 결론을 낼 계획이다.

특검팀은 이날 김 여사에 대한 조사방식과 관련해 서면조사와 청와대 방문조사, 호텔 등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방안을 모두 열어놓고 청와대와 조율했지만 최종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조사 시기는 이 대통령 내외가 7~11일 해외 순방을 떠나는 점을 감안해 다음 주초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검팀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의 국외 순방 직전 영부인을 조사하는 것은 예우에 맞지 않다고 판단, 김 여사가 귀국한 직후인 12~13일을 비중있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시점에서는 서면조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이 경우 김 여사의 출국 직전 서면질의서를 발송한 뒤 귀국이 예정된 11일 이후에 제출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 관계자는 "대통령 내외의 해외 순방에 앞서 조사 얘기가 나오는 건 대통령에 대한 예의나 품위와 관련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다"면서 "서면조사를 하더라도 어떤 형식으로 서면질의서를 보내고, 언제 답변서를 받을 것인지, 어디로 보내줄 것인지 등 조율할 게 많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에 방문조사 뿐만 아니라 서면조사 등 다른 조사방식을 함께 타진했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청와대는 특검팀의 "김 여사에 대한 조사방식을 놓고 청와대와 조율 중"이라는 언급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참고인 조사에 대해 어떤 합의를 마친 적도 없는 상황에서 마치 조사시기와 방식을 놓고 청와대가 저울질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새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청와대 측이 조사 여부를 합의해 시기와 방식을 조율 중이라고 한 것으로 받아들였다면 오해"라며 "조사는 특검팀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오후 청와대로부터 경호처와 시형씨의 내곡당 땅 매매관련 자료를 임의 제출 형식으로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자료목록에는 매매계약 당시 경호처가 작성한 예산신청서와 검토보고서, 예비비 승인 내역서, 시형씨가 큰아버지 이상은(79) 다스 회장에게 현금 6억원을 빌릴 때 작성한 차용증 원본 파일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자료 내용을 검토한 뒤 추가로 자료를 요청할지, 청와대 경호처를 압수수색할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또 사저부지의 원주인인 유모(여·57)씨에게 땅 매도 당시 계약과정과 매매가액 산정 기준 등이 포함된 질의서를 이메일로 발송했으며, 시형씨에게 6억원을 전달한 이 회장의 부인 박모씨와도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특검팀은 시형씨와 이 회장, 김인종(67) 전 청와대 경호처장, 김백준(72)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세욱(5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실 행정관, 청와대 경호처 직원 김태환(56)씨 등 주요 인물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치고 조서내용과 증빙자료를 분석하며 법리검토에 들어갔다.

김 전 경호처장에 대해선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 뿐만 아니라 시형씨의 중개수수료 대납 논란과 관련해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경호처가 매입당시 책정된 예산 42억8000만원의 일부 또는 다른 예산으로 책정된 돈을 전용해 시형씨가 내야 할 중개수수료 1100만원을 대납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전 총무기획관에 대해서도 업무상 횡령의 공범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 관련 판례 등을 분석하며 법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수사의)큰 흐름에서는 주요 소환자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법리검토는 꾸준히 하고 있다"며 "시형씨에 대한 재소환 여부는 지금으로서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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