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 5일 보험사들의 역마진을 우려해 8년만에 표준이율 계산식을 개편할 뜻을 내비쳤다. 이를 두고 금융업계에서 보험업계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를 외면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표준이율이란 보험사가 보험료를 지급하기 위해 마련해둔 책임준비금을 운용해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률을 말한다. 표준이율이 하락한다는 건 수익률이 낮아져 고객한테 돌아가는 보험금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고객이 동일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보험료를 낼 수밖에 없다. 결국 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통상 표준이율 1%포인트 하락하면 보험료는 10~15% 가량 오른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 충분히 예측 가능했음에도 고배당을 하며 저금리 기조에 대비하지 않았던 보험사의 허물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업계의 맏형 삼성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9483억원의 41.5%인 3940억원을 배당했고, 그 뒤를 잇는 한화생명(구 대한생명)도 37.1%라는 높은 배당성향을 보이며 1937억원을 배당했다.

기준금리가 2%대로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던 지난 2009년과 2010년에도 삼성생명은 각각 24.8%와 20.7%의 배당성향을 보였고 한화생명 또한 20.7%, 42.0%라는 고배당을 실시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수출을 비롯해 소비·생산·투자 모든 부문에서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낮은 수준의 기준금리가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고,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자산건전성 확보를 위해 고배당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러한 고배당의 행태는 손해보험업계도 마찬가지.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LIG손보·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보사들은 지난 3년간 최대 36.0%의 배당성향을 보이는 등 모두 20% 이상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이렇게 자신들의 이익은 빠짐없이 챙기던 보험사는 이번 금융당국의 대책에 대해 "보험료가 일정비율 오르더라도 보험금 지급력을 유지하는 게 소비자에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표준이율은 시장상황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면서도 "그로인한 피해를 보험사가 일부 감내해야 하는데 그보다는 손쉽게 보험료를 올리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사가 보험료 운용으로 인한 수익은 자신들이 가져가면서 피해비용은 가입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고배당을 하고, 경쟁적으로 고금리 저축성 보험상품을 팔 때는 형식적인 권고하는 데 그쳤었다"며 "이처럼 방관하다 이제 와서 저금리라고 보험료를 올리는 정책을 펴는 것을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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