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 개 벽

# 인간계(人間界)의 여명(黎明)

여신(女神) 설문대는 옥황상제(玉皇上帝)의 말잣 딸이다. 몸체가 크고 풍만한 육체파 여신이다. 호기심 많은 조화(調和)의 여신이다.

아득한 옛날 하늘과 땅이 마주 붙어 있을 때 이 호기심 많은 여신 설문대는 바깥세상을 내려다보다가 하늘과 땅이 마주 붙어 있을 것을 보았다.

답답하기도 할 뿐 아니라 자세히 투시(透視)하여 보니 하늘과 땅의 사이에 태고(太古)와 미래(未來)가 납작하게 눌리어 바동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태고와 미래 사이에는 변화의 싹과 영원(永遠)의 빛이 그림자를 끌고 있음도 보았다.
지엄하신 하느님 옥황상제(玉皇上帝)의 허락도 없이 당돌하게도 여신 설문대는 마주 붙어 있는 하늘과 땅을 힘껏 디디고 밀어 올려 하늘과 땅을 분리 시켜 놓았다.

# 하늘이 머리는 자(子)방위, 땅의 머리는 축(丑)방위로

여신 설문대가 하늘과 땅 사이의 어두운 껍질을 깨고 뭉클 일어섬에 따라 하늘의 머리는 자(子)방위인 정북 방향으로, 땅의 머리는 한 계단 기울어진 각도인 축(丑)방위로 제각각 트였다.
일환세계(一丸世界)가 중심축(中芯軸)이 기울어진 각도로 제돌이와 남돌이를 하게 되었다.
일환세계(一丸世界) 지상계가 기울어진 각도로 제돌이(자전, 自轉)과 남돌이(공전, 公轉)를 함으로 인하여 더위와 추위가 번갈아 일어나는 계절변화(季節變化)의 숨쉬기를 시작하였다.

이 사실을 안 하늘나라에서는 난리가 났다. 당연히 옥황상제에게 보고가 되고 옥황상제는 진노 하였다.
상제께서 고심(苦心)하고 있던 인간계(人間界)가 미리 열리어 버린 것이었다.
인간계가 옥황상제의 직접 통제 구역을 벗어나 간접통제구역인 인간계로 열리어서 따로 떨어져 나간 것이기 때문이었다.
기(氣)는 통하되 직접적인 손길이 닿기가 어려워 통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즉 인간들이 상상력이 세계 때문이었다.

인간(人間) 이라는 것들은 머리가 커질 소질이 농후한 놈들이라서 까딱하면 하늘이 질서를 교란(攪亂)시킬 가능성(可能性)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이 놈들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머리를 하늘로 두고 몸뚱이를 하늘을 향하여 곧추세워 두발로 걸어 다닐 뿐만 아니라 눈이 하나 뿐인 놈들이 많고, 귀가 하나 입이 둘인 놈들이 판을 쳐서 워낙 소란하고 시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매사를 외눈으로만 보고, 남의 말을 잘 귀 기울여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더구나 머리통에는 뿔까지 돋은 놈들이 많아 아무데나 세상을 들이 받는 동물성으로 영 보기가 안 좋았다.

이런 지상계(地上界)를 열어놓아 버렸으니 상제께서 진노할 만도 한 것이었다.

즉흥적 노기를 진정시키며 한참 눈을 감고 있던 옥황상제는 결국, 이일을 저질러 놓은, 즉 하늘과 땅을 분리시켜 소란한 지상계를 열어 놓아버린 장본인인 당신의 셋째 딸 설문대로 하여금 소란한 지상계를 잘 진정시키고 조율하게 함이 마땅하다고 생각을 굳혔다.

# “하늘공주 설문대를 지상으로 내려 보내라!”

옥황상제는 무겁게 일어서며, 세 번째 하늘공주인 당신의 셋째 딸 설문대를 지상세계로 내려 보내도록 우주신하들에게 단호한 명령을 내렸다.
이리하여 옥황상제는 당신이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는 악살쟁이 셋째 딸 설문대 공주를 지상세계로 내려 보내는 교시를 내리기에 이른 것이다.

당신이 그 어느 누구 보다도 아끼고 사랑하는 악살쟁이 셋째 딸을 저 소란한 지상세계인 인간계로 내려 보내는 것이 아깝기는 하나, 총명하고 자파리가 심한 만큼 손매도 좋은 당신이 셋째 딸이 그 조화로운 신성(神性)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당신의 셋째 딸이 그 조화로운 신성(神性)으로 어린 인간계(人間界)를 잘 조율(調律)하여 어두움을 깨우치고 저 소란함을 잠재워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함으로서 비탈진 인간들이 당신이 딸 설문대의 모습처럼 눈이 둘 귀도 둘 콧구멍이 둘, 입은 하나인 인간다운 인간으로 변모해 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인간이 머리에 돋은 뿔도 물론 퇴화시켜 주고, 웃음도 되찾아 줄 것은 뻔한 이치였다.
그래야 스스로의 충동을 제어 할 수 있는 조절기능과 빗나가는 본성을 스스로 통제 할 수 있는 이성(理性)과 감성(感性)이 기능이 향상되는 것이었다.

이렇듯 옥황상제의 인간(人間)에 대한 관심은, 내색은 안했지만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인간이라는 것들이 꽤나 골칫거리이기는 하나 그래도 상상력이라는 절대의 무기가 있어서 하늘을 진정 하늘로 대우해 줄줄 알기 때문이었다.
하늘이 하늘로서 대우를 받는 것도 사실은 이 인간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인간으로 하여금 “밝게 보고, 너르게 고루 잘 듣고, 말을 가려 뜻을 바로 하게 하라”는 말씀도 내렸다.


□ 강림(降臨)

이렇게 하늘공주였던 여신 설문대는 하느님 옥황상제의 뜻에 따라 지상세계로 내려가게 되었다.
여신 설문대는 황망히 하늘과 땅을 분리시킬 때 떨어진 흙과 그리움을 보듬어 안고 지상계계로 쫓기듯 내려 왔다.

이승과 저승을 두루 꿰어 세상을 비추는 투시경(透視鏡)을 이마에 치켜 두르고 풍만한 몸체의 굴곡에 오색실이 영롱히 박힌 하이얀 천 두루미 하나만을 휘감아 두른 채 인생의 바다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여신(女神) 설문대는 옥황상제(玉皇上帝)의 말잣 딸이다. 몸체가 크고 풍만한 육체파 여신이다. 호기심 많은 조화(調和)의 여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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