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측근과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 고위 간부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을 통보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0일 검찰 고위 간부인 A검사에게 16일까지 경찰에 출석할 것을 서면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특임검사를 지명해 수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A검사가 경찰에 출석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경찰 관계자는 "A검사에게 전화로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고 알려줬다"면서 "A검사는 '알았다'고 했으며 출석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A검사를 상대로 차명계좌를 관리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와 조희팔의 측근과 유진그룹으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받은 경위, 이 자금의 대가성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A검사는 수조원대 다단계 사기를 저지른 조희팔 측근에게서 2억4000만원과 유진그룹 관계자로부터 6억원 가량을 차명계좌로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A검사는 미공개 정보로 주식을 거래한 의혹도 받고 있다. 경찰은 A검사가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들였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A검사는 유진그룹의 계열사인 유진기업의 주식을 3~8개월간 거래하는 과정에서 최대 2억원 상당의 시세 차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A검사는 후배 검사와 함께 유진기업에 대해 주식을 투자를 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백만~수천만원 상당의 손실을 입은 적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검사와 함께 유진기업 주식거래에 관여한 검사는 3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확인한 주식거래는 2건이지만 검사들이 관련된 거래내역이 더 있는지도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A검사의 차명계좌에서 이미 공개된 유진그룹과 조희팔 측근 말고도 지난 2008년 이후로 다양한 자금 흐름이 발견돼 대가성 여부를 수사 중이다.

경찰은 A검사의 차명계좌에 자금을 넣어준 것으로 보이는 5~6명도 소환통보했다. 이들의 소환 기일은 다음주 초까지다.

이들 중에는 조희팔 측과 유진기업 관계자 등도 포함돼 있다. 모두 A검사의 지인들로 주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인물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A검사의 차명계좌에 5000만원을 나눠서 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유진그룹 직원들을 내주초에 소환해 A검사가 유진기업과 관련해 수사나 내사를 한 적 있는지는 어떤 이유로 거액의 자금을 받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지난 2일 A검사가 사용한 차명계좌의 소유주인 최모씨를 차명계좌 양도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A검사의 차명계좌라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차명계좌는 1개이며 수백만~수천만원씩 모두 수십억원의 규모이고 대가성 여부는 검증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부지검 8~10층 사무실에 수사팀을 꾸리고 업무에 착수했다.

수사팀에는 이원석(43·사법연수원27기) 밀양지청장과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 등에서 부장검사 1명과 검사 7명 등 검사 9명과 수사관 등이 파견됐다.

김수창(50·사법연수원 19기) 특임검사는 이날 오전 8시50분께 서부지검에 첫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지금 단계에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확인해야 할 의혹들을 빠른 시일내에 밝히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중수사 논란'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김 특임검사는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특임검사로 임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제식구 감싸기'라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모든 수사방법을 동원해 철저하게 파헤쳐 한 점의 의혹도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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