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개봉했던 영화 중에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한 남자와 세상에서 소외된 뇌성마비 여자의 사랑을 그린 ‘오아시스'라는 영화가 있다.

그 영화에 나오는 장애여성은 죄인인 양  어두운 집안에서만 생활하지만 한 남자를  만나게 되면서 그녀의 삶도 점차 달라진다. 비록 이 영화가 장애인을 ‘바보’로 묘사했다고 장애인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중증장애인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을 받았다.

우리 주위의 장애여성들도 남자 장애인들과는 또 다른 어려운 여건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특히 교육·취업·육아 문제가 그렇다.

▲도내 장애여성의 현황과 교육실태=2003년 2월 현재 제주도내에 등록된 여성장애인수는 6054명으로 도내 전체 장애인의 38%를 차지한다. 여성장애인을 내용별로 보면 지체 2978명, 뇌병련 441명, 시각 860명, 청각·언어 637명, 정신지체 725명, 발달(자폐) 5명, 정신 184명, 신장 172명, 심장 52명이다.

또한 제주도 장애인종합복지관(2000년)이 보고한  여성장애인 실태 및 욕구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대상자의 학력별 구성비는 전체 100명 중 무학 12명, 초등졸  21명, 중졸 19명, 고졸 37명, 전문대졸 3명, 대졸 7명 등이다.

이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고졸이 37.0%로 가장 높은 구성비를 보이고 있으며 무학도 12.0%로 나타났다. 무학 및 상위학교로의 진학을 하지 않은 이유는 ‘경제적 이유’가 31.6%로 가장 높이 나타났으며, 그 외에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가  22.1%, ‘능력’ 15.8%, ‘적절한 교육기관의 부재’가 10.5% 등으로 나타났다.

남아선호사상을 갖고 있는 부모들의 의식은 장애인에게도 적용돼 남자 장애인은 나중에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교육을 시켜주는 데 반해 여자 장애인들은 교육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또한 장애여성은 남자 장애인보다 외출의 기회가 적어 재활 혜택이나 의료지원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교육과 재활의 기회로부터 멀리 있는 장애 여성들은 취직에 있어서도 단순 노무직이나 자영업에 많이 종사하고 있다. 점점 사회에서 소외되는 장애여성들은 경제력이 없다보니 저소득층으로 어렵게 사는 경우가 많다.

▲장애여성으로 산다는 것=장애여성들에게 있어 교육의 기회가 적다는 것과 취업이 힘들다는 문제뿐만 아니라 난감한 부분이 결혼문제다. 결혼을 하게 되면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엄마로서의 역할이 주어지기 때문에 결혼을 아예 꺼리는 장애여성도 있다.

결혼을 해도 시댁 식구들과 원만하게 지내기가 힘들다. 어떤 장애여성은 처음엔 시댁에 큰 일이 있을 때 며느리 중에 장애여성이 있다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아는 게 싫어 자기를 부르지 않는 것이 속상했는데 계속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한다고 한다.  

또한 장애여성들은 육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이 갖기를 망설이기도 한다. 때론 주위에서 ‘아이를 가지면 어떻게 키울거냐’며 반대하기도 한다. 어떤 장애여성은 주위의 이런 반대에 서러움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장애여성이라는 이유로 당연한 권리이자 욕구를 저지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힘들지만 더욱 힘든 것은 육아에 있다.

어느 한 시각장애인 어머니는 자식이 떨어져 있으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기에 자식이 갓난아기였을 때는 계속 업고 다녔고, 아기가 조금 커서 걸어다닐 때는 아이에게 줄을 묶어 자신과 연결시킨 후 놀도록 했다고 한다. 또 다리가 불편한  한 어머니는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혼자 돌아다니는 아기를 감당하지 못해 남 몰래 울기도 많이 했다고 한다.

▲더 나은 여건에서 장애여성들이 살기 위해서는=장애여성들은 교육의 기회를 많이 상실하다보니 직업선택에 있어서도 제약을 많이 받게 된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결국은 저소득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주장애여성들에 대해 장애별로 몇 명인지, 그들의 욕구는 무엇인지,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 지에 대한 세밀한 조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정책적으로 가사도우미나 육아도우미를 육성·지원책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장애여성의 경우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욱 힘들기 때문에 가사도우미 등을 육성해주고 이들을 고용할 수 있는 돈을 정부에서 지원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장애여성들에게 지원되는 출산장려금 등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복지단체에 가입되지 않거나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장애여성은 지원정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진현자 전 제주DPI장애여성특별위원장은 “사회에서 장애여성들은 못할 것이라고 미리 규정짓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인들보다 배우는 게 더디긴 해도 이들도 결국 할 수 있다"며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적극 장려하고 못하는 부분에 대해선 정부나 도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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