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표 삽니다. 핸드폰도 싸게 바꾸고 옷도 싸게 사고 영화도 싸게보고…."

지난 8일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은 지난 3년간의 부담감을 털어내고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많은 기업들은 '수험표'를 제시한 수험생들에게 할인·무료 혜택을 쏟아내고 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에서는 수험표를 가지고 온 수험생과 동반 1인에게 입장료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외식업체는 1가지 메뉴를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항공사는 일부 노선의 항공권에 한해 특별 할인가를 적용해 주거나 심지어 수험생 혹은 그 부모님을 대상으로 성형수술 이벤트 상품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같이 혜택이 다양해지고 할인률이 커질수록 일반 사람들은 할인·무료쿠폰이나 다름없는 '수험표'에 군침을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사들인 수험표에 부착된 사진을 자신의 것으로 교체한 뒤 사용하는 방법을 쓴다. 수험표 혜택을 주는 매장의 직원들이 꼼꼼히 수험표를 살피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실제로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수능 이전부터 수험표를 사겠다는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수능 당일 한 중고품 매매 카페에는 6만~7만원의 구체적인 가격까지 제시하며 수험표를 팔겠다는 사람도 나타났다. 이 게시물은 이미 수십번 씩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대학 신입생 백모(20)씨는 "지난해 수능을 마치고 같은 반의 한 친구가 수험표를 팔아 돈을 벌었다고 자랑하고 다녔다"며 "돈 욕심에 '나도 팔아볼까'하고 잠깐 흔들리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백씨는 "수험표를 사고파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수험표까지 거래되는 현실이 웃기면서도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능을 치룬 수험생 김모(19)군은 "자주 이용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수험표를 사겠다는 글을 종종 본다"며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하지만 과연 돈을 주고 살 만큼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김군은 "주민등록증을 파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며 "돈 때문에 개인정보를 팔아넘기고 싶진 않다"고 덧붙였다.

수험표 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경찰은 관련 사건으로 입건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수험표'가 다른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험표는 그 역할이나 목적이 수능을 치르는데 신분을 증명하는 장치"라며 "때문에 '공문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등록증과 같은 신분증의 경우 공적으로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에서 금품을 주고 산 신분증을 이용하면 공문서 부정행사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면서도 "구입한 수험표를 할인 혜택을 받기위해 사용하는 경우 처벌에 대해선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험표 매매나 타인의 수험표로 할인 혜택을 받으려고 사용하다 적발돼 입건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매매한 수험표는 다른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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