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부품업체 납품가격 후려치기'도 앞선 기술력과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을 갖춘 삼성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것일까.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최근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납품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지 부품에 2~3개의 공급사를 두는 애플의 '멀티벤더' 전략이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컴퓨터에 CPU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으로 현재 애플의 아이폰은 삼성의 AP를 100% 공급 받아 생산하고 있다.

부품 업체에게 과도한 단가 인하로 악명이 높은 애플이 삼성과의 거래에서 인상된 납품 가격을 받아들인 것은 삼성 이외의 대안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AP의 부품 수급 다변화를 위해 일부 물량을 대만 업체인 TSMC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마저도 저조한 수율 문제로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결국 애플은 삼성전자의 가격 인상 요구에 대체할 만한 파운드리(수탁 생산) 업체를 찾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32나노 이하의 미세공정 AP를 공급할 수 있는 파운드리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중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업계 1위 TSMC와 맞먹을 정도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애플의 요구 수준에 맞는 AP는 삼성만 가능할 정도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애플에 공급하는 AP의 가격은 높은 제품 품질에 비해 타사 대비 저조한 가격으로 납품되고 있다. 3분기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영업이익률은 10% 중반 대로 30%대에 이르는 TSMC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보니 삼성에서도 애플에 공급하는 부품의 가격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품 경쟁력을 갖춘 삼성의 부품을 애플 입장에서는 구입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반도체 시황은 물량 공급량으로 정해지기보다는 앞선 기술력을 갖춘 프리미엄급 부품과 그 부품을 원하는 세트 업체와의 니즈와 합쳐져 가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무엇보다 이번 가격 협상은 '애플에게 납품하면 적자'라는 괴담이 돌 정도로 도가 넘은 애플의 단가 낮추기에 제동을 거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애플은 매 분기마다 메모리 반도체의 납품 가격을 낮출뿐더러 납품업체 간의 경쟁을 유도해 더 많은 인하폭을 끌어냈다. 실제로 애플에게 낸드플래시와 모바일 D램 등의 메모리 반도체를 납품하는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도시바 등은 지난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의 결과에서도 최근 아이폰5를 분해한 결과 메모리칩 원가가 20.85달러로 아이폰4S의 28.30달러에 비해 26.3%(7.45달러)나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애플의 가격 낮추기에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반기를 들었다. 최소한의 마진조차 남길 수 없는 공급가로 보고 아이폰5의 메모리 반도체 공급에 아예 계약조차 맺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역시 초반에는 삼성전자의 부품을 배제하고 SK하이닉스나 도시바 등에서 부품을 수급해서 썼지만 이는 아이폰5 공급에 어려움을 야기시켰다. 결국 애플은 삼성전자 측의 요구대로 5달러대 중반 가격에 낸드플래시를 공급받기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도시바도 낸드 생산량을 30% 줄이겠다고 나섰고 삼성전자도 화성 17라인 비메모리 공장 완공 속도도 늦추고 투자 집행도 미뤘다. 이는 물량을 계속 늘릴경우 애플이 가격을 다운시킬 여지가 크기 때문에 속도조절을 통해서 반도체 가격을 올리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에 과도한 납품 단가 후려치기에 반도체 업계가 모두 불만이 큰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자체 스마트폰을 만드는 삼성전자의 경우는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다른 업체들은 쉽게 대응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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