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류가헌에서 열린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를 위한 협상에 참석한 양 캠프 관계자들이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 측 이태규 미래기획실장, 금태섭 상황실장, 조광희 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 후보 측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 윤호중 선대위 전략기획실장, 김기식 미래캠프 운영지원단장.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의 단일화 방식으로 여론조사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여론조사에 합의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후보는 '적합성'측면에서, 안 후보는 '경쟁력'에서 각각 야권단일후보로서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양측이 단일화 원칙으로 '국민참여', '이길 수 있는 단일화'를 각각 내세운 것도 이같은 계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를 둘러싸고 현재 양측간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역선택' 논란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대선 본선에서 승리할 확률이 더 높은 안철수 후보 대신 문재인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 측 금태섭 상황실장은 13일 MBC 라디오에서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와 관련, "지금 나와 있는 여론조사들은 박 후보의 지지자를 포함시켜서 본 것"이라며 "정말 기본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박 후보 지지자가 야권후보 중에 누굴 더 지지하느냐 하는 것은 아무 상관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측의 이같은 우려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의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 측은 당시 월드리서치와 리서치앤리서치 등 2개 여론조사 기관을 통해 각각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지만 결국 월드리서치의 조사결과는 무효 처리됐다.

양측이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본선 경쟁상대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최근 2주간 지지율 평균(30.4%) 보다 낮으면 무효 처리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월드리서치 조사는 이 후보의 지지도가 28.7%를 기록해 무효 처리됐다.

양측은 결국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32.1%를 얻어 유효 기준을 통과한 리서치앤리서치 조사결과로만 후보를 결정했다. 이는 두 후보 간 격차가 오차범위(±2.13%) 내에 있더라도 승부가 유효하고, 두 조사 중 한 곳만 유효해도 결과를 인정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었다.

설문문항을 '○○○님은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와 경쟁할 단일 후보로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로 합의한 것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 후보가 2개 조사에서 모두 앞섰기 때문에 한 곳 여론조사의 무효처리는 결과적으로 큰 논란이 없었다.

이러한 전례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협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 방식이나 설문문항을 선정하는 일 외에도 업체를 선정하는 문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측에서는 2002년 단일화 여론조사 당시 표본추출 과정에서 노무현 후보가 유리한 조건을 적용받았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표본추출 과정에서 노 후보에게 우호적인 응답자들이 선별적으로 뽑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 측 캠프의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업체들이 그동안 특정후보를 지지해온 번호를 모아뒀다가 다시 전화를 걸 수 있다"며 "업체 선정이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해 단일화 협상팀의 논의가 적어도 이번주 안에는 윤곽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야 TV토론이나 여론조사 실시방안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단일화 협상과 관련, "21일까지 협상을 끝내주면 좋은데 그렇게 안될 수도 있다. 22일, 23일 여론조사를 한다고 해도 무효처리 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무효처리가 된다면 담판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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