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국내 가릴 것 없이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기업들의 팔고, 합치고, 줄이는 구조개편이 한창이다. 이른바 '불황형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인력감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국내 기업들의 계열사 등 인수합병(M&A) 결정 공시는 유가증권시장 14건, 코스닥시장 13건 등 모두 2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상반기 전체 합병 공시 건수(24건)보다도 많은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 달 철강포장재 전문계열사인 포스코엠텍의 자회사 리코금속과 나인디지트의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포스코는 경기 불황 장기화에 대비해 그룹 전체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동일업종인 도시광산업에 진출한 양사를 합치기로 한 것이다.

포스코는 또 사업분야가 겹치는 계열사들을 합병, 현재 70여개인 계열사를 10개가량 줄일 계획이다. 스테인리스 코일 판매 계열사인 포스코AST와 포스코NST는 내년 1월 합병하며, 플랜트 관련 계열사인 성진지오텍과 포스코플랜텍의 합병도 추진 중이다.

삼성그룹은 2008년 초 59개였던 계열사 수가 현재 80개로 늘어난 상태지만 이 중 9개를 다시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2004년 분사했던 삼성광통신이 다음달 4일 삼성전자에 재합병된다. 삼성광통신은 원래 광섬유·광케이블을 만들던 삼성전자의 한 사업부였다. 또 삼성SDI는 자동차용 2차 전지업체인 SB리모티브를 내년 1월 합병키로 결정했다.

LG그룹도 현재 64개 계열사 가운데 6~7개를 연말까지 청산, 매각, 합병 등의 방식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SK 역시 하반기 들어 합병 등의 작업을 통해 계열사 수를 96개에서 91개로 줄이는 등 중복 사업을 조정하고 비핵심사업을 정리하는 최적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한 롯데그룹도 최근 계열사간 합병작업을 가속하고 있다. 롯데는 최근 롯데쇼핑과 롯데미도파를 합병한 데 이어 내년 초까지 3,4건의 합병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미도파를 합병한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내외 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 내실을 다자기 위해 합병을 미루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롯데삼강을 중심으로 롯데햄 등 식품계열사를 통합하는 작업과 함께 호남석유화학의 경우 연말까지 케이피케이칼을 합병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 직전까지 갔던 STX그룹도 최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STX메탈과 STX중공업의 합병을 결정했다. CJ그룹도 택배 계열사인 CJ GLS와 CJ대한통운을 합병해 동일한 사업을 하는 두 회사를 합쳐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사업구조개편은 결국 인력구조개편으로까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일반 직원들은 어쩔 수 없지만, 올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이어질 대기업 정기인사에서 임원수 감축은 불가피하다는 게 현재 재계의 분위기다.

한 기업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적어도 승진잔치 같은 얘기는 나올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승진 임원수를 최소화하거나 퇴직 임원수를 늘리거나 어떤 형태로든 전체 인원은 감축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일반 직원들도 강제감원은 아니더라도, 현대중공업처럼 희망퇴직 형태의 조정은 계속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1위 조선업체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50세 이상 사무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에 돌입한 상태다.

한편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1월 전망치는 92.5를 기록, 6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 또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 1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전망조사에서도 11월 업황전망치는 85.4에 그쳤다. 지수가 100미만이면 그만큼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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