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문제 넘어서... "패가 바닥났다"
올 겨울에 '어두운 밤(블랙 아웃)' 온다

올 겨울 전력수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급량은 뻔한데 영광 5, 6호기에 3호기까지 원전의 가동정지가 잇달으면서 전력난을 부추기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 '9.15 전력난'의 재판까지 거론하는 등 상황이 시급하다. 이에 따라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절전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뉴시스는 정부의 동계전력 수급대책에도 불구하고 장담하기 힘든 전력수급상황을 점검하고 1997년 IMF 당시‘금모으기 운동’ 처럼 ‘전기 한모금 모으기 운동’을 펼치자는 의미로 동계전력 시리즈를 마련했다. <뉴시스 편집자주>

▲ 15일 오후 늦더위에 따른 전력량 급등으로 전력 공급이 끊겨 전국 곳곳에서 정전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실에서 관계자들이 전력량을 살피고 있다.<뉴시스>
"패가 부족하다."

지난 16일 정부가 동계전력 수급대책을 발표한 직후 전력당국 관계자가 읊조린 말이다.

전력당국에 몸담고 있지만 끌어다 쓸 전력이 한정돼 있어 자칫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을 경우 대재앙(?)을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전력당국자의 말 처럼 올 겨울철 전력수급은 참으로 힘들다. 최악이라는 말이 차라리 낫다. 지난해 9.15 정전사태는 모르고 당해 그냥 넘어갔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그때 상황이 얼마나 끔찍했는가를 잘 알기 때문에 더욱 긴장된다.

문제는 기본적으로 쓸만한 패가 없다는 점. 골라 쓰는게 아니라 쓸만한 자원이 한정돼 있다는 게 구조적 한계다.

수급사정부터 따져보자.

우리의 전력사용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GDP가 높아지면서 전력소비량도 크게 늘었다. 지난 2008~2009년만 해도 동계 최대전력수요는 6265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력사용량은 크게 늘었다. 2009~2010년 6943만㎾, 2010~2011년 7467만㎾, 2011~201년 7725만㎾에 달한다.

국민 생활의 편리함과 용이함이 전기사용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추세라면 올 겨울 최대 수요는 7913만㎾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수요량에 비해 공급은 턱 없이 부족하다.

여기에는 발전소 건립에 필요한 지역주민의 동의를 받지 못한 점도 큰 이유중의 하나로 작용했다. 열병합은 '악취', 화력발전소는 '공기오염', 원자력발전소는 '안전문제'가 결부되면서 지역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을 받았다.

지난 2006년 수립된 제3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올해 건설됐어야 할 발전소가 건설되지 못하면서 발전용량 400만㎾가 날아갔다.

50만㎾급 부곡복합3호기, 100만㎾급 서울복합1, 2호기, 90만㎾급 송도복합 1, 2호기, 70만㎾급 양주복합 1호기, 55만㎾급 율촌복합 2호기 등은 이미 지어졌거나 착공했어야 하지만 첫삽 조차 뜨지 못했다. 83만kW급 오성LNG복합만이 빠르면 올 연말 가동이 가능하지만 이것만으로 늘어난 전력수요를 메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동계전력수급대책 2012-11-19
올 겨울 전력공급의 제1원칙은 가져다 쓸 수 있는 전력은 모두 동원한다는 것.

당초 내년 1월께 가동 예정이던 오성복합발전기의 가동시기를 앞당긴 것도 이 때문이다. 부족하지만 40만kW의 민간 자가발전기를 동원하고 9월 폐지 예정이던 남제주내연 발전기 폐지기한도 내년 3월로 연장했다. 남제주내연발전소는 발전용량이 불과 4만kW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전력당국의 다급함을 읽을 수 있다.

시운전에 들어가는 신월성 2호기의 출력을 활용하는 방안과 1~2월 피크기간중 화력발전소의 고열량탄 사용을 권장해 출력을 증강하는 방법도 고육지책으로 동원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실적으로 가장 믿을만한 우군은 국민발전소다.

수요관리와 절전을 양대 축으로 삼은 국민발전은 지난 여름 위기 때도 전력난을 이겨낸 효자다. 일부에서 수요관리가 대기업에 또다른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수요관리 비용이 대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것은 잘못 된 생각이다. 전력이 항상 부족한 것은 아니다. 피크시간대 3~4시간만 넘기면 전력 수급문제는 해결된다. 그렇다고 몇천억원씩 들어가는 발전소를 짓는 것은 불필요하다. 그래서 수요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외국에서도 수요관리가 전력수급의 최적의 수단이다."

정부는 올 겨울에도 한전이 실시하는 주간예고와 전력거래소의 수요입찰시장을 통해 약 130만㎾의 수요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마련해 놓고 있다. 지경부는 수요관리를 위해 올 12월까지 500억원을 확보했다. 내년 1~2월을 위해서는 2500억원의 예산을 국회에 요청한 상태다.

선택형 최대피크 요금제를 도입하는 것 역시 적절한 수요관리를 위해서다.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느냐에 따라 제도의 성패가 달려있지만 지경부는 이를 통해 20만㎾는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내년 1~2월께는 3000㎾이상의 전기를 쓰는 6000여개의 대용량의 수용가에 대해서는 전기사용량을 3~10%까지 의무 감축토록 할 예정이다.

전기 부족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민들의 절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우선 전기다소비건물에는 실내 건강온도가 의무화된다. 계약전력 100~3000kW를 사용하는 건물이다. 겨울철 건강온도는 섭씨 18~20도다.

특히 대형마트 등 계약전력 3000kW 이상인 시설은 절전규제를 통해 전력사용 총량이 규제된다.

공공기관 1만9000개에 대해서는 섭씨 18도 유지와 개인 전열기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또한 예비력이 400만㎾ 미만으로 떨어지는 전력수급 비상시에는 공공기관․대형건물(2000TOE이상, 476개)의 난방기 가 순차운휴된다.

에너지과소비 형태도 근절된다. 문열고 난방기를 가동하는 행위가 금지되고 오후 5시부터 7시 피크시간대에 과도하게 네온사인을 이용하는 광고는 업소당 1개만 허용된다. 또한 관공서, 대형건물 등의 옥외 경관조명 사용이 금지된다.

이관섭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비상대책을 통해 충분히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국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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