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팀이 20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30분까지 14시간30분여 동안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협상팀은 결국 회의를 21일 오전 9시에 재개하기로 하면서 단일화 방안 결정을 미뤘다.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과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협상종료를 알리면서 "공개할 합의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양측은 당초 '여론조사'와 '공론조사'를 병행해 실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논의했지만 결국 '공론조사' 방안은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했고 '여론조사' 방안에 대해서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공론조사의 배심원단(패널) 모집 방식과 여론조사 문항 선정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론조사, 배심원단 구성 놓고 공방 끝 무산될 듯

양측은 공론조사 배심원단 선정 방식을 놓고 공방을 벌였지만 결국 공론조사 방안은 이날 거의 논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후보의 TV토론이 하루 남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배심원단을 모집할 시간이 없다는 점에서 공론조사는 사실상 무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이날 "공론조사 방안에 대한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공론조사는) 종료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공론조사에 참여하는 선거인단으로 민주당 중앙대의원 및 안 후보의 후원자(펀드 가입자) 1만4000명을 각각 모집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공론조사 기관을 통해 무작위로 추출한 총 3000명의 배심원단이 두 후보의 TV토론을 시청한 뒤 전화응답을 통해 지지 후보를 결정한다는 방안이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의 후원자들은 100% 안 후보 지지자들이지만 민주당 대의원 중에서는 비(非)문재인 성향 인사들이 안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했다. 또 후원자 중에서 배심원단을 모집할 경우 돈을 낸 사람만 투표하게 되는 '금권선거'가 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대신 문 후보 측은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박원순-박영선 후보) 당시 사용했던 '아웃바운드 방식'을 역제안했다. 국민들 가운데 연령별, 지역별로 공론조사 대상을 무작위로 추출한 뒤 TV토론 후 투표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문 후보도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시티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공론조사 선거인단 모집과 관련, "안 후보 측이 국민이 동의할 수 없는, 누가 봐도 안 후보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이라고 느낄 수 있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 측은 그러나 여론조사와 공론조사 병행안(案)을 즉각 부인했다. 양측 배심원단 비율도 논의된 바가 없다고 했다. 오히려 문 후보가 '통 큰 양보'를 했다면서 협상에서 문 후보 측의 '양보'는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민영 대변인은 "양측의 마음을 모아내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지지층 조사(공론조사)를 제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협상 과정에서) 이를 무리한 안이라고 인정해 수정안을 가져오기로 했다는 (문 후보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안 후보 측 다른 관계자는 이 논란에 대해 "자기 당원도 설득하지 못하는 후보가 무슨 대통령 후보를 하겠다고 하느냐"고 비난했다.

◇여론조사, '언론공개' 놓고 책임공방

양측은 여론조사 문항 선정 문제와 관련, 문 후보와 안 후보가 각각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 단일후보 '적합도'와 '경쟁력'을 문항에 반영할 것을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평행선을 달렸다.

문 후보 측은 '적합도' 조사방안을 주장했고 안 후보 측은 '가상대결' 조사방안을 주장했다. 문 후보 측은 이에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싸고 여론조사 업체 선정도 쟁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부분 여론조사의 응답률이 10%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응답률을 높이려다 보면 민주당의 조직 동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안 후보 측 주장이다.

여론조사 업체 선정도 쉽지 않은 문제다. 안 후보 측은 설문자의 전문성, 사후 검증능력 등을 업체 선정 기준으로 내세웠다.

특히 여론조사 문항 선정과 관련, 양측은 협상 내용이 언론에 노출된 데 대해 하루종일 책임공방을 벌였다. 협상팀이 지난 13일 협상을 시작하면서 합의한 '매일의 회의결과는 합의에 따라 공식 발표하고 공식 발표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는 사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우 공보단장은 "(안 후보 측이)협상팀 간 합의를 깨고 협상내용의 일부를 왜곡해서 언론에 백(back)브리핑을 했다"고 비난했고,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정보 유출의) 출발이 어딘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언론보도의 배후로 문 후보 측을 지목했다.

양측은 오후에도 우 단장이 협상경과 브리핑을 하고 안 후보 측이 이에 반발하면서 거듭 마찰을 빚었다.

우 단장은 이날 협의과정을 공개하며 "협상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 더 많은 억측이 있고, 어제 오늘 있었던 것처럼 양 캠프가 자기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언론에 공개하게 되면 국민들이 혼란스러울까봐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투명하게 진행한다는 원칙"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우 단장은)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자의적으로 발표했다"며 "협상 도중에 합의되지 않는 경과를 공개하는 것은 협상할 생각이 없는 것이거나, 협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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