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 측은 이날 여론조사 방법으로 소설가 황석영씨 등 문화예술인들이 양측에 제시한 '가상대결 50%+적합도 50%' 안을 수용키로 하고 안 후보 측의 답변을 촉구했지만, 안 후보 측은 이를 거부한 뒤 '실제대결 50%+지지도 50%' 안을 마지막으로 제시했다.

여기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가상대결'과 '실제대결'의 차이다. 이는 사실 내용의 차이는 없는 표현의 차이일 뿐이라는 게 양측의 설명이다.

단일화가 이뤄지면 실제 투표에서는 '박근혜 대 문재인' 또는 '박근혜 대 안철수'의 대결구도가 펼쳐지는데 이를 '가상대결'로 표현하면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이다. 안 후보 측은 당초 협상장에서 '가상대결' 용어를 써왔지만 이날 최종안을 제시하면서 처음 '실제대결' 용어를 사용했다.

문 후보 측이 '가상대결' 방식을 일부 수용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문 후보 측은 가상대결 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문제제기를 했지만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을 수용하기 위해 이 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 단장은 "이런 제안이 있었다고 (후보에게) 말씀드렸고 '(우리는) 가상대결 방식을 피해왔지만 두 방법을 섞어서 하는 것도 해결방식이 될 수 있다면 제안을 해보라'고 해서 제안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의 결정적인 입장 차이는 문 후보 측과 안 후보 측이 각각 제시한 '적합도'와 '지지도'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문 후보 측은 '야권 단일후보로 누가 적합한가'를 묻는 '적합도' 방식을 고수하다가 안 후보 측의 거부로 '두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묻는 단순 '지지도' 방식의 수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안 후보 측은 이 수정안에 대해서도 '적합도'와 비슷하다며 거부해왔다.

최근 여론조사를 볼 때 문 후보는 '적합도'에서는 안 후보를 10% 이상 우위를 점하지만 '지지도'에서는 그 차이가 5%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안 후보 측은 문 후보 측에서 당초 '적합도'에서 '지지도'로 수정안을 제시했다가 다시 문화예술인들의 입장을 반영한 방안에서 '적합도'를 최종안에 담은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

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문재인 후보 측은 협상 과정에서 '적합도'를 꺼냈다가 다시 '지지도'로 수정했다. 문 후보 측의 중단된 협상의 최종안은 '지지도'였다"며 "그래서 두 안을 섞자는 제안을 할 것이면 정직하게 실제대결 50%, 지지도 50% 이렇게 말씀해야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 후보 측이 언급했다가 협상과정에서 계산이 복잡하고 등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 그 안을 거둬들였다"며 "그런데 이것을 선심 쓰듯 공개 제안하는 태도와 저의를 알 수 없다. 단일화 과정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한편 문 후보 측 우상호 단장은 안 후보 측이 이날 최종안으로 제시한 '실제대결+지지도'안에 대해 "숙고해보겠다"며 "단일화 협상팀이 조건없이 만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후보 측 선대위 본부장들은 이에 대해 선뜻 수용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