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연극 '교수와 여제자3-나타샤의 귀환'은 민망하다. 두 여배우가 전라로 출연하기 때문에 그렇고, 작품성을 운운하는 것이 멋쩍어서 또 그렇다.

KBS 2TV '미녀들의 수다' 출연자로 '나타샤'를 연기하는 러시아 미녀 라리사와 한국 여배우는 실오라기한 올 걸치지 않고 섹스 장면을 소화해낸다. 심지어 한국 여배우는 자위하는 모습도 거리낌 없이 보여준다.

이 장면들에는 당위적 맥락이 없다. 그저 드러내기에 급급하다. 연극에서는 대사와 더불어 배우들의 몸이나 그들이 내는 소리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 연극은 이야기에 신체노출이 녹아들어갔다기보다는 노출을 위해 이야기를 조악하게 이어붙인 꼴이다.

섹스리스 부부가 성 카운슬러와 '카마수트라' '소녀경'에 통달한 방중술의 대가, 성치료전문 '옹녀' 캐릭터인 나타샤의 도움을 받는 과정을 전한다. 노출은 필요충분조건일 수밖에 없다.

연결 단계가 프로페셔널하다면 성인연극답다고 치부할 수 있을 법하다. 그러나 이 연극에서 배우들의 연기력은 논할 가치도 없다. 기본적인 발성조차 안 된다. 조명과 음악, 무대 모두 열악하다.

이런 아마추어리즘이 관객들에게는 통한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노출을 훔쳐 보러 몰려든 남성 단체관객은 물론 부부와 커플, 20대 여성들도 상당수다.

연극을 보지 않는 시대,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는 남녀는 대부분 흥미로 연극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다. 작품성을 강조하는 어려운 연극을 보느니 쉽고 편한 연극을 택하게 마련이다.

'교수와 여제자3-나타샤의 귀환'은 이런 면에서 흥미를 느낄 부분이 있다. 러시아 여자가 알몸으로 등장하고, 관객 바로 앞에서 섹스장면을 보여준다는 사실에 혹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숱한 허점이 오히려 객석의 긴장감을 풀고 극에 몰입하게끔 만든다. 나타샤가 입은 팬티를 관객에게 선물하고, 배우들이 관객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관객 참여형 연극을 지향하며 소통을 꾀하고 있기도 하다.

섹스로 부부 화목을 이루고, 이를 통해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만들자는 메시지에는 대개 암묵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

라리사는 주목할 만하다. 이 연극을 통해 처음 연기에 도전한 그녀의 연기력은 대사를 읊는 수준이다. 그러나 머나먼 이국 땅에서 꽤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모습은 짠하다.

서울 대학로 비너스홀에서 볼 수 있다. 1577-3107.<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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