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칠판 등 업체 거래대금을 부풀려 돌려받기', '돈을 받고 교사 채용하기', '버스기사 인건비 빼돌리기', '영어캠프 운영비 부풀리기', '야구부 운동장 사용료 착복하기', '이사장 측근 기간제 교장에게 급여 밀어주기', '바지(형식상) 이사장 세우기'… 등등

지난 2월 검찰 압수수색 과정 중 자택 금고에서 수상한 뭉칫돈 17억원이 발견돼 수사를 받은 서울 C고교 전 교장 윤모(71)씨. 그의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학비리들이다. C고교 재단인 A학원 인사와 행정업무를 총괄한 윤씨는 횡령 등 혐의로 23일 징역 5년에 추징금 2억4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24일 서울북부지법에 따르면 A학원은 시설과 인사, 학교운영 등 분야를 막라한 '사학비리 백화점'이다. 학생 등록금과 정부 지원금으로 조성된 교비는 윤씨 등 직원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빼돌려져 설립자 B씨(사망) 일가의 생활비와 개인 대출금 상환 등에 유용됐다.

윤씨는 1968년 A학원 산하 중학교 교사로 임용된 후 1999년부터 중학교 교장 겸 학원 사무국장(옛 서무과장), 고교 교장 등을 맡아 B씨를 도아 A학원 인사와 행정업무를 도맡았다.

학교법인회계는 학교회계와 법인회계로 구분되고 학교회계 중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은 다른 회계로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는 등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다.

그러나 A학원에서는 이같은 규정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윤씨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B씨 지시에 따라 행정실 직원들을 동원, 거래대금을 부풀려 돌려받는 수법 등으로 교비회계에서 39억4000만원을 빼돌려 B씨 생활비 등으로 제공했다.

윤씨는 2009년 B씨가 후계자를 정하지 않고 갑자기 숨지자 B씨 지인을 형식상 이사장으로 추대한 후 사실상 이사장 역할을 수행하며 비자금 조성을 이어갔다.

그는 지난해 5월까지만 교비회계에서 10억4000만원을 빼돌린 후 이사장직 승계를 요구하는 B씨 큰아들을 달래기 위한 생활비(매월 1000만원)와 다른 유족들의 생활비, 개인 대출금, 상환, 병원비 등 학교 외 용도로 제공했다.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각종 불법행위도 동원됐다.

윤씨는 하계 영어캠프를 진행하면서 캠프에 참가하지 않은 교직원들에게 수당과 관련 경비를 지급한 것처럼 가장, 이를 인출하는 수법 등으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6000만원 이상을 비자금으로 조성했다.

또 초교 소속 버스기사들에게 1월 급여, 상여금, 명절휴가비, 하계휴가비 등을 지급한 것처럼 꾸며 2008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13차례에 걸쳐 모두 7800만원을 빼돌렸다. 유족에게 지원 요청을 받자 전자칠판을 구입한 것처럼 속여 거래업체에 700만원을 송금한 후 이를 현금으로 받아 주기도 했다.

학원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유족에게 부당하게 지급해 학원에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B학원 남양주 야구장(규모 2만6678㎡)은 96.3%인 2만5686㎡는 B학원 소유이고 3.7%인 992㎡만 B씨 아들 소유다. 학원 지분에 해당되는 금액은 학원 수익사업회계에 귀속돼야 하지만 2010년부터 임대료 2000만원 모두가 B씨 아들들 생활비로 제공됐다.

공정해야할 교원 채용도 비자금 조성 기회로 악용됐다. 사학비리를 감시하고 지도해야 할 주무부처 공무원까지 채용 비리에 가담했다.

윤씨는 지난해 1월 산하 초교와 중학교 기간제 교사 부친에게 정교사 채용 청탁을 받고 7500만원과 6500만원씩 1억4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채용 청탁과 뇌물이 오간 곳은 신성해야 할 고교 교장실이었다.

교육지원청 행정지원국장을 통해 임용시험 응시자에게 정교사 채용 청탁을 받고는 대가로 1억원을 받고 필기와 실기시험 문제를 미리 알려주기도 했다. 문제를 알려줬지만 청탁자가 합격권 밖에 머물자 순위를 끌어올려 최종 합격시키는 일도 있었다.

윤씨는 초교 버스기사에게 급여를 주는 것처럼 속여 이를 챙기는 뻔뻔한 모습도 보였다.

윤씨는 규정상 정년을 초과한 기간제 교장은 급여를 받을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수법으로 2009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23회에 걸쳐 6685만원을 급여로 챙겼다. 윤씨는 2003년 8월 명예퇴직한 후 그해부터 기간제 교장으로 근무했다.

한편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사립학교의 족벌운영을 규제하고 사학비리 척결을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비롯한 보수층의 반대로 실패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비리, 권력비리, 토호비리'를 3대 비리로 규정하고 척결 의지를 밝혔지만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동덕여대, 상지대, 세종대, 조선대, 등 사학비리로 쫓겨난 구 재단인사들을 대거 복귀시켜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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