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혼자라고 외롭다고 느끼지는 않았어요. 딕펑스 형들이 힘들 때마다 옆에서 잘 보살펴 줬거든요."

로이킴(19)은 23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엠넷 '슈퍼스타K4' 결승 무대에서 긴 여정 끝에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6년 째 활동 중인 베테랑 밴드 '딕펑스'와 겨룬 끝에 얻은 승리였다.

여러 명의 멤버가 고루 소리를 내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는 밴드와 달리 솔로 가수는 혼자서 넓은 무대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결승 무대 내내 네 명이 뭉쳐있던 '딕펑스'와 달리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혼자 서 있던 로이킴의 존재는 외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로이킴은 "밴드인 '딕펑스'가 네 명이 무대를 장악한다면 저는 솔로로 무대에 서기 때문에 부럽기는 했어요. 부담도 있었고요. 사실 '딕펑스' 형들은 서로가 있어서 부담감은 덜 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떻게 해야 밴드보다 멋있어 보일 수 있을지, 내가 잘하는 부분을 부각시킬 수 있는지 연습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우승자가 호명된 후 로이킴은 눈물을 글썽였다. 특히 부친 김홍택씨가 무대 위로 올라와 목에 화환을 걸어주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감동을 안겼다. 공부를 잘 하는 아들이(로이킴은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 경영학과 입학 통지서를 받은 상태) 처음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부친은 반대했기 때문이다.

"안아주시면서 아빠가 '축하한다. 이따 보자' 하셨어요. 아빠 얼굴이 보이니까 갑자기 울컥하더라고요. 아빠에게 제가 공부 외의 분야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몇 달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겠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많이 커졌네요.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로이킴은 첫 방송부터 눈에 띄게 뛰어난 용모, 명문대 입학 예정이라는 배경, 부친이 홍익대 건설 도시공학부(토목공학전공) 교수이자 국내 굴지의 주류회사(서울 장수막걸리) 회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매력적인 목소리에 겸손함까지 갖췄으니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게 당연했다. 우승자가 된 그가 생각하는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은 언제일까. 그는 '다른 사람이 1등을 할 것 같은 매 주'가 바로 위기였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의 특징이 독보적으로 1등을 했던 참가자가 없다는 것이죠. 이번주와 다음주, 또 그 다음주에 제일 잘한 사람이 바뀌었어요. 전 그냥 한 계단 한 계단 밟으며 천천히 올라왔던 것 같아요. 한 번에 주목받는 것 보다는 천천히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제 의도대로 된 것 같아서 감사해요."

프로그램에서 로이킴의 단짝을 꼽으라면 단연코 정준영(23)이다. 둘은 슈퍼위크 때부터 찰떡 호흡을 과시하더니 함께 부른 '먼지가 되어'는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쓸며 난다 긴다 하는 기성 가수들에게도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그렇기에 정준영에 대한 마음이 애틋하고 또 솔직하다.

로이킴은 실력보다는 인기 때문에 오디션에서 계속 살아남았다는 비난을 받은 정준영이 준결승에서 탈락한 것이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시즌 2에서 비슷한 이유로 일부 시청자들의 미움을 샀던 강승윤(18)은 톱4가 남은 상황에서 심사위원 윤종신(43)의 곡 '본능적으로'를 '빵' 터뜨린 뒤 탈락해 미움을 상쇄하는 계기가 됐다.

"준영 형이 팬덤이 강하잖아요. '이번에는 위험하다' 했던 순간에도 (문자투표로) 계속 올라왔고요. 대광 형(홍대광)이 떨어졌을 때는 좀 '멘붕'이었어요. 그러다가 형이 톱3 무대에서 떨어지니 오히려 득이 됐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좋은 결과이기 때문이 아니고요."

로이킴은 학업과 음악을 병행할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첫 방송에서도 '공부를 잘 하는데 왜 음악을 하느냐'는 이승철(46)의 질문에 '그렇다고 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이 적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놨었다.

"데뷔의 기준을 잘 모르겠지만 이미 '슈퍼스타K'를 통해서 데뷔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업도 절대 포기 안 할 겁니다. 음악과 학업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출 지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는 상금 5억 원 전액을 기부할 예정이다. 이는 부친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1등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부친이 '김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기부를 해야지'라고 대답해 내린 결정이다.

"아직 어디에 기부할 것인지는 정하지 않았어요. 다만 한 군데에 큰 액수를 기부하는 것 보다는 다양한 곳에 조금씩이라도 보내드리고 싶어요. 일단은 학대받는 동물들을 위해 쓰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결승전 무대에서 자작곡을 발표한 그는 저작권 수입도 기부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살면서 번 돈을 다 기부할 수는 없잖아요? 저는 뭘 먹고 살아요. 하하하"라며 능청스럽게 웃기도 했다.

한편 로이킴은 '슈퍼스타K'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특전으로 30일 홍콩에서 열리는 '2012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에 참가한다.

 <뉴시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