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가 광복 6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광복 60주년에 걸맞지 않게 우리 주위엔 일본어에 익숙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인의 독도 망언을 하거나 말거나 우리는 아직도 일본어를 즐겨 사용하고 있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일본어를 전혀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분명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외래어나 일본어를 써야 하는가 말이다.

일상생활에서 외래어나 일본어를 쓰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말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외래어나 일본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

특히 건설현장이나 기술전문분야 등에는 여전히 외래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 중에서도 일본의 잔재라고 할 수 있는 일본식 용어들은 생활 곳곳에 퍼져 있으며,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이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다.

한 횟집과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일본어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가께우동(가락국수), 노가다(막노동꾼), 단도리(준비,단속), 품빠이(분배), 엥꼬(바닥) 등 우린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러한 말을 사용한다.

그 중 이게 일본어인지 우리말인지 모르고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

돈까스, 레자, 레미콘, 사라다, 오뎅 등도 매우 즐겨 사용하는 말이다.

이것은 일본식 외래어다. 특히 돈까스, 사라다, 오뎅 등은 이제 완전히 한국어(?)로 굳어져서 바꾸는 작업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정도가 됐으니 우리말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 수 있다.

이들 요리명과 음식점에서 주로 사용하는 일본어는 그 동안 지속적으로 계도를 해 왔으나 아직까지 고쳐질 기미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우리말 속에 숨어든 일본의 언어잔재를 과감하게 청산해야 한다.

민족적 치욕을 그냥 두고서는 아무리 우리가 일제 청산을 외쳐봐야 허망한 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일본식 용어를 쓰는 몇몇 예를 보고 우리말로 고쳐 쓰는 습관을 들어 보자.

(1)입빠이 → 가득히. 대개 술집에서 술을 마실 때 "술잔을 입빠이 채워라"고 한다. 주유소에 가서 "입빠이!"라고 외치기도 한다.

(2)사라 → 접시. 접시에 담은 음식을 세는 단위로도 사용한다. 횟집에서 회를 주문할 때 '회 한 사라'라고 말한다.

(3)쯔끼다시 → 기본안주. 반찬이라는 뜻도 있다. "쯔끼다시 좀 더 주세요"라고 주문한다.

(4)다꽝 → 단무지.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중국요리집에서 "다꽝 더 주세요"라고 주문한다. 대표적인 일본식 용어이다.

(5)오뎅 → 어묵꼬치, 어묵. 최근에는 오뎅 대신 '어묵'이라는 말로 많이 고쳐지고 있는 대표적인 일본어 음식명이다.

(6)우동 → 국수. 일본요리집 뿐만 아니라 중국집 메뉴에도 우동이 있다. 모두 국수라고 해야 된다.

(7)다대기 → 다진 양념. 공영방송의 TV 요리강좌 등에서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일본어다.

(8)만땅 → 가득. 음식명은 아니지만 음식을 먹을 때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상당히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일본어다. "국물 만땅으로 넣어서 주세요"라고 주문하고 있다.

(9)요지 → 이쑤시개. 식당에서 이쑤시개를 달라고 할 때 "요지 좀 주세요"라고 말한다. 이쑤시개가 발음상 혐오스럽다(?)해서 '요지'란 말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10)히야시 → 차게 함. 술집에서 시원하지 않은 소주나 맥주가 나왔을 때 "히야시된 거 주세요"라고 한다. 주로 술이나 음료수 같은 것을 차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11)와사비 → 고추냉이 양념. 일식집과 횟집에서 초고추장과 함께 나오는 양념이다. 지금까지 횟집에서 "고추냉이 양념 한 접시 주세요"라고 외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12)아나고 → 붕장어. "아나고 한 사라 주세요"라고 하는데 아직도 "붕장어 한 접시 주세요" 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13)낑깡 → 금귤. 당연히 우리말인줄 알았던 낑깡도 일본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귤이라 해서 금귤(金橘)이라고 불려진다. 낑깡보다 발음도 좋고 의미도 좋다.

(14)앙꼬 → 단팥. 안꼬라고 발음될 수 있어 한국말인지 착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앙꼬 없는 빵', "앙꼬가 너무 많다" 등으로 쓰인다.

(15)야끼만두 → 군만두. 야끼만두는 '굽다'는 뜻의 '燒く'의 명사형 '燒き'에다가 '만두'를 합친 말이다. 요즘은 야끼만두 대신 군만두라는 말이 좀 더 많이 쓰여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16)다마네기 → 양파. 다마네기는 요즘 거의 안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식당 등에서는 가끔 사용하고 있다. "다마네기랑 다깡 좀 주세요"라고 한다.

'작은 것 하나가 모여 큰 것을 이룬다.'는 평범한 진리를 마음속에 가다듬고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는데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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