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들 "떨어진다 해서 기대했는데 뉴스와 달라 당황스럽다"
"협상기간 짧을수록 가맹점이 불리한 것 아니냐"... 불안한 표정들
카드사 "통신망사용료 때문" 변명에 금융당국선 "면밀 검토" 원론만 되뇌여

#서울 종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2)씨는 지난 22일 카드사들로부터 변경된 카드수수료율을 통보받고 깜짝 놀랐다. 대형할인마트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수료율이 떨어진다고 했는데, 오히려 대폭 인상된 수수료율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22일은 개정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시행 1달전으로, 변경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각 가맹점에 통보해야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여신금융협회에서 발표한 신(新) 가맹점 수수료 개편안에 따르면 월매출 5억원이 넘는 대형 가맹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맹점은 수수료율은 인하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6일 서울 종로 일대의 음식점과 커피숍 등 현장에서 중소가맹점의 사장들을 만나 카드사로부터 통보받은 수수료율을 확인해본 결과 여신협회가 내놓은 통계수치와는 차이가 있었다.

기존보다 높은 수수료율을 전달받은 김씨는 "뉴스에서 중소가맹점은 수수료율이 낮춰진다는 말을 듣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며 "원래 1.8%였던 가맹점 수수료율이 2.5%로 높아져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형 가맹점들은 협상을 할 수 있는 힘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작은 식당은 운영하는 사장들은 그럴 여력이 없어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아직 변경된 수수료율을 받지 못한 가맹점도 있었다.

한 커피숍의 사장은 "카드 수수료율이 변경된다는 통보도 받은 적이 없다"며 "협상기간이 짧아질수록 가맹점에게 불리한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7월 여신협회가 발표한 '신가맹점수수료 도입에 따른 영향분석'에 따르면 수수료율 개편으로 우대수수수료 대상사맹점을 제외한 일반가맹점의 87%가 1.8~2.3%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연구결과와 전혀 달랐다.

종로 일대 뿐 아니라 이번 수수료율 개편안으로 수수료율을 변경해야 하는 대부분의 가맹점은 인상된 수수료율을 전달 받았다.

수수료율 개편 이전 1.8%의 가맹점 수수료를 내던 서울 광진구의 한 칼국수 점포는 지난 22일 기존보다 높아진 수수료율을 통보받았다.

신한카드는 이 점포에 1%포인트 가까이 인상된 2.7%라는 수수료율을 통보했고, 비씨카드는 2.63%의 수수료율을 전달했다. 만약 해당 점포가 100만원의 가맹점 수수료를 내고 있었다면 약 50%가 인상된 150만원 상당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내야 한다.

구로구의 한 식당도 기존에는 1.8%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었지만 지난 22일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로부터 각각 2.48%, 2.62%로 인상된 수수료율을 제시받았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카드 수수료율 변경 대상 중 95% 이상이 인상된 수수료율을 통보받았다.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수수료율이 높아졌다는 회원사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이번 통보에 뭔가 오류가 있다면 카드사든 금융당국이든, 빨리 진상조사를 해서 서민들이 손 놓고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수수료 수입이 줄자 카드사들이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우대 수수료율 대상 가맹점을 늘려서 손해보는 부분을 일반 가맹점에게 전가해 수입을 보존하려는 꼼수인 것 같다"며 "87%가 인하된다고 해놓고 되레 87%가 인상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자신들의 탓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 결제 때마다 나가는 VAN(통신망) 수수료라는 고정비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수료가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신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VAN수수료를 감안하더라도 2만원~5만원이 평균결제금액인 가맹점의 경우 0.11%포인트 가량의 인하가 이뤄져야 한다. 2만원~5만원 결제금액 구간은 대부분의 음식점이 포함되는 구간이다.

금융당국 역시 손을 놓고 있다시피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수수료율이 협상 중이고, 개별 회사의 협상 내용을 모두 알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며 "여전법의 취지에서 벗어나는 협상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앞으로 면밀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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