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간 양자대결 구도로 굳어지는 가운데 대선 승리를 위해 이들이 롤 모델로 참고할 만한 역사 속 정치인이 누구인지에 시선이 쏠린다.

정치 전문가들은 수많은 정치가들 가운데 영국 수상인 벤저민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 1804~1881)와 스웨덴 수상인 페르 알빈 한손(Per Albin Hansson, 1885~1946)을 두 후보를 위한 맞춤형 모델로 꼽고 있다.

중원 장악에 힘쓰면서 각각 투표시간 연장과 보수 기득권층 달래기 과제를 안고 있는 이들 후보에게 전문가들의 이같은 조언은 꽤 흥미을 갖게 한다.

우선 디즈레일리는 박근혜 후보를 위한 롤 모델로 적합하다는 평이다.

그는 '보수당의 아버지'로 불리며 당의 지지기반을 넓히고 이념적 지평도 한층 확대해 오늘날의 보수당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치적·이념적 초석을 만들었다는 평을 듣는 인물이다.

선거권 확대와 참정권 부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가던 1867년 당시 디즈레일리는 토지소유계급과 농업종사자에게만 주어지던 선거권을 도시노동자들에게도 부여해 유권자 비율을 88%까지 끌어올리는 등 친노동자적 개혁법안을 다수 통과시켰다.

이외에도 디즈레일리는 보수의 입장에 서있으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저항하지 않고 유연하고 실용적인 리더십을 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선거권 확대 등 개혁법안의 불가피성을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변화의 흐름을 주도한 것이다.

그 결과 보수당은 전통적으로 인기가 낮았던 스코틀랜드에서도 적지 않은 의석을 획득했고 계층적으로도 노동자 계급으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확보했다. 나아가 잉글랜드와 소수의 특권계급에 의존하는 정당이 아닌 모든 지역과 계층을 상대로도 호소력을 갖는 실질적인 전국정당이 될 수 있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위기를 극복한 세계의 리더들'에서 "디즈레일리가 지금까지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그가 보수주의자였다해도 변화를 거부하거나 과거로 되돌아가려하지 않고 과감한 변화와 개혁을 추진해나갔다는 점"이라며 "이같은 유연하고 실용적인 리더십은 오늘날 우리가 처한 정치현실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의 멘토로 고려될 만한 정치가는 스웨덴의 한손 수상이다.

한손 수상은 사민당 당수이자 정부 수상으로서 오랜 기간 이념적 혼란과 정치적 무능력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사민당을 유능한 집권정당으로 변모시킨 인물이다. 그는 세계대공황과 제2차세계대전을 거치며 나라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사민당 장기집권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한손이 이끈 사민당은 세계 최초로 케인즈주의적 수요부양정책을 집행해 경제위기 극복에 기여했으며 적극적으로 사회복지정책을 실시해 스웨덴을 대표적인 복지국가로 발전시켰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한손이 '헤게모니 전략'과 '장남 전략'을 유효적절하게 구사했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노동자계급을 위시한 서민대중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이것이 사회구성원 전체에게 이익이 된다는 식으로 정당화함으로써 다른 사회계급·계층도 반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한손이 구사한 헤게모니 전략이다.

또 장남 전략이란 사민당을 사회구성원 중 약자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속 깊고 따뜻한 장남으로 비치게 하는 것이다. 정의감은 있지만 국정을 맡기기에는 어딘가 불안한 차남보다는 책임감 있고 유능한 장남을 자처해 유권자들의 신뢰감을 얻는 것이 바로 장남 전략이다.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는 '위기를 극복한 세계의 리더들'에서 "한손의 노선을 계승해온 사민당 입장에서는 한손의 정치노선과 리더십 스타일이야말로 사민당이 대중의 폭넓은 공감을 끌어내 장기집권과 지속적 개혁을 달성할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이라고 설명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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