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은 자원봉사자의날… 봉사활동 인증 개건여론 높아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지 못해 졸업하기 힘들어서 부랴부랴 봉사활동 했죠."

대학생 김모(26)씨는 지난해 학과 사무실 앞에 붙은 '봉사활동 미이수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자칫하면 학교에서 정한 졸업요건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지 못해 졸업을 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는 부랴부랴 인근의 한 봉사활동 단체를 찾아 한달 간 32시간의 봉사활동을 채우고 간신히 졸업할 수 있었다.

김씨는 "이런 봉사활동은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 억지로 한 측면이 있어 개인적으로도 찝찝하고 미안했다"며 "왜 평소 봉사활동 등 대외 활동을 충분히 하지 못했는지 지난 대학생활이 많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어설프게 몇시간 봉사활동 하고 자기소개서에 '스펙'이라며 쓴다고 취업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며 "굳이 졸업 요건에 봉사활동이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봉사활동을 대학만 졸업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고등학교 역시 필수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입시전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봉사활동을 제대로 할 여유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플(착한댓글)'을 봉사활동으로 인정하는 새로운 방법까지 등장했다.

선플달기운동본부는 선플 20개 당 1시간의 봉사활동을 인정해주고 있다. 이는 중·고등학교의 졸업과 대학 진학을 위한 봉사활동 시간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어 학생들의 호응이 높다. 또 이 단체의 홈페이지 왼쪽에는 '이달의 선플학교랭킹'을 공개하고 있어 학교간 경쟁을 유도하기까지한다.

뿐만 아니라 수시 전형을 통해 봉사활동으로 대학 입학도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한 학생이 집단 성폭행에 가담한 사실을 숨기고 '봉사왕'으로 대학에 입학해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9월 성균관대학교는 부정행위자의 합격을 취소한다는 학칙에 따라 A군의 합격과 입학을 취소했다.

A군은 지난해 '봉사를 많이 한 학생'이라는 교사추천서와 자기소개서로 성균관대 입학사정관제 리더십 전형에 지원해 합격했다.

하지만 그는 2010년 지적 장애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법원에서 소년보호 처분을 받은 것을 숨긴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합격이 취소된 것이다.

국민의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참여를 촉진하고 자원봉사자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매년 12월5일은 자원봉사자의 날이다. 하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자원봉사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봉사활동은 취업이나 대학 진학에 있어 하나의 '스펙'이 된지 오래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8월 공채를 준비하는 신입구직자 345명을 대상으로 '공채준비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2명은 봉사활동 등의 '공채관련 요건 획득'에 준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봉사활동 인증 기준을 단순히 시간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지속성이나 질로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기효 대구보건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국의 하버드 대학의 경우 봉사활동이나 헌혈을 하지 않으면 입학이 불가능하고 봉사활동을 교과목으로 넣어 가르친다"며 "취업이나 대학 진학에 있어 '스펙'으로 전락한 것은 우리나라 인증 시스템상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봉사활동 인증의 기준을 단순한 시간으로 따질 것이 아니라 어떤 시설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해 왔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정교한 기준을 도입한다면 자원봉사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선진국의 경우 봉사활동을 대학 입학 요건에 더 강하게 적용한다며 합리적인 보상이 봉사활동의 양적인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배 교수는 "국가의 복지제도가 손에 닿지 않는 부분을 어루만지는 것이 봉사활동"이라며 "호주의 경우 공용주차장 무료 이용 등의 합리적 보상인증으로 인구의 50%가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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