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5일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와 만남을 시도했다 실패한 것이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간 빚어졌던 '문전박대' 장면을 연상시키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 참석했다 오전 9시30분께 당사를 떠나 눈길을 뚫고 안 전 후보의 용산 자택을 찾았으나 만나지 못했고 결국 11시께 국회의원회관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문 후보 측이 안 전 후보 측에 갑작스런 방문 사실을 알렸지만 안 전 후보 측은 부재중이라며 만날 수 없다고 통보한 것.

정치권에서는 이번 상황이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를 찾았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던 상황과 유사하다는 시각이다.

당시 정 후보는 2002년 12월18일 저녁 김행 국민통합21 대변인에게 '노무현 지지철회' 논평을 발표하게 한 뒤 귀가했고 당일 밤늦게 노 후보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을 찾아오자 이인원 당무조정실장을 시켜 노 후보를 돌려보냈다. 노 후보는 정 후보의 집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지만 결국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두 사건의 배경도 닮은 꼴이다.

당시 정 후보는 단일화에 합의하고 노 후보와 선거운동까지 같이 했지만 노 후보의 한마디 발언에 불만을 품고 지지를 철회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거리유세에서 노 후보가 정 후보를 겨냥, "속도위반하지 말라. 민주당에는 추미애·정동영도 있다"고 말한 것에 불만을 품었다는 것이다.

안 전 후보 역시 정 후보처럼 후보사퇴 뒤 문 후보측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 캠프 간 불협화음 후 자신의 전격사퇴를 통해 단일화가 됐다는 점, 그 이후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향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 문 후보와 민주당의 정치개혁 수위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안 전 후보가 10년전 정 후보와 마찬가지 입장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문 후보가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칭찬한 발언을 놓고도 안 전 후보가 불편한 심경을 노출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문 후보는 지난달 28일 천안터미널 앞 연설에서 "안희정 도지사는 차세대 국가 지도자로 전국에서 기대 많이 받고 있다"며 "안희정 지사와 박완주 의원이 충남과 천안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발언했다. 10년 전 노 후보의 추미애·정동영 발언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10년 간격으로 벌어진 두 사건 사이의 유사성이 정치권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가운데 문 후보와 안 전 후보 간 갈등이 과연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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