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와 상관없이 개인이 공적자금을 마음대로 유용해 횡령·배임 등으로 처벌받는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이른바 '화이트칼라' 범죄다.

지난달 초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D건설사가 회사 직원인 김모(50)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20여년간 회사 자금을 관리해왔다. 김씨는 올해초 주식투자로 이익을 보자 회삿돈까지 끌어다 3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전액을 날리자 회사와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일주일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이번 사건이 있기 전까지 김씨는 회사 내에서 신망이 두터웠다. 회장이 개인재산까지 믿고 맡겨 둘 정도였다. 하지만 주식에 빠져 대박을 꿈꾸다 한순간 범죄자로 전락했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성동구의 한 전산장비 대여 업체에서 경리 여직원이 회삿돈을 빼돌려 구속됐다. 김모(25·여)씨가 지난 2008년 초부터 2년간 빼돌린 돈은 모두 16억7000여만원.

처음에는 200만원 정도를 빼돌렸지만 점점 대담해져 한번에 3000만원을 개인통장으로 이체시키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눈치챈 사장이 횡령한 돈을 갚으라고 하자 김씨는 오히려 사장을 협박 등 혐의로 고소했다.

김씨는 이렇게 빼돌린 돈 대부분을 성형수술, 명품구입, 호스트바 출입비용 등으로 탕진했다. 그러는 동안 한 때 연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록하던 회사는 결국 부도를 맞고 문을 닫았다.

이같은 유형의 범죄는 비교적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유명인들에게서도 유사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기업총수가 수백억원을 횡령해 법정에 서게 된 한화와 SK사건이 비슷한 구조다.

최근 이런 화이트칼라 범죄가 우리 사회에서 급속도로 늘고 있다. 사기·횡령·배임·불법자금 모금 등 화이트칼라 범죄는 대부분의 경제범죄를 포괄한다.

경찰청이 발간한 '2012 경찰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범죄는 2010년(25만2749건)보다 13.4% 증가한 28만6606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사기죄가 22만3463건으로 가장 많았고 횡령죄 2만6767건, 신용경매죄 1만5127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같은 화이트칼라 범죄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한탕주의가 깔려 있다. 자신의 지위와 지식을 조금만 활용하면 조금 위험해도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삐뚫어진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피해는 개인이 아닌 동료나 회사, 우리 사회 전체를 위협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뚜렷한 피해자와 폭력성이 없다는 이유로 비교적 관대한 처벌을 받는다. 또 증거 확보와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사안이 중요한 만큼 처벌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미한 처벌이 이런 범죄를 가볍게 여기게 만들어 결국 범죄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웅혁 경찰대학교 교수는 "기업체에서 일어나는 화이트칼라 범죄는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며 "사회적으로 법의식을 높여 예방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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