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앞으로 다가온 제 18대 대통령 선거(대선)를 앞두고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여야 대선후보가 앞다퉈 정치 혁신 방안 등을 내놓으면서 선거열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최근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이른바 '문재인 일병 구하기'에 나서면서 그 열기가 한층 고무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된 공식 선거운동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광화문 대첩'을 계기로 반환점을 찍으며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세(勢) 대결이 본격화되면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사상 첫 '여성대 남성'의 성(性)대결 구도라는 정치적 의미와 각종 여론조사 결과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초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어 판세 예측이 어려울 정도다. 특히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승자와 패자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더욱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이 지나쳐 때로는 납득하기 힘든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얼마전 한 시민이 '후보간 단일화'를 요구하며 투신자살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시민이 선거 사무실 인근 건물 옥상에서 자살 소동까지 벌였다.

안 전 무소속 후보의 재등판과 부동층의 향배, 투표율, 북한 미사실 발사 등 남은 선거운동기간 대선판을 흔들 주요변수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만큼 투표당일까지 대선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후끈' 달아오른 부재자투표 열기

이같은 정치에 대한 높은 관심은 재외 유권자 투표 등에서 고스란히 반영됐다.

제18대 대선에 처음으로 도입된 재외 유권자 투표에는 22만2389명이 선거인 명부에 등록했다. 해외 거주 중인 유권자 10명 중 1명이 등록한 것이다. 이는 지난 4·11 총선 당시 등록한 재외 유권자 12만3571명과 비교할 때 80%가량 증가한 수치다.

또 이번 대선 부재자 신고인 수가 역대 선거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대통령선거 부재자신고를 접수한 결과 108만6687명이 등록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부재자신고인 가운데 군인과 경찰, 선거사무종사원, 선거당일 투표소에 투표할 수 없는 일반인 등 부재자 투표소 투표 대상자는 97만3434명으로 나타났다. 또 이번 선거에 처음 도임된 선상부재자투표 대상자는 7060명으로 집계됐다.

◇TV토론 시청률 '쑥쑥'...트위터는 '북적'

대통령 선거를 2주 앞두고 지난 4일 열린 TV토론의 시청률도 지난 17대 대선에 비해 상승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4일 오후 8시부터 9시55분까지 대선후보 1차 TV합동토론 시청률은 KBS1과 MBC, SBS를 모두 합쳐 34.9%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7년 대선후보 TV토론 시청률인 27%보다 7.9% 상승한 수치다. 시청률 합산에서 제외된 종합편성TV나 인터넷, 케이블TV의 시청률까지 더하면 시청률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시청률 뿐만 아니라 후보간 토론 내용은 곧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많은 화재를 만들었다.

트위터와 다음소프트가 이날 발표한 TV토론 분석 결과 토론이 열린 2시간 동안 나온 트윗만 20만2301개다. 토론 당일 하루 동안 달린 모든 트윗수는 84만5418개에 달했다.

이는 안철수 후보 사퇴(70만개·11월23일)와 박근혜 후보 TV토론회(47만개·11월26일),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TV토론(45만개·11월21일),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합의(32만개·11월6일), 박근혜 과거사 사과(30만개·9월24일) 당시보다 더 높은 수치다.

특히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TV토론 다음날인 5일 줄곧 각종 포털사이트의 인기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더불어 누리꾼들은 토론 내용으로 각종 패터리를 만들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단일화 요구하며 투신자살…흉기 들고 자살 소동까지

이번 대통령 선거에 앞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투신자살과 자살 소동까지 벌어졌다.

한 50대 남성은 문재인 대선 후보와 안철수 전 대선 후보의 단일화를 요구하며 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을 했다.

지난달 22일 오후 5시10분께 전북 완주군 용진면 한 아파트 13층에서 유모(53)씨가 뛰어내려 숨진 것이다.

유씨는 투신하기 전 아파트 베란다에 삼베로 만든 플래카드를 걸었다. 이 플래카드에는 '뜻을 모아 주시고 한분은 수레를 끌어주시고 한 분은 밀어주셔서 행복한 복지국가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4일 뒤 오후 1시58분께 서울 종로구 공평동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 진심캠프 옆 건물 옥상에서 김모(26)씨가 흉기를 들고 투신 자살 소동을 벌였다.

김씨는 '문재인 후보를 데려와라', '목숨걸고 할 이야기가 있다. 투신하겠다'고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다. 그는 1시간45분 가량 경찰과 대치한 끝에 오후 3시45분께 경찰에 붙잡혔다.

이 같은 18대 대선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관심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변화'에 대한 갈망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또 이같은 열기가 높은 투표율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선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시민들은 현 정부의 소통 능력 부족과 사회적 갈등의 조정·해결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들이 표출되는 만큼 투표율로 열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팀장은 "대선을 앞두고 '지키자' 또는 '바꾸자'는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라며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정치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이 급등해 투표까지 기세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문가는 현 정치권의 '공감'과 '소통' 부재로 인한 상처받은 시민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 시민들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배터리가 소진된 듯 삶의 원동력을 잃은 '번아웃 신드롬(Burnout Syndrome·탈진 신드롬)'에 빠졌다"며 "이 때문에 자살률이 높아지고 묻지마 범죄도 나타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공감'과 '소통'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며 "현 정치권의 '공감'과 '소통' 부재로 인한 상처가 내면적 허무와 좌절과 동일시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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