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왼쪽부터) 새누리당 대선 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TV 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 후보의 2번째 TV토론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동 KBS 본관은 방송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선을 9일 앞둔 시점에서 치러진 탓에 이번 토론은 모든 후보에게 마지막 진검승부와 같았다. 각 후보 측은 토론 시작 전부터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지난 토론에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토론장에 들어서는 세 후보 측의 표정은 조금씩 달랐다. 이 후보는 오후 6시42분께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비장한 표정으로 출연자 대기실에 입장했다.

이 후보는 각오를 말해달라는 기자들의 부탁에 "정직하고 열심히 사는 분들의 마음을 잘 전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박 후보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도 '막말 논란' 등은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 후보와 함께한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토론 시작 전 "지난 토론보다는 차분하고 여유있게 진행하겠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1차 토론에 버금가는 것들을 내놓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 측은 이 후보의 거친 공세를 가장 신경쓰는 분위기였다.

오후 7시2분께 현장에 도착한 박 후보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채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기실로 입장했다.

박 후보 측 이정현 공보단장은 토론 전략에 대해 "일단 보시라"며 말을 아꼈다. 다른 캠프 관계자들도 대기실 안에서 별다른 대화 없이 자리를 지켰다.

문 후보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지난 토론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문 후보는 토론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 "열심히 해야죠. 잘 되겠죠"라고 짧게 답하면서도 세 후보 중 가장 밝은 표정으로 자신감을 표시했다.

오후 8시 세 후보는 경제·복지·노동·환경 분야를 주제로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박 후보는 붉은색 재킷에 회색 바지정장을, 문 후보는 감색 정장에 녹색 넥타이를, 이 후보는 베이지색 치마 정장을 입고 토론에 나섰다.

지난 토론보다는 거센 공방이 줄었지만 이 후보와 박 후보는 곳곳에서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박 후보가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고 시인한 6억원과 성북동 집 등의 세금 납부 문제를 문제삼으며 공세를 취했다.

이에 박 후보는 이 후보가 대선을 끝까지 완주활 생각도 없으면서 국고보조금 27억원을 받으려 한다고 반격했다. 또 문 후보에게는 '참여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견제구를 던졌다.

문 후보는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 분야에서 이 후보 공약의 현실성을, 박 후보 공약의 진정성을 지적하며 득점을 노렸다.

세 후보의 대기실은 방송이 끝날 때까지 긴장감이 감돌았다. 각 후보 측은 지난 토론 때와 달리 외부인의 대기실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숨죽이며 방송을 지켜봤다.

2시간여의 토론을 마친 세 후보는 모두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스튜디오를 나섰다.

가장 먼저 토론회장을 나선 문 후보는 토론 소감에 대해 "열심히 했다"면서 "경제 정책, 복지 정책, 일자리 정책이 아주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고 총평했다.

이어 "일단 정책의 차별성은 국민들이 확실히 아실수 있기 때문에 평가하고 판단해주시지 않겠느냐"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곧이어 나온 박 후보는 입장 때와 마찬가지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준비된 차량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퇴장한 이 후보는 박 후보의 토론 태도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후보는 "박 후보가 본인의 부동산, 6억원에 관련된 세금 문제도 대답을 안해서 대통령으로서 준비가 매우 부족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기출문제에 대해서는 준비를 잘 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도 제대로 안돼 있어 좀 놀랐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자신의 완주 여부를 문제삼은 것에 대해서는 "두 번째 토론회는 수첩을 좀 바꿔서 나오셨어야 한다"며 "세 번째에도 같은 수첩을 들고나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비꼬았다.

이날 토론은 장외 신경전도 치열했다. 문 후보와 이 후보 측은 유세차를 동원해 토론 시작 2시간여 전부터 KBS 정문 앞에서 유세전을 벌였다. 문 후보의 지지자 20여명과 이 후보의 지지자 50여명은 영하의 날씨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후보들을 응원했다.

박 후보 측은 유세차를 동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 후보의 지지자 30여명은 '100% 국민행복', '여성이 행복한 사회'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박 후보를 응원했다.

한편 KBS 새노조 조합원 20여명은 이날 토론 시작 전 본관 안에서 '공영방송 사수', '언론독립 보장' 등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박 후보는 입장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문 후보는 이들에게 손을 들어보이며 관심을 표시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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