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전 서울 광진구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배두나가 앤디 워쇼스키 감독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영화배우 배두나(33)가 '매트릭스'의 연출자인 라나·앤디 워쇼스키 감독이 스릴러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톰 티크베어 감독과 공동연출한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통해 할리우드로 진출했다.

배두나는 인간의 윤회를 소재로 한 이 영화 속 6가지 에피소드 중 3가지 에피소드에서 캐릭터를 달리해 등장한다. 특히 2144년 네오 서울을 무대로 하는 에피소드에서는 여주인공 '손미'를 열연했다.

한류스타도 아니었던 연기파 배우 배두나는 할리우드 진출로도 모자라 톰 행크스, 할리 베리가 앞에서 끌고 휴 그랜트, 수전 서랜든, 휴고 위빙이 뒤를 받치는 호화 출연진 속에서 주연배우 6명 안에 당당히 섰다.

13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이 영화 기자회견에서도 관심은 당연히 금의환향한 배두나로 집중됐다.

라나 워쇼스키 감독은 "배두나는 '고양이를 부탁해'를 통해 알게 됐다. 그 후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거의 다 봤다"며 진작부터 눈독을 들였음을 밝혔다.

라나는 "주인공 6명이 다양한 인종, 성별, 나이 등 시공을 초월하게 된다. '손미'라는 인물은 한국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티크베어 감독과 상의한 뒤 한국으로 연락해 만났다"고 전했다.

언어 장벽은 있었지만 배두나의 뛰어난 연기력이 라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했다. "스카이프로 처음 만났다. 배두나는 직접 대사도 번역하면서 대단한 노력을 했다. 초반에는 영어로 대화하기가 힘들었지만 연기는 탁월했다. 순수하고 인간적이면서도 초인간적인, 아이 같은 순수함을 가진 어른의 역할, 그러면서 혁명까지 이끌 수 있는 강인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촬영하면서 그녀와 렌즈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듯 나약함과 강인함을 너무도 완벽하게 표현해 줬다."

▲ 13일 오전 서울 광진구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배두나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144년 에피소드에서 배두나가 연기하는 '손미'와 사랑을 나누는 반군 장교 '장혜주'로 호흡을 맞춘 영국 배우 짐 스터게스도 아낌 없이 칭찬했다.

"처음에는 배두나가 한국 영화에서 어땠는지 전혀 몰랐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진 유명한 배우라고 들었을 뿐"이라면서도 "영화를 만들면서 서로의 영화를 봤다. 인물마다 어떻게 그렇게 다른 캐릭터를 표현해 낼 수 있는가에 대해 놀랐다. 조용한 내면을 가지고 얼굴로 표현을 하는 데에 타고난 연기력과 기술적인 연기력까지 고루 갖춘 배우라고 생각한다."

배두나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커버에 있는 세 감독님들의 이름만 보고도 '어떻게 이 시나리오가 내게 왔지?', '어떻게 날 알지?'하는 생각에 신기했다"고 털어놓았다.

쉽지는 않았다. "시나리오가 어려웠다. 그렇지만 한국어로 된 소설책을 읽고 손미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내가 하면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를 못해서 오디션을 보는 것 자체가 어렵게 느껴졌다. 촬영에는 겁도 없이 혼자 갔는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줍어하는 성격이라 먼저 다가가기 힘들었다. 처음에는 볼에 하는 키스도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배두나는 낯선 땅, 낯선 사람들, 낯선 언어가 있는 곳에서 용기를 내어 부대끼며 그들과 어우러졌다.

"저녁 자리가 있으면 참석하려고 하고, 성격의 한계를 뛰어 넘으려고 노력했다. 다른 사람들을 귀찮게 하면서 다 배웠다. 모든 것이 즐겁고 신선한 과정이었다. 감독님들, 배우들, 스태프들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감독님들과 여러 배우들, 영화에서나 보던 사람들과 함께 작업할 기회가 돼 정말 행복했고 재미 있었다."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것으로 국내 영화계 안팎을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배두나 자신은 오히려 덤덤하다. "이 작품에 출연하게 돼 정말 좋지만 나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연기나 나 자신을 의식하게 되는 면이나…. 그런 것보다는 외국에 나갔을 때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는 것 외에는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데이비드 미철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1억2000만 달러가 투입된 영화는 내년 1월10일 개봉한다. 배두나의 전라 베드신 탓일까, 청소년 관람불가다. 북미에서는 10월26일 개봉했다가 종영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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