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  사랑과 자유의 상징으로 한라산과 오름을 만들다.

- 한라산과 오름을 만들어 사랑과 자유(自由)의 암호(暗號)를 새기고 그 조율성(調律性)을 형상화 시키다 -

  이렇게 여신 설문대는 세상이 소용돌이치는 회색의 동공(洞空)의 중심에 섬을 팡돌처럼 내려놓고 세상이 건너가고 건너옴을 쉬이 할 수 있게 하고, 인간계 최상의 진리인 생명사상을 찍어 놓았다.

  그 다음으로는 영원에 이르는 삶이 도구인 사랑과 자유를 새겨 놓아야 했다. 이 지상계 공통의 명제인 평화, 그 평화로 가는 핵심 도구인 사랑과 자유, 그리고 그 조율 성을 새겨 놓아야 했다.
  “쉬운 일이 아니구나..” 중얼거리며 여신 설문대는 우선 섬의 균형미를 고려하여 한라산을 중심으로 바다를 향하여 안정된 구도를 유지하게끔 거친 쌓기로 바탕을 형성하며 조각하여 나갔다.

  이렇게 여신 설문대는,
  설문대 날짜로는 하루가 천년인 몇날 며칠을 작업하였다. 고된 작업이었으나 흐뭇했다. 이일을 사명으로 알고 즐기며 작업했기 때문에 그 고됨 자체가 흐뭇하고 달콤한 것이었다.
  아무리 대단한 노력가라 하드래도 즐기며 일하는 자를 따라가지는 못하는 것이다.(이 말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한 얘기일 것이다)

  이어차! 이어차!
  호흡을 조절하며 소리를 조절하여 압축공기로 내 뿜으며 기압소리를 내니 일이 더 신명이 나고 새로운 힘이 솟아올랐다. 퍼뜩! 하늘나라 특강시간에 아버지 옥황상제께서 강조 하시던 이어도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져 갔다. 하늘나라에서도 부러워하는 지상계의 이어도!
  지상계의 번영은 이 이어도의 바른 해석에 달려 있음은 천상계의 공공연한 비밀로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이어도는 바로 삶을 재생산 하는 힘찬 구호이며, 인간의 호흡 그 자체이며, “행동하는 기도” 그 자체이기 때문이었다.
  “서두르자” 여신 설문대는 생각을 멈추고 다시 작업에 몰입하여 갔다.

  평화의 상징인 사랑과 자유를 새기기 위해서는 우선 오름 들이 숫자와 위치를 정해야 했다. 오름 들이 숫자는 365개로 정하였다. 그것은 하늘이 운행도수에 맟추기 위함이었다. 지상계와 직통으로 연관이 되는 하늘이 운행도수는 365일 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지상계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 있는 이 섬에 365개의 오름을 만들어 놓기로 마음을 굳혔다.

  천상에서 내려올 때 가지고 온 불 흙속에서 골라낸 아름다운 자갈 알맹이 들을 표본적으로 400여개 골라내어 그 자갈 알맹이들을 자유로운 상태에서 골고루 뿌려 가장 자유스러운 위치를 잡게 하였다. 하늘이 운행도수에 맞추어 365개의 오름이 위치를 잡는 순간이었다. 여분을 두고 들판과 해안선에 자유롭게 뿌린 것이었다.

  이렇게 하여 오름 들이 숫자와 위치를 정하고 난 여신 설문대는 그리움이 물결처럼 밀려드는 가슴을 만져보고 봉긋이 솟아 오른 자신의 젖무덤의 형상을 본 따 가슴속 뜨거운 그리움을, 그 사랑을, 그토록 인간을 사랑 하였기로 하늘의 법도를 어기면서 까지 지상계를 열어 재낀 여신 설문대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형상화 시켜 나갔다.
  각기 크기가 다르고 모양이 다른 자갈들이 방향이나 자갈 눈이 모양을 고려해 가면서 크고 작은 오름 들을 봉긋하게 쌓아 올리며 조각하여 나갔다.

  오름의 생명은 바로 그 능선미(稜線美)의 굴곡에 있으므로 세상을 포근히 감싸 안은 이미지를 형상화하기 위하여 오름의 봉우리를 꼬옥 눌러 마치 볼우물처럼 오목하게 만듦으로서 안에서 보나 바깥에서 보나 한가지로 포근한 안정감과 따뜻함과 물이 고이는 듯한 정감이 있는 사랑을 조각하였다.

  그래서 지금도 오름 위에 올라가서 그 굼부리를 보면 오름 아래에서 오름을 볼 때 보다는 영 딴판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랑을 형상화 하여 오름 능선과 굴곡과 굼부리를 만들어 놓은 여신 설문대는 오름 봉이 우묵한 굼부리를 통하여 지맥(地脈)으로 흐르는 혈(穴)을 뚫어 놓았다.
이렇게 하여 오름과 오름이 서로 자유로우면서도 지맥을 통하여 보이지 않는 혈로 서로 연결이 될 뿐만 아니라 오름과 한라산, 오름과 세계, 한라산과 오름과 세계가 서로 통하도록 지하로 뚫린 지맥(地脈)의 혈(穴)을 통하여 서로 교감(交感)할 수 있게 하여 놓은 것이었다.
  이렇게 함으로서 세계가 세계를 서로 조율하는 뜻을 새겨 놓은 것이었다.

  하루가 천년인 몇날며칠을 온 정성을 다하여 이 작업에 열중하였다. 정신의 땀이 비 오듯 흘러 한라산 군데군데 주름이 패이고 계곡이 생겨났으나 징표로 그냥 두기로 하였다. 이것이 아흔 아홉 골을 위시하여 한라산 줄기에 패인 주름들이다.

  오름 들은 한라산의 기슭과 그 등성이에 있었으나 산맥으로 줄줄이 묶어놓지 아니하였다. 대부분이 산들을 보면 서로 산맥으로 연결되어 줄줄이 묶여 있음을 볼 수 있으나 이 섬이 오름 들은 그와는 반대로 봉긋 봉긋 웃으며 들판과 산등성이를 자유롭게 튀어 달린다.

  마치 그 모습은 어미가 새끼들을 자유롭게 거느리고 있는 형국이었다. 한라산 등성이 이곳저곳에 해안의 물가에서 자유롭게 물장구치는 모습 이었다. 어버이의 어깨에 허리에 매달린 아동들의 재롱이었다. 들판의 들소처럼 자유로운, 자유의 상징이요 사랑의 상징이었다.

  이렇게 오름 들은 산맥으로 하여 줄줄이 묶어 놓지 아니하고 오름 하나하나가 각기 자기가 있고 싶은 위치에 자유로운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름과 오름, 오름과 어미산인 한라산과 세계는 보이지 않는 지맥으로 연결하여 서로 감응하게 하여 놓았으니 참으로 보기가 좋았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자신이 새삼 이뻐 죽을 지경이었다.

  한라산의 높이도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게 하여 인간들이 가장 숨쉬기가 수월한 높이의 한도를 넘지 아니 하였다.
  정상(頂上)에 올라가서 하늘을 부르고 세상을 부를 때에도 적당한 기압수위(氣壓水位)를 유지해야 되기 때문이다.

  한라산은 오름들과는 달리 정상을 볼록 하게하여 하늘을 향한 여신 설문대의 망향의 정을 나타내었다.
  또한 산등성이에는 계절들을 수직으로 매달아 놓을 수 있게 하여 놓았다. 수만은 식물이 전시장이 되어 난대 온대 한대 식물들이 제 가각의 둥치와 나이테와 꽃대를 뽐내며 세월의 바람소리를 들으리라
  그래서 이 섬에는 여름에도 산정에 겨울이 있고 겨울에도 해안 변에는 푸른 채소들이 봄여름을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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