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선거 막판까지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접전을 벌였다.

그러나 결국 국민은 50%가 넘는 지지율로 박 후보의 손을 들어줬고 문 후보에게는 패배의 쓴 잔을 안겼다. 최대 핵심지이자 야권성향의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박 당선인은 문 후보를 되레 앞서거나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선전을 벌여 당선의미를 배가시켰다. 그만큼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특히 박 당선인의 승리는 이번 투표율이 75.8%로 2000년대이후 최고율 기록한 가운데 이뤄졌다는 의미가 크다. 대개 투표율이 70%가 넘을 경우 전례상 문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돼왔던 점에 비춰볼 경우 박 당선인의 승리는 이변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 주도세력인 40~50대의 지지가 상당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 당선인이 승리한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새누리당의 대선 접근법은 크게 세가지로 볼 수 있다.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란 슬로건 아래 지킬 수 있는 공약을 내놓고 국민들의 지지를 적극 유인한 박 당선인의 역량과 함께 당 차원에서의 전폭적인 지원을 효율적으로 전개, 보수세력을 튼튼하게 끌어안고 중도층을 공략한 것이 성공요인으로 분석된다.

박 당선인은 이번 대선 기간동안 준비된 여성대통령임을 강조하기 위해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확산시켜 나갔다. 신문·방송 광고를 비롯, 전화·인터넷을 활용한 선거운동 등 모든 방식을 총 동원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정치·경제·사회 등 각종 공약을 만드는데 당내·외 전문가들을 총 동원해 완성도를 높여 국민에게 제시한 것도 주효했다.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은 물론 이회창 전 총재를 끌어안는 등 보수세력의 총결집을 도모했고 나아가 동교동계의 대표적 인사인 한광옥 한화갑 전 대표, 민족 저항시인인 김지하씨 등 반대세력이라 할 수 있는 진보측 인사들도 적극 영입하는 '대통합'노력도 승리의 발판이 됐다.

이 같은 선거 전략과 더불어 박 당선인은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지난달 27일부터 본격적인 지방유세에 나서 지지세력을 끌어모았다. 또 새누리당은 문 후보를 겨냥해 검증 공방을 강화해나가기도 했다.

자칫 상대당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 전략으로 보일 수 있지만 새누리당은 근거를 앞세워 민주통합당 측에서 제기하는 의혹들에 대해 대변인들이 침착하게 대응해왔다.

이 같은 노력이 결국 막판까지 접전을 벌인 박 당선인과 문 후보를 두고 고민하던 국민의 선택을 받는데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다.

◇여성대통령과 여성 리더십 프레임 주효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되는 것 자체가 정치쇄신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며 국민들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특히 박 당선인은 여성 대통령의 강점을 '책임감과 섬세함을 강조한 여성 리더십'으로 꼽으며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어머니같은 마음으로 국정을 책임지겠다고 역설키도 했다.

또 그는 여성 리더십의 롤모델로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을 거론하며 여성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박 후보의 여성대통령 띄우기에 총력 지원키도 했다. 당 지도부는 공식 회의와 각종 행사에 참여해 여성대통령의 장점을 설명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몽준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우리나라에 여성 대통령이 나온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며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경우 여성의 사회참여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정치개혁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다"고 강조키도했다.

◇'지킬 수 있는 약속'을 내세우며 실현가능한 공약 제시

새누리당의 대선 전략은 크게 3가지로 전개됐다. ▲이명박 대통령 공격하지 않는다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한다 ▲언론의 자율성을 인정한다 등이다.

이중 눈여겨봐야할 대목은 '지킬 수 있는 약속'. 박 당선자는 정치·경제·사회 등 각종 공약을 공식선거운동기간 중 제시했지만 지킬 수 없는 공약은 제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정치쇄신 등의 공약이 다소 약하다라는 지적도 존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은 지킬 수 있는 공약을 우선 제시한 것을 강조하며 정면돌파를 택했다.

실제로 박 당선인과 문 후보에게 있어서 경제민주화는 경제분야 정책의 공통분모인 동시에 가장 뚜렷한 대척점이었다. 다만 경제민주화를 달성할 구체적 실행방안에서 두 후보는 분명한 시각차를 보였다.

박 당선인은 재벌개혁을 급진적으로 실시할 경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원칙아래 공정경쟁에 무게를 둔 경제민주화 정책을 발표했다.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정책에는 총수일가의 대기업 총수 일가의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에 대해서는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하고 대주주나 경영자가 저지른 중대 범죄는 사면권 행사를 제한키로 하는 등 강력한 제재조치도 포함됐다.

이는 사회 안정을 도모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데 최우선을 두면서 제시한 공약을 최대한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저 중도 보수층은 물론 진보쪽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회창·이재오 등 보수세력 결집과 진보세력 까지 '대통합'

새누리당은 박 당선인의 국민대통합행보와는 별개로 당 차원에서는 보수세력의 결집을 유도하기 위해 사활을 건 물밑전쟁을 벌였다.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합당,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의 박 당선인 지지 선언 등은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 당내 대권후보 경쟁자였던 정몽준 전 대표에 이어 선거 막판 친이계 좌장으로 불린 이재오 의원이 캠프에 합류한 것도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이 의원의 박 당선인 지지는 그 의미가 크다.

새누리당이 당내 보수세력 결집을 통해 전통적 지지기반인 보수표심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새누리당은 공식선거 남은 기간동안 젊은 층 유권자와 중도층 유권자를 공략했다.

특히 이회창 전 총재와 이재오 의원 등은 박 당선인의 일정과는 별개로 보수층 결집을 위한 행보를 독자적으로 펼치며 당 안팎에서 지원을 하기도 했다.

정통 민주당 인사로서 동교동계를 대표해온 한화갑 한광옥 전 대표의 영입은 문 후보측에 상당한 충격을 던져줬다. 특히 막판에 입장을 바꾸기는 했지만 무소속으로 호남쪽 유력인사인 박주선 의원의 지지를 이끌어낼뻔 했던 것은 박 당선인의 야당 인사 영입노력이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를 가늠케 하고 있다.

여기에 대표적 진보지식인이자 시인인 김지하씨가 박 당선인을 지지한 것 역시 큰 파장을 야기했다.

박 당선인이 이처럼 보수세력은 결집시키고 반대파였던 진보인사들도 대거 영입하는데 성공한 것은 판세를 유리하게 이끄는데 큰 동력이 됐다.

◇안 후보 지지층 보듬는 등 중도층 공략도 성공

특히 새누리당은 박 당선인과 문 후보간 일대일 양강 체제로 대선 구도가 재편됨에 따라 안철수 전 후보 지지층 보듬기에 나서는 등 중도층 공략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은 '안철수 신드롬'에 정치쇄신을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이 담겨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고 안 전 후보 지지층을 조금씩 흡수했다.

그 결과 안 전 후보를 지지해왔던 단체들은 하나 둘씩 새누리당 당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갖고 박 당선인을 지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단일화 협상의 잡음부터 안 전 후보 사퇴에 이르기까지 모든 책임을 문 후보와 민주당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안 전 후보가 구태 정치의 표본인 민주당의 벽에 가로막혀 사퇴하게 됐다는 점을 부각함과 동시에 민주당과의 차별화 전략은 선거 막판까지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는데 사용됐다.

아울러 선거 막판 민주당 측에서 네거티브 공세를 취할 때도 새누리당은 안 전 후보의 입장을 요구했다. 민주당 측에서 네거티브 공세를 취하고 있는데 새정치를 외치던 안 전 후보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안 전 후보는 마지막까지 침묵하며 문 후보 지원에 몰두했고 안 전 후보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본 유권자들의 표심이 움직였을 가능성도 높다.

◇北 장거리 로켓 발사…확실한 안보관 내세우며 표몰이

대선기간도중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것도 박 당선자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 박 당선인은 그간 대북정책을 발표하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그는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천안함·연평도 사태,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등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는 방침을 견지했다.

또 10·4공동선언, 6·15공동선언 등 남북이 협의한 약속의 이행과 경제 협력도 이런 조건들이 충족돼야 지켜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당선인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선거 유세를 통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며 비판키도 했다.

박 당선인의 확실한 안보관은 서해북방한계선(NLL)과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은 문 후보와는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TV 토론, 겉으로는 이정희 勝 내실은 박근혜

공식선거운동기간 중 세차례에 걸쳐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대통령 후보 TV토론회'도 이번 박 당선인의 승리에 기여했다.

박 당선인와 문 후보,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와의 3각 구도로 펼쳐진 1차 TV토론에서 박 당선인은 이 후보의 공세에 당황스런 모습도 보였다.

당시 이 후보는 '충성혈서를 써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기 마사오. 한국 이름 박정희는 4대 매국 한일협정을 밀어붙인 장본인',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다. 저는 박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리고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룰 것' 이란 발언을 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다만 이 후보의 부각은 박 당선인을 상대해야할 문 후보에게 최악의 상황을 가져왔다. 문 후보도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부각시키기 위해 애를 썼지만, 두 여성후보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박 당선인은 이 후보의 공세를 방어하기만 했는데도 상대적으로 덜 부각된 문 후보 덕분에 내실을 챙겼다는 평가다.

이후 2차 TV 토론에서도 이 후보와 박 당선인의 설전은 이어졌다. 이 후보는 박 당선인을 지속적으로 공격했고 박 당선인은 침착하게 방어를 하는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도 문 후보의 존재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지막 TV 토론이 열린 지난 16일에는 이 후보가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해 박 당선인과 문 후보간 일대 일 토론이 열렸다.

문 후보는 박 당선인을 상대로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며 공세를 펼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선거를 사흘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 마음을 돌리는데는 역부족이었다.

◇막판 묻지마식 네거티브…경찰조사 결과 무혐의 민주에 타격

민주통합당 측에서 국정원 직원 김모씨가 거주하고 있는 서울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 앞에서 대치를 벌이며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고 주장한 사건도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에 호재로 작용했다.

민주당측은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경찰의 신속한 수사 요구 등 새누리당의 불법 선거를 규탄하고 나섰다.

문제는 민주당 측에서 국정원 직원 김모씨 오피스텔의 호수를 알아내기 위해 고의로 주차된 차를 들이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또 경찰이 서둘러 조사를 벌인 뒤 댓글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도 새누리당 측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민주당은 수사중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여직원을 피의자로 몰아세웠고 TV토론에 참석한 문 후보 마저 국정원 여직원을 피의자로 규정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결과가 발표된 직후 새누리당은 즉각 역공을 취했다. 새누리당 대변인들은 "민주당 문 후보가 국민앞에 즉각 사죄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이번 국정원 여직원 댓글과 관련된 진실은 명백히 드러났다"며 "이번 사건은 결국 민주당 문 후보측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저지른 선거공작이었던 것"이라고 비판하며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근거없는'쪽으로 기울면서 문 후보측에 실망한 표심이 대거 박 당선인쪽으로 기우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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