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전경련을 방문해 각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기업정책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26일 경제단체들과 잇단 접촉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보여준 메세지는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 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를 차례로 방문해 관계자들과 티타임을 가진 뒤 맨 이어 재계창구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단과 면담을 가졌다.

중기중앙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박 당선인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인 여러분이 잘 돼야 한다"며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박 당선인의 행보를 두고 박선규 인수위 대변인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먼저 만나고 마지막에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을 만나는 순서를 생각하면 박 당선인의 경제 정책의 단면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일정은 중소기업과 영세상인 등 경제적 약자들을 우선 배려하고 뒷받침하겠다는 당선인의 강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또 새 정부가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이들 분야에 맞춰 진행하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朴 "중소기업 경제의 당당한 주연으로 거듭나도록 할 것"

박 당선인은 이날 "제가 약속 드린 것 중 가장 큰 약속이 중산층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이 중심이 된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기업인들이 기업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없고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으며,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속에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중산층 70% 복원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또 9988(중소기업은 우리나라 기업 수의 99%, 고용의 88%를 책임진다는 말)을 거론하며 "아무리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중소기업인들은) 그동안 저력을 보여줬다"며 "어렵더라도 힘을 합쳐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세계적인 경기 침체 상황을 맞아 경제를 살리는 일이야 말로 다음 정부가 해야될 가장 큰 책무"라며 "그 중심에 9988의 중소기업 살리기가 있다. 이제는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의 조연이 아닌 당당한 주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경제가 대기업과 수출에 의존하는 외끌이 경제 성향을 보였다면 이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가고 내수와 수출이 함께 가는 쌍끌이 경제로 만들겠다"며 이를 위해 "정부지원을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재편하고 대기업과의 관계도 확실하게 고쳐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정리해고 자제하고 변화해야"

박 당선인은 이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방문, 대기업 총수들로 구성된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정당한 기업활동은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마땅한 일"이라며 "정당한 기업활동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의 투자와 경영이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대기업도 변화해주길 바란다. 경영의 목표가 단지 회사의 이윤 극대화에 머물면 안되고 공동체 전체와의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회의실에서 소 상공인 단체장들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그는 특히 "앞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를 시작할 것이 아니라 어렵더라도 근로자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지혜와 고통 분담에 나서줄 것을 부탁한다"며 "한창 일할 나이에 퇴출을 시키는 고용 형태는 앞으로 자제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이나 골목상권까지 파고들어 소상공인들의 삶의 터전을 침범하는 일도 자제돼야 한다"며 "서민들이 하는 업종까지 재벌 2~3세가 끼어드는 것은 기업 본연의 역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은 글로벌 해외 기업을 상대로 경쟁을 해야지 골목상인의 삶의 영역을 빼앗으면 안된다"며 "이런 문제 의식 때문에 저는 오래전부터 원칙이 선 자본주의를 경제의 정책 기조로 삼아왔고 우리 경제의 원칙을 지켜 나가고 힘을 모아 노력하면 지금의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대기업들 건의도 잇따라

전경련 회장단은 이날 간담회에서 새정부와 협력해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면서 다양한 건의도 했다.

전경련 회장단은 "경제민주화가 시대 흐름인 것은 맞다"면서도 "기존 순환출자는 역기능도 있지만 순기능도 있기 때문에 순환출자 규제에 대한 제도를 다시 한 번 점검해달라"고 건의했다고 조윤선 대변인이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기업이 문화 복지를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며 "정부 예산 중 문화 복지 재정규모를 대폭 확장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일시적인 자금 경색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는 분야에 대해 정부의 금융 지원이 이뤄지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건의에 대해 박 당선인은 "기업 활동을 하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경우 기업에 대한 지원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면서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는 기업의 경우 국가가 금융 지원을 해서 어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우리 나라의 경우 소외계층에서 문화 갈증이 크다. 앞으로 국가가 어떤 지원을 할 지 의논할 것"이라고 계획을 말했다.

또 "사회적 기업 활성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협력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며 향후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국회에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유통법)에 대해서는 "대형마트와 최근 유통법 개정을 두고 관련 피해를 볼 수 있는 농어민, 소상공인, 중기연합회에서 일부 양보해서 개정에 찬성한 만큼 국회에서는 빠른 시일내에 통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11월 전경련을 방문해 경제 5단체장과의 회동을 가진 바 있다.

박 당선인의 이번 중기회·전경련 방문은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경제민주화 실천을 위한 재계의 협조를 구하기 위함으로 보인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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