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임기 말 대통령을 '절름발이 오리'(레임덕·lame duck)에 비유한다. 힘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처량한 신세를 빗댄 것이다.

요즘 제주도교육청 모습도 예외는 아닌 듯 싶다. 분위기가 한마디로 썰렁하다. 21세기 제주교육의 미래를 열어나갈 교육기관으로써 보여줘야 할 활력이 사라졌다.

임기 말은 권력의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더 강해지는 시점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인사비리 의혹을 둘러싸고 언론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김태혁 교육감의 표정은 외롭다. 때론 고통스런 표정마저 감추지 않는다.

선거직 교육감으로서 8년 가까이 제주교육을 이끌어온 강인한 지도력과 비교하면 '청년'과 '노인'의 차이다.

내 발로 나가지 않겠다!

김태혁 교육감은 요즘 측근들에 대해 강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궃은 일은 하지 않겠다는 듯 등을 돌렸고, 입을 꽉 다물었다. 고작 생각해낸 게 용퇴론이라고 한다. "교육감님이 물러나면 모든 게 정리될 것"이라는 게 몇몇 측근들의 건의였다. 그리고 침묵…. 그게 전부다.

김 교육감은 지난 17일 도교육청 기자실을 찾아 "측근 인사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사람은 원래 가깝고 능력이 있으면 그 사람을 택해 쓰는 게 아닌가 한다"며 측근 인사를 인정했다. 김 교육감은 그러나 "가까운 사람을 썼다는 건 부인하지 않겠지만 이미 검증된 사람"이라며 해명했다.

인사비리 의혹과 강병준 기획관리국장의 죽음, 아파트 불법개조로 인해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김 교육감은 고심 끝에 '나 혼자라도'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명예전쟁인 셈이다. 부끄러운 짓을 한 게 없다. 모든 것은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등을 돌린 측근,  입 꽉 다문 측근들을 생각하면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제할 수 없다. 아무리 임기 말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그대들이 내게 이럴 수 있나! 

교육감이 라오스에 출장 가 있는 동안 측근들이 적극 나서 사태를 수습했더라면 이 정도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가져본다. 그러나 이미 엎지러진 물이다.   

때리면 맞을 수밖에 없지 않나?

조직의 장이 레임덕에 빠졌을 때 위기가 찾아오면 대책이 없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레임덕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게 모든 조직의 장의 심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울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게 세상 이치다.

자신의 이익만을 좇아 원칙과 소신, 의리를 헌신짝처럼 내던진 측근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것은 희극이자 비극이다.
 
김 교육감으로서는 어떻게 무리 없이 마무리해야 할지 전념해야 할 때다. 내년 1월 교육감 선거관리도 도교육청의 몫이다. 또한 인사비리 의혹은 검찰수사 과정을 통해 낱낱이 밝혀질 게 아닌가.

레임덕은 피해갈 수는 없지만 적절히 통제하고 활용할 수는 있다고 강조한다. 레임덕을 관리하라는 얘기다. 그렇게 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마음 비우기'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