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7일 구럼비바위 발파 당시 모습.

# 박근혜 대통령, 정부조직법 개편안 정치적 타결 차단 야댱 책임 전가

“태산은 작은 흙덩이도 사양하지 않기에 그 큼을 이를 수 있었고, 강과 바다는 가는 물줄기도 가리지 않기에 그 깊음을 이룰 수 있었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글귀다.

새 정부 출범 10여일이 지났지만 여야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놓고 대립각이다.

정부조직법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직접 나섰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우려하는 대표적인 사항을 많이 받아들였다며 협상 지연 책임을 야당에
떠넘겼다. 또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통과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언뜻 국정운영 누수를 우려한 대국민 담화로 보인다. 그러나 속을 보면 원안 고수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일방통행식 통치의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 있다.

현행 정부조직법상 존재하지 않는 장관 내정 등에 대해선 일체 사과도 없다. 또한 늑장 인선과 부실 인사 등에 대한 언급도 없다. 국정 운영을 운운하면서 국회 청문회에서 인사보고서가 채택된 장관 내정자에 대한 임명도 않는다.

국정 표류를 걱정한다면 이명박 정부와의 ‘동거’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원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정부조직법 통과 이후 장관들을 한꺼번에 임명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은 구 시대적 지도력이다.

더욱이 정부조직법 개정 문제는 국회 고유권한이다. 5선으로 15년간 국회의원직을 지냈던 박 대통령도 모를 리 없다.

국회에서 여야 간 첨예한 대립 속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최적의 안이 도출되면 오히려 원활한 국정 운영에 약이 된다.

정부조직법 개정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고, 야당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국민을 앞세워 야당을 겁박하려는 발상은 권위주의 시대, 과거로의 역주행이다.

민주사회는 다양한 정치세력이 공존한다. 이 때문에 정치집단 간 이해 충돌은 필연적이다. 정당 내 역학구조도 마찬가지다. 갈등과 대립 국면마다 국민의 힘을 빌려 해결하려는 것은 반민주적이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을 자양분으로 더욱 튼실하게 된다.

박 대통령이 국민과 약속했던 정권교체를 넘는 정치·시대교체를 위해, 그리고 국민대통합을 위해서라도 반대 세력과도 동행해야 한다.

정치는 소통을 통한 타협과 대화를 통한 포용으로 발전한다. 독선과 독주, 불통과 단절은 정치를 후퇴시키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 새 정부,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우려…제주해군기지 문제 해결 요원

정치 시대에 통치가 부활하는 모습에서 우려되는 대목이 제주해군기지 문제다.

7일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가 발파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대한 박근헤 정부의 대응에 주목하는 이유는 국책사업에 대한 향후 위기 관리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제주해군기지도 이 중 하나다.

강정마을회와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등 시민사회단체, 평화활동가들은 제주해군기지 백지화를 위해 끝가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통합당도 제주해군기지 검증특위를 구성,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검증특위는 부대의견 이행여부를 둘러싼 쟁점 점검과 갈등해결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여야는 지난 1월 1일 올해 제주해군기지 예산과 관련 '2011년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사업조사소위원회에서 권고한 3가지 사항을 70일 이내에 이행해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한 뒤 예산 집행해야한다'는 부대의견을 합의하고 의결했다.

민주통합당은 그동안 ‘70일 검증기간’을 제주해군기지 공사 중단이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반면 국방부와 새누리당은 합의 내용에 ‘공사 중단’이라는 문구가 없음을 들어 공사를 강행하고 있고, 이를 묵인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제주해군기지를 ‘크루즈관광 허브’가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핵심은 ‘안보’와 ‘관광’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다.

제주해군기지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민·군 커뮤니티를 제시했다. 민·군 커뮤니티의 역할은 제주해군기지 공사 과정에서 제기된 민원 지속 반영 및 소통을 통한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 문제 해결이다.

새 정부 들어 제주해군기지 문제 해결에 대해선 아직 언급이 없다.

그러나 정부조직법 개편안과 관련 정치적 타결 여지를 차단해버리는 대응 방식에서 제주해군기지 문제 역시 일방적 추진이 우려된다.

이같은 조짐은 대통령직 인수위가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 적기 완료를 강조한데서도 엿볼 수 있다.

정부조직법 원안 고수를 위해 야당에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에서 ‘안보’를 위해 제주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원칙’ 지키기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민·군 커뮤니티가 가동되더라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주민과의 소통 단절은 이명박 정부와 다를 게 없다.

박근혜 정부가 소통을 통한 국민대통합을 주창했기에 이명박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으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강정마을의 행복 불씨는 ‘안보’를 내세운 압박과 불통 대신 설득과 대화를 통해 지필 수 있다.

태산의 웅장함을 유지시키는 것은 한 줌의 흙과 돌멩이가 그 자리를 지키기 때문이다. 한반도 역시 마을 공동체의 총합이다. 마을 공동체는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강정마을도 그 중 하나다.<제주투데이>

<강한성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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