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아는 태어날 때부터 두 손을 합쳐야 ‘네 손가락’이 전부였다.

선천성 기형으로 가늘게 붙어 있던 두 다리도 세살 때 절단했다.

1급장애아 희아가 피아노와 만난 것은 어머니 우갑선씨(48)의 '독한 장애아 엄마의 모성' 때문이었다.

희아가 여섯 살 때 연필이라도 쥐게 해주려는 마음에서 피아노 학원을 찾았다. 그러나 네 손가락뿐인 희아를 받아주는 학원이 없었다.

그러길 100일 만에 우씨는 자신이 간호사로 근무하던 병원에 입원한 피아노 학원 원장선생을 만나 힘들게 피아노 레슨이 시작됐다.

휴일도 없는 하루 10시간의 지옥 훈련에도 희아가 짚는 건반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손가락 자체에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원장선생님과 1대1 교습을 계속했고 급기야 희아는 몸살을 앓아 눕기까지 했다. 손가락 끝은 물집이 생겨 터지길 반복했다.

 남은 네 손가락마저 잘릴 정도의 혹독한 레슨이었다. 그러길 100일, ‘학교종이 땡땡땡’하고 희아가 짚는 피아노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희아의 가족과 선생님은 서로 껴안고 목 놓아 울었다.

우씨의 집념과 희아의 인내, 선생님의 가르침이 빚은 삼중주였다.

이때부터 희아의 피아노 연주는 ‘급물살’ 그대로였다.

92년 전국 학생 음악연주 평가회에서 희아는 유치부 최우수상을 따냈다.

그 후 희아의 신들린 연주는 비장애인들을 제치며 각종 상을 휩쓰는 행진으로 이어졌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희아의 ‘네 손가락의 환상곡’은 여러 번의 방문 연주 등을 통해 많은 장애인들에게 꿈과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다.

이희아, 그녀가 여고생(주몽학교 고등부 2학년)이 돼 엊그제 제주를 찾았다.

한경면 체육관에서 열린 장애인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기위한 연주회가 그것.

희아는 티 없이 맑은 웃음을 띠며 베토벤의 ‘환의의 송가’ 등 8곡을 멋지게 연주했다.

가득 메운 관중이 자신의 말처럼 ‘무대 체질’인 희아를 그냥 두지 않았다. 기립박수로 앵콜을 요청하자 3곡을 더 연주 했다.

해바리기의 ‘사랑으로’등 앵콜곡은 연주와 함께 노래까지 부르며 화답했다.

떠나고 싶지 않은, 헤어지기 아쉬운 가장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1급 장애의 남모르는 아픔과 어려움을 이기고 시종 관중을 제압하는 희아의 늦가을 선율에 지켜보던 모두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티 없이 맑은 얼굴로 빚은 고은 선율에 관객들이 속으로 되뇌인 것은 ‘희아야! 너 정말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희아의 뒤에 서계신 어머니, 당신은 세상의 어머니 가운데 가장 아름다우십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