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찬(35·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대한민국 우슈 태극검·태극권의 최고수다. 제14회 부산 아시안게임 우슈 남자 전능부문에서 무결점의 연기를 선봬 금메달을 일궈냈다.

양성찬(34·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의 우슈 부문 정상 등극은 한국 우슈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데 의미가 크다.

지난 1990년 베이징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못 올렸던 한국으로서는 양성찬의 메달을 통해 바야흐로 우슈까지 메달밭을 넘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종목 재건을 위해 안간힘을 쓴 대한우슈협회의 꾸준한 지원 속에 우슈에 대한 열정 하나로 자리를 지켜온 끝에 대표팀 고별무대로 삼은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비로소 결실을 맺은 것이다.

양성찬은 어느 순간 ‘혜성’처럼 등장해 금메달의 성과를 올린 것은 아니다.

단지 홍콩의 쿵푸 영화에 매료돼 제주전문대 1학년이던 지난 1987년 취미 삼아 우슈에 발을 들여놓았던 양은 지난 95년 비로소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대표적인 ‘늦깎이’선수인 셈이다.

1991년 대학을 졸업했을 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을 꿈꾸던 그에게 우슈는 특기이자 취미였을 뿐이었지만 1992년부터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시작한 이후 단 시간에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국내 최고수로 떠올랐다.

1992년부터 태극권을 전공으로 삼은 양성찬은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안정돼 있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종목이라 할 태극권 부문에 제격. 그러나 뒤늦게 시작한 선수생활이 그다지 평탄하지는 못했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무관심 외에도 1997년 이중선수 등록 파문과 함께 우슈협회 파행에 따른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출전 좌절 등 시련도 컸다.

그러나 양은 우슈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열정 하나에 의지, 땀을 흘린 결과 1998년부터 내리 전국체전 4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는 한편 2001 세계우슈선수권대회 태극권 1위에 이어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양성찬의 이러한 노력 뒤에는 스승이자 인생의 반려자로서 내조를 아끼지 않은 중국인 아내 먼간홍(33·門敢紅)이 있었다.

그의 스승으로 처음 만나 결혼에 골인한 중국인 부인의 금빛 내조는 우슈계의 미담거리. 양성찬이 부인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996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부터 대표로 발탁된 양씨는 종주국에서 기량을 쌓기 위해 2개월동안 베이징 우슈유엔(北京武術院)에서 수련을 했고 그때 그를 지도한 전임코치가 바로 먼씨였다.

부친이 전 베이징체육대학 교수로 중국 우슈계의 대부였던 먼씨는 7살 때 자연스럽게 우슈에 입문해 현역선수 생활을 마친 뒤 코치로 재직하다 운명처럼 양씨를 만났던 것이다.

자신의 개인코치였던 먼씨와 1997년 12월 결혼한 양성찬은 그의 헌신적인 지원 속에 기량이 더욱 원숙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부의 딸과 결혼하고 열심히 무술을 연마한 끝에 두 사람의 해피엔딩이 이어지는 게 한편의 무협소설을 보는 것 같다.

양성찬은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후 “나 하나만을 위해  한국으로 온 아내에게 이 모든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을 정도로 아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양성찬은 북제주군 조천읍 조천리 출신이며, 제주상고·명지대를 졸업했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으로 옮기기 전에는 도 대표로 활약, 전국체육대회 4연패와 2001년 제6회 세계우슈선수권대회에서 태극권 금메달과 태극검 동메달을 땄다. 세계선수권대회의 금은 제주출신으로 1997년 로마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부은경에 이어 두 번째 쾌거로 기록되고 있다.

양성찬은 서울 신천에서 우슈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부인처럼 앞으로 후진양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그리고 늘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힘들어 포기하려 할 때마다 영원한 스승, 부인을 떠올린다. 그때마다 아내는 말한다. “일등을 했을 때나 꼴찌를 했을 때나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는 게 태극권의 가르침”이라고.

프로필
- 생년월일 : 1968년 10월26일
- 소속팀 :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 학력 : 조천교-조천중-제주상고-제주산업정보대-방송통신대-명지대 체육대학원 사회체육전공
- 주요 경력
·제5회 회장배 전국우슈선수권대회 태극권 1위(1993)
·제75회 전국체전 태극권 1위(1994)
·제3회 세계우슈선수권대회 태극권 1위(1995)
·제4회 아시아우슈선수권대회 태극검 1위(1996)
·제79회 전국체전 태극권 1위(1998)
·제80회 전국체전 태극권 1위(1999)
·제81회 전국체전 태극권 1위(2000)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 전능(태극권·태극검) 1위(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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