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로 악화된 한·일 양국 정부 사이에서 오승환(31) 야구 선수의 일본 진출은 무더운 한 여름의 소나기처럼 상쾌한 청량감을 주었다.
 
스포츠신문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발간하고 본사를 도쿄·오사카·큐슈에 두고 있는 스포츠닛폰(약칭, 스포니치) 신문은 11월 21일부터 오승환 선수 기사를 1면의 전면기사로 종종 보도하고 있다.
 
12월 4일 서울에서 정식 계약(2년 계약금 8억5000만엔, 한화 약 85억원) 한 기사가 1면과 2·3먄에는 호텔에서 기자회견하는 한 장의 사진을 연결시켜 5일자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했었다.

TV 카메라 12대와 한·일 보도진 120여 명이 몰려들었는데 오승환 선수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몇 차례의 궁지를 극복한 백전연마의 '석불'이었다는 기사도 있었다.

그 전에 기사들은 내년 2월 1일 오키나와 캠프에는 첫 번째로 참가하겠다고 선언했다면서 상의를 전부 벗은 사진까지 1면에 게재하고, 그동안 괌에서 자주 트레이닝을 한다는 기사까지 자세히 보도했다.

오승환 선수에 대한 몇 차례의 파격적인 1면 게재와 기사 내용에 솔직히 필자는 어떤 불안감 마저 느낄 정도로 공들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센트럴리그 한신(阪神) 타이거스 기관지를 방불케 하는 스포츠닛폰신문이 오승환 선수의 한신 타이거스 입단은 절호의 기사감이었다.
 
마무리 투수 부재로 우승을 놓친 한신 타이거스의 오승환 선수 입단은 구세주나 다름 없었다.
 
한국에서 5회의 최다 세이브와 역대 최고의 277 세이브를 기록하고 시속 157㎞의 구속 투수 오승환 선수의 기사는 계약 성립 이전부터 동 신문의 1면을 장식했다는 사실은 그에 대한 기대감의 방증이다.
 
칸사이 지역(오사카 지역 일대)의 한신 타이거스 구단은 도쿄의 교징(巨人) 자이언트와 오사카의 한신 타이거스라는 상대적 대비 속에 센트럴리그 인기를 양분화 하는 팀이다.
 
반골의 한신 타이거스와 엘리트 교징 자이언트라는 상징적 도식도 수학 공식처럼 불변의 법칙 속에 야구팬들만이 아니고 일본 국민들에게 뿌리 깊게 인식돼 왔었다.
 
지금까지 교징 자이언트에는 한국의 스타 선수들의 입단하여 주목을 받아 왔지만 그 명성에 걸맞는 성적을 남긴 예는 드물었다.
 
그런데 한신 타이거스에는 한국 출신의 선수 입단은 한 사람도 없었다.
 
물론 유명한 재일동포 선수들은 있었지만 공식적이고 일반적으로 '저 선수는 한국 선수다'라는 팬들의 인식은 희박했으며, 선수 자신도 적극적으로 갖고 있지 않았었다.
 
이러한 인기 팀 한신 타이거스에 한국의 일류 마무리 투수 오승환 선수의 입단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톱 뉴스였고 좋은 의미에서 엄청난 사건이었다.
 
"센트럴리그 최하위라도 좋지만 교징한테만은 지지 말고 이겨야 한다. 그것마저 저버린다면 용서할
수 없다."
 
저차원의 감정적 대립에서 오는 적개심이 아니다. 반골의 한신 타이거스의 서민 감정을 대표하는 선의의 경쟁 속의 상징성을 의미하는 응축된 캐치프레이즈다.
 
한신 타이거스에 한국 출신 선수의 입단은 너무 늦었다. 지금까지 이 구단에 한국 출신 선수가 없었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는 사실로서 오승환 선수가 입단하기까지는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오사카 지역의 신성불가침에 가까운 팬층을 형성하고, 전국에 극성스러울 정도로 열렬한 팬이 있는 한신 타이거스에 이제 한국 선수의 진출은 새로운 한류 이미지를 심어 줄 것이다.
 
특히 오사카 지역에는 일본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동포들이 살고 있다. 스포츠닛폰신문은 오승환 선수 기사를 게재하면서 오사카 이쿠노의 코리아타운까지도 관련 기사로서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또 11월 29일 동 신문은 오승환 선수의 애칭을 정식으로 모집하고 있다는 와다 유다카 감독(<51>)의 기사를 게재했었다.
 
그러면서 애칭을 <승사마>, <환짱>, <옷승> <수오신(守吳神))> 등이 있는데 수오신은 수호신(守護神)의 일본 발음과 똑 같은 '슈오신'이다.
 
그런 다음 날인 30일 기사에는 1968년부터 연재하고 있는 인기 만화 '고르고 13'이 주인공과 비숫하다고 해서 '고르고'라는 애칭을 작자 자신도 영광이라면서 공인했다고 한다.
 
'고르고'의 주인공은 강인한 육체와 강한 정신력, 집중력을 갖고 있어서 의뢰한 수행 능력은 100% 달성하는 저격수이다.

외면은 동양계인데 생년월일, 국적, 경력은 불명이고 쓸데 없는 대화는 원치 않고, 희노애략의 표현도 거의 없어서 오승환 선수와 꼭 닮았다고 한다.

필자는 지금까지 한신 타이거스에 한국 출신 선수가 입단해야 한다면서 오릭스 이대호 선수의 영입을 위한 검토가 있다는 기사도 <제주투데이>에 썼었다.

이대호 선수 영입은 안 됐지만 으승환 선수가 입당하게 되어 필자만이 아니고 동포 모두가 환영하고 있을 것이다.

오승환 선수는 10일 내일(來日)하여 13일 입단 기자회견을 마치고 그 날 귀국해 이번 달 중순 경에 괌에서 자주 트레이닝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입단 회견도 1면 기사는 틀림 없을 것이다.
 
날이 갈수록 한·일 관계는 악화되고 있고, 일본 주간지의 '한국 때리기'도 덩달아 상승 일로에 있다.
 
오승환 선수의 한신 타이거스 입단은 한신 구단만의 수호신이 아니고, 한·일 양국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여 민간 수호신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제주투데이>


1949년12월 제주시 삼양출신,  1973년 병역마치고 도일, 1979년「현대문학」11월호 단편「오염지대」초회추천, 1980년<오사카 문학학교>1년 수료(본과52기), 1987년「문학정신」8월호 단편「영가로 추천 완료,  중편「이쿠노 아리랑」으로 2005년 제7회 해외문학상 수상, 2006년 소설집 <이쿠노 아리랑>발간, 2007년 <이쿠노 아리랑>으로 제16회 해외한국 문학상 수상, 1996년 일본 중앙일간지 <산케이신문 주최 <한국과 어떻게 사귈 것인가> 소논문 1위 입상. 2003년 인터넷 신문「제주투데이」'김길호의일본이야기'컬럼 연재중, 한국문인협회,해외문인협회,제주문인협회 회원. 현재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면서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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