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가 25일 강정마을에서 '강정 생명평화 성탄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25일 "절망 속에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사람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하는 사림이며, 비로소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대열에 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성탄절인 25일 오전 11시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천막 공소'에서 열린 '강정 생명평화 성탄 미사'에서 강정마을 평화를 기원하며 이같이 말했다.

강 주교는 "강정마을 주민 등 평화를 지키려는 모든 이들에게 아기 예수의 축복을 전하고 있다"고 밝힌 후 "이곳 공사장(해군기지 공사장)에서 망치를 두들기고 있는 이들, 공사를 감독하고 있는 해군, 그리고 위정자들에게도 천사들의 노래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강 주교는 강정마을에서 성탄미사를 올리는 이유에 대해 강조했다.

강 주교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경축하는 이날 경건하게 기도하고 미사를 지내는 것도 좋지만 세상의 가장 작고 어려운 이들 곁에서 함께하려 할 때 우리는 비로소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사람들 대열에 낄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이곳 강정 길바닥 천막은 미사를 지내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장소지만 제주해군기지공사가 진행되는 강정의 상황에서 과연 합당한 미사는 무엇일지 새롭게 음미하고 반성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강 주교는 "미사는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고 재현하는 것이며, 형식은 부수적일 뿐"이라며 "미사는 예수님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일상적일 때 성당에서 형식을 갖춰 장엄하게 미사를 드려야하지만 비상일 때에는 예수님의 사랑에 대한 표현 방식을 바뀔 수 있다"며 강정마을 상황이 비상국면임을 역설했다.

▲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와 사제들이 25일 강정마을에서 '강정 생명평화 성탄 미사'를 올리고 있다.

강 주교는 "예수님은 모든 죄인을 심판하기보다 그들의 슬픔·고통과 함께 하길 원했다"며 모든 이들이 고통 받는 이웃들과 함께 하길 기원했다.

강 주교는 "용산사태와 쌍용차사태 때에도 사제 등이 다가가서 고통을 나눴고, 매일 미사도 지내면서 이로 인해 유족 등이 절망 속에서도 버텨낼 수 있었다"며 "강정마을과 송전탑으로 고통받고 있는 밀양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 주교는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이들이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며, 예수님의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하는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말했다.

강 주교는 "많은 신자들이 성지 순례와 순교지 순례에 나서고 있다"면서 "그러나 정의에 목말라하고, 불의에 항거하는 순교적 현장을 순례하면 예수님께서 기뻐하고, 어여삐여길 것"이라며 강정마을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앞서 강 주교는 24일 오후 10시 중앙성당에서 열린 성탄전야 미사에서도 강정마을 주민 등을 위해 기도했다.

이날 강 주교는 "7년씩 싸워 온 강정지킴이들이 생명과 평화를 선포하기 위해 비폭력으로 맞서다가 연행되고, 얻어맞고, 재판받고, 감옥살이마저 두려워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많은 벗이 있다"고 밀했다.

강 주교는 "세상의 작은이들, 힘없는 이들, 눈물 흘리고, 외로워하고, 정의에 목말라 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어디 있는지 우리가 눈을 크게 뜨고 찾아가고, 보살피고 함께 할 때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동행하시고 거기 계시는 분"이라고 강조했다.<제주투데이>

▲ 강정마을 주민이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촉구하며 '삼보일배'를 올리고 있다.

<강한성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