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 중에 필자는 <만남>이라는 단어를 좋아 한다.
 
일본어로는 "데아이"<であい.出会い.出逢い.出会い>라고 하는데 문장의 내용에 따라 사용하는 한자는 약간 다르지만 발음이 부드러워서그 의미를 떠나서 좋아 하는  단어의 하나이다.
 
특히 한글로서 <만남>의 단어를 좋아 하는 것은 그 의미도 그렇지만 글자의 구조에 있어서 완벽하기 때문이다.
 
<만남>은 "만나다"의 명사형이다. 이 만남은 상대가 존재하므로써 성립되고 살아 있는모든 만물의 생을 톱니바퀴처럼 얽혀져서 이끌어간다.
 
<만남> 서로 상대적이어서 균형이 잡혀야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균형 속에는 서로의 이해와 배려 등이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때 더욱 빛난다.
 
만남의 글자를 분해하면 다음과 같은 등식이 성립된다.
 
ㅁ+ㅏ+ㄴ=ㄴ+ㅏ+ㅁ 
마치 방정식처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만"과 "남"의 글자를 분해할 수 있다.
 
저울 양편에다 "만"과 "남"의 글자를 올려놓고 저울질하는 것을 상상해 보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똑 같아서 어느 한편으로 기울어질 수 없다. 
 
한글 구조 자체가 만남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딱 들어맞는 균형 감각을 갖고 있다. 우연의 일치일런지 몰라도 한글의 독창성에 대한 놀라움이다.
 
한글의 이 구조적 나열은 영어의 알파벳 기호로 대입해도 변함이 없다.
 
알파벳으로 <만남>은 <MANNAM>이다. 이것을 한글의 만남처럼 분해하면 다음과 같은 등식이 성립한다.
 
M+A+N=N+A+M
알파벳 기호로서도 완벽하게 방정식처럼 분해할 수 있다.
 
이 발견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필자는 약 15년 전에 필자의 단편소설 "유영:遊泳"에 발표했고 <제주투데이>에도 썼었다.
 
그저께<12월 25일>였다. <만남>의 한글 균형 감각에 맞설 수 있는 또 하나의 단어를 발견했다.
 
퇴근을 해서 한장도 쓰지 못한 일본 국내 연하장을 몇 십장 쓰기 위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민단 이쿠노 남지부에서 감찰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경철씨로부터 저녁 식사 같이 하자고 전화가 왔다.
 
연말에는 한국에 가야할 일이 있기 때문에 오늘 아니면 금년은 어쩌면 만날 수 없다고 했다. 저녁 식사는 명분이고 한잔 같이 마시자는 이야기이다.
 
필자도 같은 남지부에서 의장직을 맡고 있고 공사를 떠나 가깝게 지내는 사이여서 딱부러지게 거절을 못해서 주섬 주섬 옷울 갈아 입고 나갔다. 
 
우리의 단골집 "경애관:京愛館"에서 만났는데 필자가 가보니 맥주를 먼저 마시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카라오케방 "사랑"을 경영하는 서귀포 출신 동포 박순복 마마가 맥주 두병을 주고 갔다고 했다.
 
그곳에서 식사하고 헤어질려는데 김경철씨가 카라오케 "사랑"에 가자고 한다. 맥주 두병까지 주고 간 마마를 생각해서라도 가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필자는 음치이기 때문에 카라오케방에 가는 것이 싫지만 인사와 예의상 가자는데 따라갔다.
 
일본의 카라오케방은 한국처럼 가는 사람들 일행끼리 방 하나를 빌어서 자기들만 노래를 부르다 오는 곳과 스낵바처럼 카운터 등이 있어서 경영자<거의 여성이며 마마라고 함>가 직접 상대하는 곳이 있다.
 
"사랑"은 마마가 모든 것을 거들어 주는데 이 날은 7,8명의 손님 모두가 한국 노래를 신청하고 부르고 있었다.
 
김경철씨 차례가 왔는데 신청곡이 <남남>이었다. 처음에는 일반 곡들처럼 화면에 제목과 가사들을 보면서 부르는 노래를 들었는데 필자는 처음 듣는 곡이었다.
 
김경철씨는 동포 3세인데도 한국 노래는 필자보다 더 많이 알고 잘 불러서 은근히 샘도 나기 때문
에 카라오케를 안 가는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일본 와서 40여년이니까 그 전의 흘러간 노래와 요즘 부르기 시작한 <이등병의 편지> 정도 밖에 모른다.   
 
그런데 <남남>이라는 노래는 곡도 좋은데 글자를 유심히 살펴보니 이 글자 또한 독특한 한글 구조를 갖춘 단어였다.
 
다름아닌 <만남>이라는 글자와 똑 같은 구조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김경철씨가 노래를 끝내자 마자 필자는 메모지를 꺼내서 그와 마마에게 <만남>과 <남남>의 글자를 해체하면서 설명을 했다.
 
<남남>의 한글도 해체하면 다음과 같은 등식으로 표기할 수 있다.
 
ㄴ+ㅏ +ㅁ= ㄴ+ ㅏ+ ㅁ
<만남> 때보다 글의 균형이 똑 같은 것만이 아니고 글 자체가 같은 글이다.
 
알파벳으로는 더욱 알기 쉽다.
N+A+M=N+A+M이다.
 
<만남> 때와 마찬가지로 헤어져 전혀 다른 <남남>이 되었을 때도 마치 대나무나 무우를 자르는 것처럼 반듯하게 자를 수 있다.
 
이와 같이 균형의 감각 속에 표기된 한글의 배열 구조는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라는 인식을 필자는 새롭게 갖었다.
 
이 날 김경철씨와 만나지 않았으면 필자는 <남남>에 대해서 한글의 인수분해적인 해체를 하지 못했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런 기회가 없었을런지 모른다.
 
그래서 그저께 일어난 일들을 나름대로 자세히 게재하고 있다.
 
가요곡 <만남>의 첫 구절은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였고, <남남>은 "그토록 사랑했던 그녀가 오늘 밤 내 곁을 떠나갔네"였다. <제주투데이>


▶1949년12월 제주시 삼양출신, 1973년 병역마치고 도일, 1979년「현대문학」11월호 단편「오염지대」초회추천, 1980년<오사카 문학학교>1년 수료(본과52기), 1987년「문학정신」8월호 단편「영가로 추천 완료, 중편「이쿠노 아리랑」으로 2005년 제7회 해외문학상 수상, 2006년 소설집 <이쿠노 아리랑>발간, 2007년 <이쿠노 아리랑>으로 제16회 해외한국 문학상 수상, 1996년 일본 중앙일간지 <산케이신문 주최 <한국과 어떻게 사귈 것인가> 소논문 1위 입상. 2003년 인터넷 신문「제주투데이」'김길호의일본이야기'컬럼 연재중, 한국문인협회,해외문인협회,제주문인협회 회원. 현재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면서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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