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이 집단적 패닉(panic·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빠졌다.

많은 이들이 뉴스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고, 여객선 침몰 뉴스를 차마 못 보겠다는 이들도 있다. 이유 없이 소화가 안 되고,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망자가 추가로 확인될 때마다 허탈한 심정을 가누지 못한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린 학생들이 허망한 상황에 놓인 것에 대한 집단적 죄책감이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다. 급기야 안산 단원고 강민규(52) 교감은 목을 매 생을 마치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실제 노형에 거주하는 정모씨(68·여)는 “추가로 사망자가 확인되는 것을 보면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다”며 “사고 당일날 뉴스를 접하고 긴장한 탓에 소화불량으로 응급실을 찾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이도2동에 거주하는 강모씨(42·여)는 “하루종일 보도 되는 뉴스를 도저히 보기 힘들다”며 “추가로 시신이 발견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듯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사고 당사자들는 물론 온 국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졌다.

이와 관련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럴 때일수록 긴박하게 돌아가는 구조에 집중하고, 우선은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하는 데 치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감성적 접근이 아니라 이성적 행동이 더욱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전문의에 따르면 “아무리 가슴이 먹먹해도 후진적 시스템에서 발생한 문제를 새로운 합리적 시스템으로 풀어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희생자 관련자와 가족들에게 더 이상의 트라우마(trauma)를 주지 않는 길이라는 것이다.

◇ 생존 학생들 2차 트라우마 우려

이번 사고에서 구조되어 고대안산병원에 있는 학생들도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였다.

환자복을 입고 링거를 꽂은 아이들의 얼굴엔 여전히 죽음을 경험한 두려운 빛이 역력했다.

병원 측은 단원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신과적 검사를 한 결과, 대부분이 중등도 이상의 스트레스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진료를 담당한 한 의사는 “일부 학생들이 마치 멀쩡해 보이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아직 상황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멍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는 통상 사고 후 한 달이 지나고 나서 명확히 드러난다.

실제로 사고 후 1~2주가 지나고 일상생활로 돌아갔을 때 우울·불안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생존 학생들에 대한 심리적인 치료는 지금부터가 관건이라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말한다. “불가항력적인 사고 상황에 놓였던 학생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지 않고 어쩔 수 없었던 상황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차분하게 통상적인 생활환경으로 돌아가게 하면서 정신적인 지지 치료를 하는 것이 2차 트라우마를 적게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도민과 국민들이 트라우마 겪는 상태

이번 사고는 안산시를 넘어 적게는 제주도민, 넓게는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 국민이 죽음을 목도하면서 간접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 따르면 “사회적 공감대가 크고 밀접한 인적관계를 형성한 우리나라 특성상 이번 사고는 내 가족이 희생당한 것처럼 감성을 자극한다”며 “그렇다 보니 마치 나 자신이 잘못을 한 것처럼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분노의 감정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단원고 교감의 자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한 슬픔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받아들이고 품어줘야 하지만 그것이 살아남은 자로만 향해서는 안 된다. 살아남았다는 것이 죄책감이 되어 또 다른 슬픔을 만들어 내는 고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세월호 침몰사고로 제주도민 4명이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오전 제주도는 전남 진도군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사고로 일반승객과 차주를 포함한 제주도민 탑승객 11명 중 4명이 실종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종자 4명은 모두 제주도에 주소지를 둔 제주도민으로 마제스타 카지노에서 주방 보조를 맡고 있는 서귀포시 이영숙(50)씨와 귀촌하기 위해 제주로 이사 오던 한림읍 권재근(51)씨와 부인 한윤지(28)씨, 아들 권혁근(6)씨로 밝혀졌다.

실종자 권재근씨의 딸 권지연(6)씨는 목포한국병원에서 입원 치료 후 퇴원해 할머니와 고모가 보호하고 있는 중이다.

제주 서귀포시 강정 출신으로 서울에 주소를 두고 있는 세월호 승무원인 정현선씨(28. 여)도 지난 17일 예비신랑인 김기웅씨(28)와 같은 시간대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현선씨는 올 가을 결혼할 예정으로, 강정초등학교와 중문중학교, 중문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세월호 선사인 (주)청해진해운에 입사해 승무원으로 근무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제주도는 18일 현재 침몰한 세월호에 구조된 개별화물차량 차주 6명과 권지연양, 실종자 4명 등 제주도민 11명과 도내 거주하는 화물차량 차주 21명 등 모두 32명이 승선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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