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쉬어 더 이상 울음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눈물도 메말라 버렸다. 가슴은 이미 새까맣게 타들었다. 가슴을 치고 통곡을 해도 바다는 무심하기만하다. 일렁이는 파도는 찰싹이며 멍든 가슴을 할퀼 뿐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엿새째’, 온나라가 입술을 깨물고 슬픔에 잠겼다. 온 국민이 집단 우울증에 빠졌다. 너무나 큰 충격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당국의 믿을 수 없는 사고 수습 행보에 분통만 터질 뿐이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 것인가. 이렇게 헐거운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다니 참으로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아직 꽃봉오리도 맺어보지 못한 생때같은 아이들이 캄캄한 바닷속에서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앞에 몸부림 치고 있는데 사망자 명단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려던 염치없는 관료들, 식음을 전폐하고 가슴 쥐어뜯는 실종자 가족을 뒤로한 채 귀빈용 팔걸이 의자에 앉아 게걸슬럽게 컵라면을 먹는 맛이 가버린 장관, 우왕좌왕 책임자도 없이 미적거리는 못믿을 정부의 안일한 태도, 이들을 어떻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신뢰받는 정부라 할 수 있을 것인가.

특히 세월호 탑승자 476명의 68%가 넘는 325명이 안산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다. 이중 75명만이 가까스로 구조됐다. 나머지 250명은 이미 숨졌거나 싸늘한 바다속에서 생사가 확인되지않고 있다. 그러기에 안산지역 사회는 정부의 미숙하고 빗나간 일탈에 더 큰 충격과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지역전체가 맨붕상태다.

그나마 생존자 구출소식에 희망의 불씨를 기대해보지만 시시각각 들려오는 건 절망적 소식뿐이다. 그래도 희망의 줄을 놓을 수는 없다. 마지막 까지 제발 살아돌아오기만을 목놓아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제 목 숨만 살기 위해 승객구조의 막중한 임무를 저버리고 허겁지고 도망쳤던 선장과 승무원들에게 쳐죽일 악담을 퍼부어도 소용이 없다. 그들에게 ‘악마의 자식들’이라고 저주하고 백번죽어 마땅하다고 악다구니 친다고 무슨 소용 닿을 것인가.

30m 바닷속에서 생사를 가늠할 수 없는 실종자들이 한 시 빨리, 한명이라도 더 구조해주기를 기도하고 넋 놓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무력감이 더욱 비참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제발, 살아서 돌아와다오” 가족들의 피토하는 기도가 하늘에 닿아 희망의 동아줄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설령 우리의 간절한 희망이 좌절되고 절망적 상황이 몰려온다고 해도 또 다른 희망을 엮고 새롭게 살아가는 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인생사가 그렇다. 절망을 넘어 희망을 찾아야 하는 이 비극적 현실을 감내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참으로 얄긎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이번 ‘세일호의 충격’을 하나 하나 되집어봐야 한다. 뼈를 발리는 심정으로 잘못을 찾아내고 거기서 책임소재를 규명하여 철저하고 엄중하게 웅징해야 할 일이다. 제대로운 나라라고 한다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

그러면서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로 충격과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하고 진심을 담아 사고 수습에 임해야 할 것이다.
특히 미중유의 충격에 할말을 잃은 안산지역 사회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건강한 일상을 찾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고 따뜻하게 보듬어줘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생때같은 자식을 잃었거나 아직도 생사확인이 안돼 가슴을 쥐어짜는 부모나 친지들의 고통과 슬픔을 헤아려 가능한 도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상처를 치유해주고 슬픔을 달래주는 정부의 진심어린 배려와 지원이 시급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육체적 정신적 심리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를 위한 의료·상담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해야 할 것이다. 불행을 당한 이들이 상처와 슬픔을 안고 평생을 고통속에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가, 지역사회가,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서로 위로하고 보듬으며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늘이시여, 이 국가적 충격과, 국민적 슬픔을 달래 새로운 씨앗을 뿌리게 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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