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 김덕남 주필
“아름다운 추대냐, 아름다운 추태(?)냐”.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의 6.4 지방선거 제주도지사 후보 합의추대에 대한 도민반응은 시니컬하다. 비아냥거림 역시 예사롭지가 않다.

“협잡이다, 밀실야합이다, 꼼수정치의 전형이다” 비판은 독하고 비난은 바늘 끝처럼 예리하다. “세일호 선장처럼 자기만 살기위해 사회에서 일정부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정치원로를 총알받이로 만들어놓고 탈출해 버렸다”는 심한 욕까지 거침이 없다. ‘정치적 패륜 행위‘라는 말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이하 새민연 도당)이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자랑해마지 않는 ‘아름다운 도지사 후보 추대’가 ‘일그러진 정치 협잡‘으로 매도되며 호된 질책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새민연 도당 고충석 인재영입위원장이 23일 “이번 합의 추대는 명백한 야합이자 유신시대에나 통용되던 밀실작태”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밀실에서 후보들끼리 합의하고 합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다. 도민의사는 물어보지 않고 후보를 선택할 권리마져 빼앗은 처사로 오만불손의 극치”라 했다. 그러면서 위원장직 사퇴와 새정치민주연합 지지 입장을 철회했다.

이같은 비판과 반발은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을 먹고사는 민주정치의 본령을 짓밟아 버린 것이다. 폐쇄적 밀실주의가 생산해낸 자업자득이다. 꼼수가 순리를 압도하는 밀실야합은 민주정치의 암이다.

새민연도당은 변명과 궤변으로 ‘아름다운 도지사후보 추대’를 포장하고 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다.
도지사후보 합의 추대 과정의 행간에 숨은 뜻을 헤아려보면 그렇다. 새민연은 당초 6.4지방선거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로 세 사람을 결정했다. 고희범, 김우남, 신구범, 이들이 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는 것이다. 세 사람은 손을 맞잡으며 ‘아름다운 경선을 다짐하는 시늉’을 했다. 그렇게 아름답게 출발했던 새민연 도지사 예비후보 진영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새누리당에서 원희룡 전의원을 내려 보내면서다. 100% 도민여론조사를 통해 원예비후보가 압도적 지지로 새누리당 도지사 후보로 결정되자 새민연 제주도지사 예비후보 진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 예비후보 모두 각종 언론매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원 후보에게 큰차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의 수를 대입해도 지지율 면에서 원후보가 세 사람을 압도했다.

여기서 새민연 김우남 예비후보가 “불출마 선언을 위한 퇴로 찾기 수순을 밟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본인과 측근에서는 “아니”라고 강력 부인했지만 새끼치는 여론을 잠재울수는 없었다. “여론조사 추이대로라면 본선에서도 밀려날 것이기 때문에 떡을 쥐듯 확실하게 거머쥔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불확실성의 도지사 선거에 도박을 걸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불출마 퇴로 찾기 수순 여론의 빌미다.

아니나 다를까. 김우남 새민연 예비후보가 모든 공식활동을 접고 칩거에 들어갔다. 100% 오픈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을 주장하던 그가 중앙당에서 여론조사 50%, 공론조사(배심원 투표) 50%로 경선룰을 확정하자 이에 반발해서다. 겉으로는 그랬다. 세 예비후보중 여론조사 지지율이 가장 높은 그였다. 여론은 이를 두고 ‘불출마 선언 퇴로 찾기’ 수순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사실 그랬다. 새민연 중앙당에서 그의 요구나 다름없는 당원 50%, 도민 50% 국민참여 경선으로 룰을 변경하면서 그는 칩거를 풀었다. 역시 세 사람은 립스틱 짙게 바르듯 ‘아름다운 경선’을 노래했다.

그런데 김우남 예비후보로서는 불출마 퇴로 찾기의 결정적 기회를 얻게 됐다. 미중유의 충격적 ‘세월호 참사’가 그것이다 . 국민적 애도를 감안 경선흥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당위에 편승한 것이다. ‘합의추대’라는 세리머니는 여기서 출발한다.

그래서 전격적으로 신구범예비후보가 6.4지방선거 제주도지사 새민연후보로 합의 추대 된 것이다. 신후보는 다른 두 예비후보 보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낮았다. 그런데도 후보로 추대된 것이다. 극적인 것이라기 보다 작위적 냄새가 풍기는 대목이다.

합의의 기준도 공개되지 않았다. 논의 과정도 베일에 감추어 졌다. 각 진영에서도 합의 진행과정이나 배경에 쉬쉬하며 말을 아끼고 있다. 밀실야합, 꼼수정치라는 비판은 이렇게 자초했다.

신후보 추대는 새민연의 ‘안철수 몫’이라는 황당한 소리도 들린다. 폐쇄적 밀실주의가 아닌 투명한 공개원칙이 새정치가 추구하는 방향이 아니던가. 떡반 나누듯 지분을 나눠갖는 야바위가 새정치는 아닐 터이다.

도민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읽지 못하고 기대를 잃어버리게 만든 새민연 도지사 후보 합의 추대를 ‘아름다운 추대’로 여길 수가 없다. 욕지기나는 ‘아름다운 추태’로 여길 것이다. 도민들은 ‘뭐만 주고 뺨맞은 꼴’이다. ‘정치적 냉소주의와 도덕적 허무주의를 그럴듯하게 엮어내는 ‘꼼수정치’, 참 나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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