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초식동물들은 앞에서 달리기 시작하면 멋모르고 무조건 따라 달린다. 자신이 왜 달리는지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도 아랑곳없다. ‘무리와 함께‘라는 집단 감각만 있을 뿐이다.

쥐는 직감과 예지력이 탁월하다. 그런 연구결과가 있다. 출항 전 선박에서 쥐들이 내리면 그 배는 항해 중 침몰하거나 파선한다는 오랜 속설도 있다. 뛰어난 동물적 감각을 말할 때 항용 인용되는 이야기다.

6.4 지방선거를 앞둬 ‘정치적 초식동물들’의 이동이 예사롭지가 않다. 우르르 떼 지어 특정후보 진영으로 몰리고 있다.
동물적 감각을 자랑하는 쥐의 무리처럼 파선직전의 조직을 빠져나오는 ‘정치 쥐떼’의 행렬도 부박(浮薄)하기는 마찬가지다.

소문은 이렇다. 이른바 ‘우근민 사단’으로 분류되는 선거조직이 대거 새누리당 원희룡 캠프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근민지사는 지난 3월까지만 해도 강고한 선거조직을 구축해왔다. 각급 사회단체와 민간조직은 물론, 자연부락까지 촘촘한 세포 망을 그물처럼 짜 놨다. 1만7000여명의 신규당원을 거느리고 새누리당에 입성하며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출마는 당연시 됐다. 당선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분위기였다.

따라서 조직의 열기는 한껏 뜨거워 질 수밖에 없었다. 대세 굳히기 작전은 이미 시작됐다. 조직원들 사이에서는 ‘조직을 배신하면 죽는다’는 뜻의 ‘조배죽’이라는 웃지 못 할 건배 구호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조폭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무서운 조직 관리였다. 안하무인(眼下無人)의 건방떨기였다.

그러나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상황은 우지사를 그대로 놔두지 않았다. 그의 이마에 새겨진 ‘성희롱 전력’은 두고두고 지워지지 않는 뼈아픈 아킬레스건이었다.

여기에다 도정 수행과 연루되는 것으로 의심 될 만한 몇몇 사건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시간 역시 그의 편은 아니었다. 갈수록 처지가 곤궁해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새누리당 중앙당에서 내려 보낸 ‘원희룡 카드’는 한 방의 케이오 펀치였다. 추슬러 일어날 수 없을 정도의 강 펀치였다.


또 있다. 새누리당 차원의 은근한 겁박(劫迫)도 한몫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친박 원로 서청원의원이 제주에서 우지사를 만났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도 고려하고 있다는 우지사의 행보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였다.

“당에 남아 나름의 역할을 해달라”는 황우여 대표의 주문은 은근하고 간곡했다. 그러나 은근한 어조 속에는 비수 같은 날카로움이 숨어있었을 터였다. ‘당의 권유를 뿌리치고 탈당하여 출마할 경우 신변을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는 냄새를 풍겼을 것‘이라는 지방정가의 분석이 그럴듯하게 나돌았다.

이후 각종 여론조사 결과, 우지사는 누구와 겨뤄도 떨어지는 추풍 낙엽신세였다. 불가항력(不可抗力)이었다. 사면초가(四面楚歌) 형국의 고립무원(孤立無援) 신세나 다름없었다.

그러기에 우지사의 불출마는 여론에 대한 항복으로 볼 수도 있다. 정치적 입지 보다는 생존본능이 먼저였을 터였다. “새누리당을 탈당하지 않고 불출마 선언을 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는 분석은 그래서 그만큼 설득력이 있다.

주군을 잃은 ‘우근민 사단‘은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졌다. 살길을 찾아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공직내의 ’우근민 키즈‘들은 좌불안석이었을 것이다. 권력의 단물을 빨다가 차기 도정에서의 ’왕따 신세‘를 생각하면 더욱 그랬을 것이다.

개미는 모래와 설탕을 섞어놔도 설탕만 골라 먹는다. 권력의 단물을 빨던 부류도 마찬가지다. 개미가 설탕을 찾듯 권력의 향방을 알아맞히는 데 기막힌 동물적 감각을 갖고 있다.

박쥐는 하늘을 나는 유일한 포유동물이다. 필요에 따라 ‘새’로도 행세하고 ‘동물’ 행세도 한다. 지조 없이 변신에 능한 사람을 ‘박쥐 인간’이라 손가락질 하는 이유도 카멜레온 적 변신 때문이다. 선거철에는 이러한 ‘박쥐 군상(群像)’이나 ‘개미 족’들이 짙게 화장을 하고 이리저리 기웃거린다.

‘우근민 사단’의 ‘원희룡 캠프’ 줄 대기도 마찬가지다. 권력에 대한 아련하고 달콤한 향수와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의 처절한 몸부림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많다.

‘원희룡의 밴드 왜건 효과’에 편승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정치적 입지 선택은 누구에게나 자유의 영역이다. 이 역시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거듭하는 ‘박쥐 인간’이나 설탕만 골라먹는 ‘개미 족’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우근민 사단’의 정치적 변신은 그것이 ‘우근민 지사의 리모컨’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우사단의 원희룡 캠프 줄 대기 파이프라인’이 우지사라는 소문이 그것이다. 우지사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고위 공직자다. ‘공무원의 공직선거 중립’은 법이 강조하는 지상명령이다. 따라서 우지사는 어떤 식으로든 특정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에 개입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선거운동 개입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범법행위인 것이다.

그런데도 (소문인 바) 우지사는 측근들에게 “새누리당 원희룡 후보를 도우라“고 조종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희룡 캠프에는 우사단에서 활약하던 활동가들의 면면이 노출되고 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행정시장 출신이나, 도청 실국장 출신 등등. 고위직 출신 인사들이다. 현역 도의 고위직 인사들도 드러나지 않게 은밀하게 뒤에서 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는 공무원들의 선거개입이라는 심각한 관권(官權)선거 시비를 유발할 수 있는 사단(事端)이 될 수도 있다.

공무원의 선거 줄서기나 줄 세우기는 제주공직사회의 해묵은 갈등구조다. 도민분열의 씨앗이며 숙주(宿主)나 다름없다. 도민화합과 상생구조를 허물어뜨리는 심각한 반동이다. 공무원의 선거 엄정 중립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주공무원의 선거 엄정 중립을 담보하고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지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선거 엄정 중립을 선언하는 것이 공정선거 관리의 첫걸음이다.

고작 임기 2개월도 채 안 남았다. 당적을 갖고 무슨 영화를 누리고 무슨 또다른 정치적 욕심을 채우겠다는 것인가. 탈당을 하지 못할 무슨 말 못할 고민이라도 있는가. 떠도는 말처럼 탈당을 하면 신변보호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인가.

우지사가 선거 개입을 통해 또 다른 정치적 욕심을 채울 요량이라면 여간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우지사의 물레방아는 이미 흘러간 옛 노래다.

이런 의문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우지사는 당적을 버리고 공정한 선거관리 지사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선거개입 논란과 탈당 여부에 대한 분명한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

‘원희룡 캠프‘도 마찬가지다. 우지사의 선거 지원은 득(得)일 수만은 없다. 언젠가는 독(毒)이 되어 전신으로 퍼질지도 모른다.

선거 식객(食客)이 몰려든다고 마냥 좋아할 일만도 아니다. 세 과시를 위해 찬밥 더운 밥 안 가리고, 수돗물인지 구정물인지도 분간하지 않고 들이키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낭패로 작용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벌써부터 상왕(上王)정치니, 태상왕(太上王)정치니 숙덕공론이 많다. 캠프내 조직간 불협화음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민심의 바다‘는 조석변(朝夕變)이다.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다. 언제 풍랑이 덮칠지 모른다. 순식간에 배가 뒤집힐 수도 있다. 늘 깨어 긴장하고 조심해야 할 이유다. 희희낙락할 때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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