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포루투갈 길 걷기 1일 째(2011.5.27,금)
santiago-sao pedro rates (25km,알베르게 10유로, 맑음)

엎치락 뒷치락 하며 잠을 재촉하고 있는데 2시경 갑자기 내 침낭 속에서 전화 벨 소리가 들렸습니다.

깜짝 놀라 깨어서는, 전화기를 끌려고 침낭속에 있는 전화기를 꺼내려 해도 당황하니 쉽지가 않았습니다. 겨우 끄고는 전화기를 침낭속에 넣고 확인해보니 동생 한테서 온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곳 시간을 잘 몰라서 온 것 같기도 하지만, 혹시 집에 무슨 큰 일이 발생한 것이나 아닌지 무척 걱정이 됩니다. 전화 벨 소리 때문에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 같아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미안하고, 창피하고~~자고 일어나서 문자로 무슨 일인지 알아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눈을 감고 있으려니 또 다시 때르르릉~~신속히 전화기를 끄고 문자를 날렸습니다.

그랬더니 싱겁게도 '미안 합니다. 제가 착각을 해서, 서울에 계신줄 알고 전화 했었습니다.'라고 문자가 왔습니다. 3시에서 4시 사이까지 수 차례 잠을 설치다가 4시 부턴 아예 잠을 자지않고 5시 되기만을 기다리다가 5분전 5시에 일어났습니다. 도둑 고양이 처럼 살금살금 짐을 들고 밖으로 나와, 3충에서 1충 현관에 도착하니 어느 덧 5시 15분이었습니다.

​5시 45분 vigo행 열차 시간표가 보입니다

포르투갈 카미노 순례를 마치고 귀국하는 프랑스인 부부
포르투갈 카미노 순례를 마치고 귀국하는 프랑스인 부부. 이들은 내게 열심히 포르투갈 순례길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었습니다. 포르투갈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는 나로서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REDONDELA 에서 포르투갈 순례자들과 헤어졌습니다

​우리는 카미노 친구들이다!!! 라고 외치며~~famalico에서 다시 딴 열차로 갈아 탑니다

열차 역 안의 벽면이 온통 타일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타일 그림의 벽면이 인상적인 건물들,
까데드랄(대 성당)
까데드랄(대 성당)의 모습입니다. 역에서 이 곳 인포메이숀 센터까지 안내해 준 고마운 대학생 열차안에서 지도를 보이며 까데드랄이 어디냐?고 물으니 친절하게도 까데드랄이 있는 인포메이숀 센터까지 안내해 주었습니다.  포르투갈에서의 첫 감동사례!!!
까데드랄 박물관

까데드랄 박물관 성당 옆 건물인 까데드랄 박물관에서 순례자 여권을 0.75유로에 구입하였습니다.

파출소 앞 광장에서 일기를 쓰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비스켓,과일,쥬스로 푸짐한 점심을 하였습니다. 이 순간 세상에 부러울게 하나도 없습니다.

스페인 젊은이와 20분 간 대화를 한 후~

-대 도시 마다 이런 모습을 보며 궁금 했던 차라 무엇 때문에 이런 퍼포먼스를 하느냐고 물으니, 자세하게 얘기해 주었습니다.

자신들은 스페인에서 왔는데,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이나 정치가들이 정치를 잘 못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을 교체하기 위해 이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여당이나 야당 모두 똑 같다면서~

그 말을 듣고 보니 마을마다, 도시마다 선거홍보판이 붙어있었든게 생각이 났습니다.

한국에서 왔고 2년 전에 프란세스길을 걸었으며 이번에 은의 길을 걷고나서 포르투갈 길을 걸으러 왔다니,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대단하다고 합니다. '난 너희들이 대단하다며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였습니다.


시내 중심 상가에서, 아! 너무도 예쁘다!!!
재래시장의 이모저모
 
역시 재래시장은 어느나라든 똑 같은것 같습니다. 정과 사람냄새가 나는 이 곳에서 콜라에 빵을 한 조각 다시 사 먹으며 잠시 휴식을 하였습니다.
공원안의 동상
의자에 앉아서 자다가 의자밑으로 떨어지는 사람을 왼쪽에 앉은 사람이 놀라면서 잡으려고 하고 있고, 오른쪽의 사람은 입을 벌린채 깊은 잠에 빠져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전철표를 내게 주고 떠나는 고마운 포르투갈 청년 지나가는 그에게 표를 어떻게 사느냐고 물으니, 자신이 갖고 있던 교통카드에 돈을 넣으라고 하여 사용케 하고는, 좋은 여행 되세요하고 인사를 하고 갑니다. 고마우이, 부디 당신도 복 받으소서~~

오후 2시 40분 레드라인 놓치고 옐로우 라인 열차를 타고 ​1시간 이상 가서 povoa varizim에 도착하였습니다. 열차를 타자마자 잠이 쏟아졌습니다. 어젯밤에 잠을 설친데다, 새벽 5시 45분 부터 오후 세시까지 긴장을 한 채 투어를 한 탓인지, 졸리고 피곤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레드라인을 타야 하는데 옐로우 라인을 타고 말았습니다. 엄청 많은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목적지인 povoa varizm에 도착 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povoa varizm에서 sao pedro rates 까지 걸어 갈 예정이었으나, 피곤해서 도저히 걸어갈 힘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12km를 12유로를 주고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서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합니다.
오후 8시, 밥이 있는 맛 있는 만찬을, 포르투갈에 오니 메뉴에 밥이 딸려 나옵니다.

산티아고 포르투갈 길 걷기 2일째(2011.5.28,토)

2011.5.28(토)sao pedro rates-tamel(25km, 알베르게 3유로,맑음)

오늘은 40km를 걸을 계획으로 아침 6시 15분에 출발 하였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가고 있으니 네델란드인이 앞서 가고 있습니다.

10분 간 같이 걷다가 포기 하였습니다. 그 후 핀란드 여성과도 5분간 걷다가 다시 포기 하였습니다.

네델란드 남자는 평소의 걸음 습관 때문에, 핀란드 여성은 짧은 휴가기간 때문에 빨리 걷는다고 합니다. 그들 모두 6km/hr 이상의 속도로 걸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간에 다시 네델란드인과 보조를 맞추었습니다. 그가 나를 의식해서 천천히 걸어 주었습니다. 12시 30분 경 25km 지점인 tamel에 도착하니 그가 제안 했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 40km 지점까지 가는 건 무리일것 같으니 여기에서 자고 가는게 어떠냐고?' 잠시 혼란스럽습니다.

시간은 겨우 12시 반 밖에 안 되었고 힘은 넘치는데 이곳에서 멈춘다고 생각하니, 그러나 곧 마음을 결정 하였습니다.

그래, 오늘은 포르투갈 카미노 첫 날이니, 일찍 끝내고 모처럼의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져보자고~이번 여정 중 처음으로 알베르게에 일찍 도착해서인지 여유가 많습니다.

2009년 프란세스 길에서는, 매일 아침 6시 전후해서 출발 했기에 여유가 많았었는데~

허나 이번엔 여럿이, 출발 전에 아침을 먹고 출발할 뿐만 아니라, 걸음도 천천히 걷다보니 목적지에 자연스럽게 늦게 도착하곤 했습니다. 이제 딱 열흘 남았습니다.

유종의 미를 거둘수 있도록 마지막 날 까지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다행히도 몸 컨디션은 최상입니다. 정신도, 육체도~역시 카미노 길은 혼자 걸어야 제 맛을 내는가 보다~

그나저나 인터넷이 안 되니 너무 답답합니다. 전화를 갖고 와서도 한 번 사용하지 못하고, 인터넷도 몇 군데 없었지만 그것도 한글지원이 안되어 메일을 보낼수가 없습니다. 별일 없으리라... 무소식이 희소식?

'무슨 일 있으면 내가 전화기를 갖고 온 것을 알고 있으므로 연락이 왔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니 안심이 됩니다. 지나보니, 낮에 네델란드인을 계속해서 따라 갔다면 틀림없이 몸에 무리가 갔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도 일찍 결단을 내렸기에 천만 다행입니다.

손톱깍기를 빌려 준 오스트리아인은 내게 자기가 영어가 서툴러서 너무 미안해 합니다.

나 역시 못하니 괜찮다고 해도 미안해 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너무 마음이 여린 사람 같습니다. 내가 보기엔 영어를 잘 하던데~

샤워와 빨래 후 밖에서 뜸을 하고 쉬다가, 오후 6시 쯤 20분이나 걸어서 '바'겸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식사가 시작되는 저녁 8시에 저녁을 먹고 올 예정이었으나 길에서 만난 네델란드인이, '저녁에 알베르게에서 수프를 준다고 하더라'고 말하기에 맥주 한 잔만 하고 돌아왔습니다.

침대에 누워 침을 꼽고는 한 숨 자고 일어나니 알베르게에 아무도 없습니다.

밖에 나와보니 프랑스인 부부만이 자신들이 만든 안주와 함께 와인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느냐니"까 모두 바에 술 마시러 갔다고 하였습니다.

갑자기 외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깨우지 않고 간 그들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내가 침을 꼽고 있어서 많이 아프구나 하고 그냥 갔었다고 하였습니다. 막상 그런말을 들으니 조금 기분이 괜찮았습니다. 아까는 너무 야속하기만 하였었는데~~

난 몸이 어디 아파서 침을 놓은게 아니고 건강 유지 차원에서 침을 놓은 것인데 미리 그런 설명을 안 한 내가 불찰이었습니다.

결국은 모든게 소통의 문제였습니다. 카미노 길에선 누구와도 친하게 사귀는게 나의 가장 큰 장점이었는데, 이번 포르투갈 카미노에선 쉽게 누구와 어울리고 싶지 않습니다.

마음 한 구석에 아직도~~결국 이 날은, 남들이 먹다 남은 식은 수프 한 그릇으로 최악의 저녁을 먹고, 11시경 취침하였습니다.

​포도 과수원 울타리를 높게 쌓은게 스페인과는 다른 특징입니다. 이따금씩 옥수수 재배하는 곳도 보입니다

밭 마다 예쁜 돌담으로 둘러 쌓여 있습니다. 돌담을 보니 내 고향 제주가 생각이 납니다. 포르투갈도 스페인 못지않게 포도밭이 많습니다.

오른 쪽 시멘트 담은 왜 이다지도 높을까??? 스페인과는 확연히 다른 포르투갈의 성당의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포르투갈이 좀 더 빈곤하므로 열심히 하는것 같습니다. 꽃을 좋아하는것은 스페인과 별반 차이가 없는 듯 합니다
정원의 꽃 들의 종류가 스페인과는 아주 다릅니다 양란을 무척 좋아하는것 같습니다.
TAMEL 시내의 모습

알베르게 모습
스페인 보다 신자수가 많은것 같습니다

스페인과는 다른 모습의 성당

3일째

2011.5.29(일)tamel-rubiaes(44km,알베르게 5유로,맑음)

어제와 마찬가지로 6시 15분에 출발 하였습니다. 오늘 걸을 거리는 44km인데 높은 산을 넘어야 합니다.

LIMA에서 부터 발 등이 아프기 시작하여 ,걸으면서도 무척 고민 했는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날 수록 괜찮아 졌습니다.

오후 3시경 카페에서 맥주 한 잔 마시며 각오를 단단히 하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글자 그대로 땀을 비오듯 흘리며 산을 넘어 알베르게에 도착하니 오후 5시 20분, 44km를 , 거기다가 높은 산을 넘는 난 코스를 11시간 만에 무사히 주파한 것입니다.

내가 생각해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도 힘든 코스를 잘도 걸어왔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솟았다. 산을 오를 때 쯤 부터 비가 곧 쏟아 질 듯이 천둥 번개소리가 나면서 하늘은 새카맣고 주위는 캄캄하였습니다.

마음 속으로 제발 알베르게에 도착할 때 까지만, 비가 오지않게 해 달라고 기도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도착전 까지는 괜찮다가 도착 후 빨래 끝나고 나서야 비가 억수같이 쏟아집니다. 8시에 식당으로 갈 때는 우의를 입고 갔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 한 가지!

앞서 가던 프랑스 부부가 땅 바닥을 향해 사진 찍고 있었습니다. 서보니, 뱀이었습니다. 살아있는것 같은데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 후 길가에서 용변을 보고 길을 걸어가는데 갑자기 스르륵 소리가 나서 바라보니 커다란 뱀이 내 옆을 지나가고 있는게 아닌가? 얼마나 놀랐는지?

만일 조금전 용변볼때 저런 뱀이 옆에 있었으면 과연 어떻게 됬을 까?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마을의 식수대

예쁜 타일로 꾸민 어느 집 벽화

이런 분위기가 좋아 아침 일찍 걷기 시작합니다. 시원한 포도 나무 아래서 간식과 휴식을 취합니다~~카미노 표식이 잘 되어있어 길 찾아가는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축제가 있는 듯 합니다.

좌회전 하라는 표시가 이곳 저곳에 '뽀르또'에서 '뚜이'까지의 화살표시는 너무도 잘 되어 있어서, 장님이 아닌 사람은 절대 길을 잃을 염려가 없을 정도입니다~
역시 가톨릭 국가답게 곳곳에 이런 순례자 모습의 대리석 조각들이 있습니다.​

이 포도 과수원엔 일정 간격마다 인동초를 심어 놓았네요 포도가 익었을 때 걸었다면, 걷다가 포도를 따 먹기도 하면서 걸을텐데...라는 생각을 지을수가 없습니다.

걸으면서 따 먹으라고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리마' 다리를 배경으로~
하루에 10KM 미만씩 걸어 24일만에

​이런 투우도 있나? 스페인에만 투우가 있는 줄 알았는데~~

축제의 일환인 듯~~뒤에는 옛 승용차들이 여러 대 따라가고 있습니다

최고급 품질의 체리를 3.5유로/KG에 샀습니다 가격에 걸 맞게 역시 맛도 일품입니다.

성당과 묘지

성당 뒷 편의 산을 넘어야 합니다

이 정도의 그림이면 말로 표현하는것이나 별반 다름이 없습니다 땅 바닥에, 나무에도 무려 세 곳이나 화살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누가 그렸는지 모르지만, 순례자를 위해 신경을 너무 써 준점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산을 올라가는 동안 글자 그대로 비오듯 땀을 쏟으며 걸었습니다 다행한 것은 어느 곳 한 곳도 아픈곳이 없어 최상의 콘디숀이라는 것~~

정상 가까이에 있는 약수터의 시원한 물로, 갈증을 한 방에 해소합니다~~

이렇게 만들려면 적어도 한시간 이상 걸렸을 터인데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 섬세하고 멋 있는 작품을 만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우러나는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아마도 순례자이리라~~

새카만 얼굴을 한 동양인이 신기한것일까? 아니면, '넌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곳 먼곳까지 와서 그 고생하는것이냐?고 묻는 듯이 보입니다.

알베르게 모습

아일랜드 인 3인과 함께 만찬을 왼 쪽의 부부 나이는 70, 73세이고, 내 옆의 여자는 나와 동갑(65세)입니다.

​난 그들에게 40여 년 전, 아일랜드 출신 신부님이 제주에 와서 '아일랜드와 제주의 풍토가 너무 비슷하다'며, 한 마을을 대단위 돼지 농장으로 만들어 지금은 아주 유명한 곳이 되었다는 얘기를 해 주었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