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의 독백이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선택의 갈림길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심리를 표현할 때 빌어다 쓰는 금언(金言)이다. 인간 심리의 갈등구조를 ‘햄릿의 딜레마’로 엮어 쓰는 이들도 있다.

선택은 삶의 일상에서 피해 갈 수 없는 하나의 과정이다. 두 가지 중, 또는 셋이나 넷 중, 결국 하나만 선택해야 할 때가 많다.

그러기에 선택은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변수다. 현명한 선택이 행복한 미래를 약속한다는 말도 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 한다’는 30여년전 TV광고 카피는 그래서 오늘까지 의미 있는 선택지(選擇枝)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선택의 순간’이 다가서고 있다. 6.4 지방선거 투표일이 아흐레 남았다. 이 기간에 향후 4년, 제주의 미래를 책임질 도지사와 교육감, 도의원, 교육의원 후보들 면면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후회 없는 선택지를 골라내야 하는 것이다. 진정한 일꾼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후보자 모두가 나름대로 제주도를 위한 도민의 심부름꾼임을 자임하고 나섰다. 그들이 정말 제주도와 도민을 위해 몸 바칠 ‘참 일꾼’인지는 아직 모른다. 판단은 유권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대의민주주의 통치구조에서 유권자의 힘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막강권력이다.

일찍이 영국의 경제학자 ‘콜린 클락크’는 “정치꾼(politician)은 다음선거만 생각하고 정치가(statesman)는 다음 세대를 생각 한다“고 했다.

‘정치꾼은 편견과 당파성에 따라 자신이 속한 당과 계층의 이익만 좇고, 정치가는 눈앞의 이익보다 크고 장기적인 이익에 봉사 한다’는 월터 리프먼(1889~1974)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권자는 후보자를 골라냄에 있어 냉철한 이성과 예리한 안목을 가져야 할 일이다. 누가 정치꾼이며, 누가 정치가인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다.

따라서 유권자는 이번 선거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중앙정치권이 나서서 시어머니처럼 “이래라 저래라” 간섭해서는 아니 되는 일이다.

제주도의 미래를 맡겨야 할 지역 일꾼을, 다른 사람이 아닌 제주도민이 선택해야 하는 선거다. 제주미래비전의 청사진은 무엇이고, 실현방안은 어떻고, 이를 이끌어갈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검증하고 골라내는 주체는 제주도민이다.

빌려 쓰기로 한다면 ‘제주도민의, 제주도민에 의한, 제주도민을 위한 선거’인 셈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참뜻이 여기에 있다.

그렇기때문에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적 애도와 슬픔을 부추겨 증오를 불 지르려는 선거운동 전략은 온당치 못하다. 분노의 감정을 자극하여 ‘정권 심판론’으로 포장하는 것 역시, 치사하기는 마찬가지다. 경계해야 할 일이다.

‘친애하는 유권자, 제주도민 여러분’이 분별해야할 일은 또 있다.

제주사회의 구조는 매우 동질적이다. 사회적 네트워크가 촘촘하게 엮어져 있다. 한 두 사람만 거치면 ‘괸당(친척)’이거나 ‘사돈의 팔촌’으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혈연 지연 학연 등 연고주의가 강하다. 연고주의가 나쁜 것은 아니다. 끈끈한 동류(同類)의식은 아름다운 연대로 힘을 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진짜와 가짜를 가리지 않고 ‘묻지마 투표’로 이어지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연고주의에 의한 투표 왜곡현상은 대의민주주의 선거에 대한 반역이다.

분별하고 경계해야 할 부분은 또 있다. 심상히 넘길일이 아니다. 이른바 ‘세대교체론’이다. 지금은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대통합을 이야기 할 때다. 밀어내기의 ‘뺄셈 구도’가 아니라 아우르는 ‘덧셈 구도’가 정답인 것이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예지(叡智)와 통찰력과 분별력은 젊음에서 분출되는 용기와 열정과 패기 못지않게 소중한 인간사의 컨셉이다.

물론 세대교체, 필요하다. 그러나 단지 나이가 젊다는 이유만으로 무임승차는 곤란하다. 이에 앞서 자신들의 공적기여를 통해 도민들로부터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도민을 위해 무엇을 해왔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지지와 신뢰를 얻을 때 비로소 세대교체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 리더십에 염증을 느껴온 우리들이다. 이제는 정치적 경륜과 인기가 아니라, 도정 경영능력에 초점을 맞춰 리더를 생각 할 때다.

제주도정을 실험대상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누가 얼마만큼 도민사회 저변의 염원을 제주비전으로 집약시켜 희망의 미래로 제주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췄는지, 정책검증을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특별자치도로서의 독특한 지위와 특수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말씀이 아니올시다”다. 특별자치도라기 보다 ‘특별타치도’라는 비아냥거림은 그냥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이제는 내재적 능력을 모아 발전의 동력으로 혁신체제를 구축하는 리더십을 찾아야 할 때인 것이다.

그렇다면 ‘친애하는 유권자, 제주도민여러분’, 이제 선택지는 보다 단순해 졌다.

누가 정직한가, 정직한 지도자는 개인의 야망과 야심이 아닌 공익을 위해 일한다.

누가 더 책임감이 있는가, 누가 더 깨끗한가, 신념의 강단(剛斷)은 어떤가, 추진력은 어떤가, 누가 현실에 와 닿는 제주비전을 제시하고 누가 제주의 현안을 지혜롭게 풀어갈 능력과 자질이 있는가,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지도자, 제주도의 주인인 도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조직운영과 능력은 오늘 도민이 기다리고 있는 ' 미래 제주'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앞으로 남은 9일간, 유권자들은 스스로 이런 후보를 고르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쏠림현상에 올라타거나 감정이나 감성적 접근으로 후보를 검증하다가는 낭패를 볼 것이다.

최근 몇 차례의 후보 간 TV 정책 공개토론과 길거리 유세, 공약발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후보자간 능력과 자질을 엿볼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구의  정책공약이 진정성과 합리성, 실현가능성, 현실적 대안 등 구체적이고 진솔하게 담아냈는지, 핵심 현안에 대한 방식은 어떻게 다른지, 이미 감을 잡고 지지후보를 결정했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좀 더 여유를 가질 일이다. 앞으로 몇차례 TV 공개 정책공약 토론을 접할 기회가 있다. 거리 유세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후보자와 유권자간 접촉기회도 많다. 그 사이 후보자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도 있고 선택지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신중을 기했다가 최선을 선택해야 할 일이다.

‘친애하는 유권자, 제주도민여러분’ 오는 6월 4일 여러분의 선택이 제주미래 운명을 바꾸게 될 것이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 한다’는 옛날의 TV 광고 카피는 그래서 오늘까지 여전히 뜨거운 울림으로 다가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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