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아재비과 / 여러해살이풀
학명 : Semiaquilegia adoxoides
꽃말 : 위안

멀리 산기슭까지 가지 않더라도 내가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화단 벽돌 틈새로 몇 년 전부터 요 녀석이 터를 잡고 살고 있다.
잡초라 생각하고 몇 번 뽑아버렸는데도 이듬해엔 영락없이 이 녀석이 가냘픈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당당하게 자기를 봐달라고 응석부리는 모습이 장난꾸러기 청개구리다.

세장의 뿌리 잎이 나오는데 잎자루가 짧고 3갈래로 깊게 갈라진 모습이 개구리 발을 닮았다고 해서 개구리발톱이란 이름이 붙여졌어요.
근데 개구리란 녀석에게 발톱이 어디 있다고?
아마 개구리 빨판을 듣기 좋으라고 개구리발톱이란 예쁜 이름으로 불리나봐요.

꽃은 4~5월에 핀다고 하지만 우리 집 현관 벽돌 틈에는 3월인데도 개화한걸 보면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 같지요.
가는 줄기가 곧게 서서 바람 불면 부러질까 걱정했었는데 이 아이는 바람 따라 이리 갔다~저리 갔다~
결코 부러지는 일이 없던걸요.
개미허리만큼이나 가냘픈 아이가 살랑거리는 봄바람에도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다.
심지어 나의 숨소리에도 흔들거린다.
어이쿠! 정말 카메라에 담기다 힘들 뿐이다.
얼핏 보기에 하얀 종 모양처럼 생긴 것이 꽃잎인줄 알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꽃받침이다.
그 안에 노란 꽃잎 5장이 보여요.
줄기에는 얇은 솜털이 있어 꽃샘추위도 잘 견디나 봐요.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고 하던데...
이리도 작은 꽃도 뭐가 그리 쑥스러운지 늘 고개 숙여 다소곳이 서 있는 모습이 아름답지요.
정면을 바라봐도 좋은 것 같은데 한사코 고개를 숙이네요.
아마도 미나리아재비과의 공통적인 특징인 것 같아요.
이 아이들은 온통 꽃가루에 황사 먼지를 뒤집어쓰고도 싫은 내색 없이 이리도 곱게 피어 자기 자리를 잘 지키고 있네요.

이 아이의 다른 이름은 천규자(天葵子)라고도 하네요.
민간요법으로는 벌레나 뱀 등에 물렸을 때 찧어서 상처에 붙인다고 하네요.

개구리발톱의 흔적들을 보실래요.
이리 작은 꽃 속에 몰래 숨어 있던 씨방과 씨앗이 이렇게 탐스럽답니다.
석 달 동안 이 아이를 관찰해보니 내게 큰 기쁨과 위안을 주는군요.
내가 몰랐던 걸 하나, 둘씩 가르쳐주며~
잡초라 보잘 것 없이 생각했는데 내게 큰 위안을 주는 이 아이가 귀하게 여겨집니다.
꽃피는 시기에 황사에, 꽃가루에, 퍼부어대는 봄비와 세찬 바람에도 잘 견디다가 열매를 맺고 씨앗 가득 품고 있다가 이듬 해 그 자리에 새로운 탄생의 모습을 보여주어 우리에게 진한 감동과 위안을 준답니다.

열매는 3~5개가 별모양으로 열렸다가 벌어진 열매 안에 씨앗을 품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정말이지 내 입이 딱 벌어진다. 이 아이가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모르겠다.

 

열매 떨어진 모습 또한 너무 예뻐서 장식을 해 놓고 보아도 작품 하나는 나오겠다.
그래서 이 아이의 꽃말“위안”처럼 일생을 마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우리에게 큰 감동과 위안을 주는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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