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제주지역 언론은 지역 현안 문제에 대해 여론수렴 기능과 비판 기능을 얼마만큼 수행하고 있을까 .

28일 오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학과장 김희정)와 사회과학연구소(소장 김성준) 주최로 제주대 행정대학원 세미나실에서 열린 '참여정부의 언론정책과 지역언론의 활성화 방안'토론회에서는 제주지역 언론에 대한 자성과 비판이 이어졌다.

이날 제주국제자유도시 쇼핑아웃렛 유치논쟁을 중심으로 한 '지역현안에 대한 신문의 보도태도와 개선방안'에 대해 주제를 발제한 고영철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쇼핑아웃렛 보도와 관련, 지역언론이 단순중계에 치중했을 뿐 쟁점 사항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려보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  '원인규명.대안제시 미흡'

도내 3개 신문에 대해 2001년 12월 1일부터 2003년 10월 15일까지 쇼핑아웃렛 관련 기사를 분석한 고 교수는 "신문의 보도내용으로 볼때 대부분 제주지역경제살리기 범도민대책위를 비롯한 시민단체,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이 제기한 문제점을 단순중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지역사회 현안문제를 다룰 때는 지엽적인 사건보도에 매달리기 보다 원인규명과 대안을 제시하는데 좀 더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언론이 갈등적 이슈를 사건중심으로 단순중계함으로써 도민들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와 지표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그는 "쇼핑아웃렛이 지역상권, 관광객 유치, 그리고 지역주민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나름대로 객관적이 분석이 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지역 언론에서 설정하는 많은 정책 의제들 중에는 지역주민들의 현실인식과는 동떨어진 것도 많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며 "현안문제에 있어 공정한 심판자가 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언론의 제 역할을 주문했다.

▲  '앵무새 보도 못 벗어나'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김태석 제주지역경제살리기 범도민대책위원장은 "2003년 6월 이후의 언론보도가 상인 위주의 보도에 치우쳤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며 "오히려 쇼핑아웃렛 이슈 이전에는 모든 언론이 행정당국의 입장만을 담은 '앵무새' 보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부 신문.방송에서 기획특집 코너를 통해 오히려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입장만을 할애하는 등 보도의 형평성 문제는 지금도 발견되고 있다"며 "비판.감시.견제의 기능을 가진 언론이 해설과 분석조차 없이 단순 전달자의 의무만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되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역언론이 바로설때 지역 바로 서는 것은 자명한다"며 "언론이 지역 현안을 다룰 때 행간과 이면에 관심을 갖는다면 지역 발전의 가능성은 한층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과연 언론만의 책임인가'

김건일 제주도기자협회장은 "지방 언론의 비판.감시기능 부족 등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일면 동의한다"며 "하지만 지역언론에 대해 전체적으로 부정적이라고 평가를 내린 것에 대해서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자는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지역 현안의 표류가 과연 언론만의 책임인지, 학계 등 전문가 그룹의 책임은 없는가"라고 되물었다.

하주홍 제민일보 논설위원은 "언론이 만능 해결사로 인식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부딪히면 보도에 많은 제약과 한계가 따른다"며 "취재 현장과 이론과의 현실적 괴리에 대해 좀 더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언론이 조정자의 역할보다 전달자의 기능에 충실한 것은 인정해야할 것 같다"며 "아젠다 세팅(의제도출) 문제는 언론의 기능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지만 쉽지않은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한 참석자는 "언론이 한쪽 입장만을 전달해주는 것은 한 쪽 편만을 들어주는 것과 같다"며 언론의 객관적 보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 '2002대선과 언론권력의 변화'에 대해 발표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2002 대선과 언론권력의 변화'에 대해 주제 발제한 오연호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 대표는 "오마이뉴스의 1단계 성공은 시민 참여의식(시민기자)의 성장과 테크날로지(인터넷)의 성장이 강력히 결합하면서 가능해졌다"며 "시민참여저널리즘은 21세기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옛 관행적 표준을 갖고 권력을 행사해 왔던 언론권력의 독점적 지위가 점차 약해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 것은 곧 언론 권력의 분산과정이자, 보수 대 진보의 언론 지형을 8:2의 비율에서 5:5로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터넷 신문과 종이신문의 운명에 대해서는 "종이신문을 사라지지 않고 일정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와 같은 독점적 권위는 서서히, 지속적으로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그는 "종이신문의 독점적 권위가 지속적으로 약해지지만 무엇보다도 능동적이면서 수동적인 독자의 이중성 때문에 그 속도를 매우 천천히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에 대해서는 "하루에 약 230개의 기사가 올라오지만 그 중 약 200개의 기사가 시민기자들에 의해 생산된다"며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창간 모토는 매일매일 현실화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오마이뉴스의 페이지뷰의 증가에 따라 배너광고가 증가, 지난해 11월 부터 흑자구조로 전환했지만 수입구조는 여전치 탄탄하다고 볼 수 없다"며 "자본주의 언론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탄탄한 수익구조 창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오마이뉴스 뿐만 아니라 진보적 대안언론을 표방하고 나온 매체들이 모두 직면해 있는 것일 것"이라며 "자본주의 시장과 어떻게 동거할 것인가는 결코 쉽지 않은 난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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