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돌릴 필요가 없다. 이쯤해서 이지훈 제주시장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좋다. 그게 정답이다.
본인과 가족을 위해서도 그렇고, 그를 임명한 원희룡 지사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다.

도덕성이 치명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신뢰의 한계영역도 이미 지나쳐 버렸다.
지난 8일 취임 이래 장마철 집중 호우처럼 쏟아지는 각종 의혹은 더 이상 시장 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다.
시민들의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반감(反感)역시 예사롭지가 않다. 시장의 권위는 만신창이가 됐다.

특히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달려 나오는 의혹에 대한 대응에서 그는 너무 비겁 했고 무책임 했다.

제주사회의 평균적 인식은 그가 더  이상 제주시장직을 수행하기 어렵게 됐다는 생각이다. 도덕적이지도 못하고 신뢰할 수도 없다는 생각인 것이다.
 이는 사실상 이 상태로서는 제주시장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시장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였다. 시민사회단체나 구성원의 무기는 보다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다. 그것이 당당함을 유지하는 갑옷이기도 하다.

제주시장 자리도 마찬가지다. 고위공직자로서 역시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 그리고 신뢰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시정을 이끄는 강력한 파워는 여기서 나온다.

그러나 최근 불거지는 일련의 사태진행은 이시장의 도덕성과 청렴성은 물론 신뢰성에서도 “그게 아니오” 수준이다. 한참이나 낙제점이다.
부끄럽게도 누더기 걸레처럼 썩 유쾌하지가 않다. 자신이 활동해온 시민사회단체 영역에 흙탕물을 끼얹는 꼴이었다. 그들이 다듬어온 고결성과 명예에 먹칠 한 것이나 다름없다.

먼저 부동산 투기 의혹이다. 이 시장은 2010년 10월, 제주지방법원 3차 경매를 통해 구좌읍 평대리 비자림 일대 2만4749㎡(7500평)을 2억8919만여원에 낙찰 받았다.

그런데 제주시장 취임 직전인 6월20일 자신과 부인명의로 등기된 9342㎡의 3분지1을 1억3188만원에 매각했다.
매입 후 4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1㎡당 가격 1만1523원의 3.67배의 시세차익을 얻고 지분 매각한 것이다.

이는 ‘부동산 투기 의혹’수준이 아니다. 그냥 ‘부동산 투기’인 것이다. 부동산 투기로 사익을 취하는 인사가 45만 인구의 제주시 수장으로 임명된 것이다. 도덕성과 청렴의 의무를 져야 할 제주시장으로서의 적절한 처신이 아니다. 당장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거친 말도 거침이 없다.

의혹은 줄줄이 사탕이다. 불법 가건물 설치, 무허 숙박업 영업, 주택불법증축, 농업보조금 목적 외 사용 등등은 지금까지 도덕과 청렴의 외투를 걸친 것으로 알려져 왔던 이 시장의 정체성에 대한 의혹의 덩어리들이다,

이에 대한 이 시장의 변명은, 옹색하고 구차했다.
각종 불법사실에 “불법인줄 몰랐다”거나 “불법이라고 말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불법 증축 문제도 공간이 남아서 창고를 지은 것이고 건축사가 해준 것”이라 했다. 비겁하게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도 말 안 해줘 불법인지 몰랐다”는 변명은 어처구니없는 말 희롱이다. 사실상  법을 희롱한 것이다. 어린아이 공깃돌 놀이하듯 법을 우습게 여긴 것이다.
도덕적 고결성과 논리적으로 왕성하게 무장한 시민활동가 출신이 할 소리는 아니다.

그렇다면 시정(市政)을 펴면서 불법을 저지르고도 “몰랐다“고 변명하거나 소위 ‘관행적 불법(?)’이라고 우긴다면 앞으로의 시정(市政)에서는 이를 모두 용인하고 적법이라고 일을 처리하겠다는 생각인 것인가.

“일부 문제가 된 행위는 인지하지 못한 ‘부덕의 소치‘”라는 말도 했다. ’부도덕의 소치‘를 ’부덕의 소치‘로 화장하는 화술이 놀랍기만 하다. 어떻게 판단할지는 듣는 사람 몫이다.
시장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아 애처롭기만 하다.

놀랄 일은 또 있다. ‘이 시장 의혹’에 접근하는 일부 도의원들의 어이없는 행태다.
법(조례)를 만들고 집행부의 잘잘못을 감시하며 비판해야 할 도의원들이 엄연한 불법을 관행이라고 묵인하고 옹호하는 듯한 작태는 기가 막히고 볼썽사납다.

“의혹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시장님 입장은 이해 한다”거나 제기된 불법 사실에 대해서는  “농촌에서는 불법인지 모르고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일이 많다”는 등 관행의 이름으로 불법을 부추기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므로 ‘시장님, 시장님, 우리 시장님’이 저지른 불법은 관행이기 때문에 넘어갈 수 있고 시장님은 억울하다는 편벽(便辟}들기가 아닌가.
잘못을 꾸짖고 바로 잡아야 할 도의원이 시장에게 엉너리부리는 짓거리가 한심하다 못해 참담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진흙탕에서 짓밟힌 시장의 권위가 일어서는 것은 아니다. 무너진 신뢰가 새로 쌓아지는 것도 아니다.
신뢰는 지도자와 지도자가 이끄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끈이자 접착제다. 신뢰는 지도자 조건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스캔들’의 저자 ‘수잔 가먼트’는 “지도자에 대한 불신감이 짙어지고 비판이 늘어나면 그만큼 의혹은 오래 지속되고 심각해진다”고 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했던 닉슨도 ‘불신의 구조’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턴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기 보다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지도자로서 신뢰를 잃었고 국민 앞에 당당히 나설 수 없는 두려움에서다.

신뢰성의 상실은 이지훈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불신 받는 시장이 이끄는 시정(市政)은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시정이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한다면 불행이고 비극적 상황이다,

이렇게 되기전에 이 시장은 신변을 정리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변명은 사실을 덮지 못한다. 변명은 진실을 잠시 가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거짓을 영원히 감출 수는 없다.

지금 이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다. 비판을 수용할 줄 아는 겸손함과 진실을 고백하는 용기다. 책임회피가 아니라 당당하게 책임을 지는 책임감이다.

제주시장의 도덕성 상실과 신뢰의 위기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원희룡지사가 추구해마지않은 도민통합이나 협치도정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원지사의 정서적 고려나 온정주의, 결단력 없는 ‘우물쭈물’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이 시장이 아쉬운 미련에 매몰돼 현명한 선택을 주저한다면 원지사가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려야 할 일이다. 그래야 공직의 기강(紀綱)이 서고 신뢰를 쌓을 수가 있을 것이다.

팔다리가 썩는 병을 향수로 치료 할 수 없는 일이다. 자를 건 자르고 수술할 것은 수술해야 한다. 아프더라도 뼈를 깍아야 새살이 돋는다. 시장 한 사람에 대한 애정이나 의리보다 더 크고 소중한 것은 제주도와 제주도민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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