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참 매력적인 동물인 것 같아요. 특히 어릴 때부터 보고자란 제주마는 저에게 어떤 멋진 말보다도 더 매력 있어요”

자신의 도예 인생에서 제주마를 빼 놓을 수 없다는 제주 청년 도예가 장근영(37세) 작가의 이야기이다.

도예가 장근영씨.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제주마에 매력에 빠져 현재까지도 제주마를 소재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말은 뗄 수 없는 소재 

제주시 아라 1동 장근영씨의 작업실.
제주시 아라 1동. 큰 도로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면 한적한 곳에 장근영 작가의 작업실이 있다. 그녀의 작업실 곳곳에는 말과 관련된 작품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말을 언제부터 좋아하게 됐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수의사였던 아버지와 말을 기르셨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저도 모르는 사이 말에 매력에 빠지게 된 것 같다고 생각해요”

말의 매력에 빠져 작업을 시작했다는 그녀. 그녀의 말들은 전부 형형색색 화려하며 익살스러운 표정이 담겨있다.

작은 공간까지도 말을 이용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말은 눈이 참 매력적인 동물 이예요. 특히 제주마는 서양의 멋진 말들과는 달리 귀여움이 있어요. 그래서 제 작품들은 말들이 전부 짧은 다리에, 익살스러운 표정 등 귀엽게 표현돼 있어요.”

그녀의 말 사랑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녀가 불가리아 국립미술아카데미에 장학생으로 가게 되었을 당시에도 그녀만의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있다.

“불가리아 아카데미를 다닐 당시 사람들은 제 이름도 몰랐어요. 하지만, 제가 계속 말 관련 조형물을 만들다보니 제 자리에 점점 말과 관련한 조형물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었요……. 결국 나중에 제 자리는 말로 가득했죠. 이에 그쪽 학생들은 제 이름은 몰라도 아시아 여학생 중 말만 만드는 학생 이라고 불리기도 했어요.

#도예의 매력은?

아무리 정성을 쏟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자기도 가마에 들어가면 예측 할 수 없다. 그녀 또한 가마안 요변(妖變)으로 힘들어 작업을 할 수 없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욕심을 버려 마음을 비우다 보니 한결 오히려 도예의 새로운 매력을 확인 했다고 한다.

가마 안에서 팔이 떨어지고, 눌린 작품들.
“도자기는 작은 실수로도 깨지는 경우도 다반사 이고, 일주일 동안 공들여 만들어도 가마 안에서 깨지고 눌러 붙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런 일들이 처음에는 다음 작업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하지만, 작품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제는 예상 못했던 찌그러짐, 색의 변화 등이 오리려 작품을 더 빛나고 매력적이게 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현재 진행중인 작업은?

장 작가는 얼마 전까지 말에 여성들이 좋아하는 명품 브랜드의 로고를 새기거나, 하이힐을 신은 모습을 표현하는 등의 여성의 욕망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현재는 새로운 작품 활동을 시작하려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공방 밖에 장소에 어울리는 조형물을 만들고 있어요. 테이블과 의자 기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작품이지요.”

현재 작업중인 작품.
“제가 작품 활동을 하다보면 작품의 무게 가마의 크기 등으로 인한 한계가 있었어요. 앞으로는 그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작품들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또, 제 작품을 보는 사람 구입하는 사람 모두가 즐거워하는 작품,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녀의 꿈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작가’

예술을 하다보면 생계수단으로서의 예술을 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예술을 할 것인지에 대한 돈과 신념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된다고 한다. 물론 돈과 신념이 같이 가주면 좋지만, 그런 일이 있다면 그녀는 이를 이겨내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대학시절 뛰어난 실력의 선배가 있었어요. 그 선배는 2년 정도 생계를 위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자신의 작품을 만들겠다고 했었죠. 하지만, 생계를 위한 작업이 지속됐어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흘러 원래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예술을 하는 작가들은 신념과 판매 부분에서는 항상 갈등이 오는 것 같아요. 수입이 있어야 작품 활동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판매는 내가 만들고 싶은 작품보다 어떻게 해야 더 잘 팔릴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도전보다는 얽매이는 사고가 되는 것 같아요”

“이러한 경우들을 봤기 때문에 돈 보다 나만의 작품을 먼저 생각 했어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던 것에는 아버지의 지원이 있었지만, 앞으로도 돈에 얽매지 않고 꾸준하게 쉬지 않고 일하고 싶어요. 한계를 벗어난 새로운 작품 활동도 하고 싶어요”
 
처음 말을 만난 순간 매력에 빠진 근영씨.... 그녀의 말에 대한 사랑이 앞으로도 쭉 지속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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